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의 이야기 (1)

6년 전부터 시작되어 온 치료기

by 교중

“6년 전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


6년 전이라,

맞다.


나는 정신의학과를 6년 전 정도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정신의학과라는 곳은 나에게 산부인과 보다도 문턱이 높은 곳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신의학과가 정상이 아닌 사람이 가는 곳은 아니다.

내가 생각한 ‘정상적’이라 함은,

내 마음을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고 조절할 능력이 충분히 갖추어진 것을 뜻한다.


6년 전의 나는 밤에도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울기도 했으며

숨을 못 쉰다던지,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곧 죽을 것 같다던지


하루에도 수십 번 죽을 각오를 하게 된다던지의 증상으로 인해 가게 되었다.


물론 자의적인 판단으로 가진 않았다.

주변 친구의 추천이었다.


‘가보는 게 어때. 네가 이상하단 소리가 아냐. 사람은 누구나 아파.

그게 몸이 아니라 마음일 수도 있어. 마음에게도 약이 필요해 ‘







6년 전, 나는 아주 큰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왔다.

부산에서만 살던 나에게는 용인 처인구의 깡 시골도로조차도 수도권이기에

‘서울’이라고 생각하는 아직 지방사람에 불과했다.


처인구의 한 회사에 사무직으로 취업을 했다.

그 전 직장이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고 올라와서 새 시작을 하겠다는 포부였다.


20대의 깡다구로 뭐든 해보고 다시 올라가서 좋은 직장을 구하겠다는 마음이었달까.


그곳에서는 나를 유독 잘 챙겨주는 상사가 있었다.

집 갈 때 데려다주기도 했고, 가끔은 출근할 때 연락 와서 태워주기도 했다.

때마침, 올라와서 말동무도 없고 친구도 없던 터라 그게 참 고마웠다.


하루는 그가 밥을 먹고 가자고 했다.

본인 집 근처에 맛있는 맛집이 있다고 해서 저녁 먹고 가면 좋겠다고 했다.


입사한 지 3개월째 되던 때였다.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먹은 그는 조금씩 눈앞에서 취해가는 게 보였다.

집까지 꽤나 거리가 되던 나는 핸드폰으로 버스 시간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택시 타면 3만 원? 꽤나 먼 곳이었잖아.. 버스 이거 못 타면 못 가겠다..’


“대리님, 저 가볼게요. 버스가 막차여서 이거 못 타면 택시 타야 할 것 같아요”


결제를 하고 나와서 좁은 골목길을 지나 눈앞에 보이는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었다.


‘잠깐만 기다려봐’라고 상사가 뒤에서 불렀다.


퍽-


기다려보라더니 갑자기 뛰어와서 내 머리를 내려쳤다.

다행히 둔기가 아니라 손이었긴 했지만 꽤나 당황스럽고 아프고 놀랐다.


‘왜가. 여기까지 왔으면 더 있다가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저 왜 때리세요?.. 그리고 저 막차 끊기면 택시비 너무 많이 나와요. 저 가볼게요”


더 있으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은 눈빛으로 쳐다봐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디 가냐니까? 내가 묻잖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거냐고.

우리 집 여기 바로 코앞이야. 어?

오빠랑 자고 갈래?‘



그 소리를 들은 나는 너무나 무서웠고 골목길을 빠른 걸음으로 나왔지만,

그는 뛰어와서 여러 번이고 나를 때렸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말도 충격적이었지만, 직장상사가 나를 때린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문화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내가 퇴사하는 날까지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걸 가만히 놔뒀어요? 경찰에 신고는요?”


“못했죠. 그냥 그땐 그랬어요. 상황도 무섭고 더 맞을 거 같고 당장 피해야겠다는 생각

근데 절대 사과 안 할 줄은 몰랐어요. “


“회사에는 이야기해봤어요?”


“했죠. 여러 번. 처음엔 저도 정신상태?라고 하기엔 웃기지만, 여하튼 마음은 괜찮았어요

이 사람한테 사과받고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도전적으로요.


근데 세상은 제맘같지가 않았고, 정의롭지도 않았으며

사람들은 착하지 않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어요.

저는 그때까지 몰랐어요. 세상이 생각보다 많이 어둡다는 걸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