가볼만한 곳이란 과연 무엇인가? 주관적인 기준으로 직접 굳이 시간을 들여 이동을 해서 볼거리와 먹을거리 그리고 즐길 거리가 어느 정도 있으면 가볼만한 곳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가볼만한 곳은 어디인가? 정말 인상 깊게 다녀온 곳이 아닌 이상 바로 떠오르는 곳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SNS에서 가볼만한 곳을 찾아볼 것이다. 그럼 수 만개의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가는 방법부터 먹을거리, 즐길 거리, 주의할 점 등 모든 정보들이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처럼 친절한 정보들은 선택으로 인한 실패의 리스크를 줄여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해 준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고 추천을 한 이 장소가 과연 가볼만한 곳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조금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있었다는 것은 사업성이 있는 장소로 해석할 수 있다. 돈 냄새는 귀신같이 맡는 우리 민족이 이러한 기회를 놓칠 수 없다. SNS에서 조금만 이슈가 된 장소에는 늘 감성을 자극하는 이름의 카페, 음식점들이 들어선다. 그리고 곧 다양한 편의점들이 입점하고 환하게 빛나는 편의점 간판으로 밤하늘을 함께 수놓는다. 마지막으로 호텔들이 들어서며 데이트, 가족 나들이, 여행 등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세팅된다. 세팅이 되는 순간 적어도 나에겐 더 이상 가볼만한 곳이 되지 않는다.
칼론(Kalon)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절대적인 저항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옛 말에 의하면 이를 느끼기 위해서는 요정이 다가와 본인의 귀에 아름다움을 속삭여야 한다고 한다. 그만큼 칼론은 신성하며 깨우침이 있어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참고로 이 요정의 이름은 Genius며 현재 천재라는 영어 단어인 Genius의 유래가 된다.)
그러나 칼론은 어떠한 물체가 아름다움을 가진 순간 이후 누군가에 의해 변형 혹은 훼손이 된다면 다시는 그 절대적인 아름다움은 느낄 수 없게 된다. 예를 들면 숭례문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보물이다. 숭례문을 보고만 있어도 옛 조상이 추구하고자 했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러나 화재로 인해 잿더미가 되어버린 숭례문에서 다시는 예전에 느꼈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없게 되었다.
가볼만한 곳에도 분명 칼론이 존재했을 것이고 이 칼론이 상업화로 인해 없어지는 순간 더 이상 예전의 매력은 찾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리단길은 한 때 좁은 골목을 지나다니며 맛집을 찾는 즐길 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했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려 울며 겨자 먹기로 힘들게 차린 가게를 폐업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전주도 마찬가지다. 비빔밥의 오리지널 전주비빔밥, 알쓰도 즐겨 마실 수 있는 모주, 베테랑 칼국수부터 풍년제과까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맛집 등 먹을거리와 한국의 단아하고 고상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전주 한옥마을 등의 즐길거리가 풍성했던 전주는 이젠 더 이상 가볼만한 곳이 아니다. 게스트하우스가 즐비하고 길거리에서 번데기, 닭꼬치, 떡볶이를 팔고, 한옥과 근대 의상 대여하며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관광지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에 비즈니스가 생기는 것을 억지로 막을 순 없다. 그러나 점점 더 칼론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로 천편일률적인 관광지가 되어 가볼만한 곳들이 점점 더 사라지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