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세수하는 시간
세면대 앞에 섰습니다
수도꼭지 틀어 물 받으니
졸졸졸 시냇물이 흐릅니다
얼굴에 냇물 발라두고
손에 잡은 비누 비벼대니
파란 하늘 떠다니는 뭉게구름
손바닥에 하얗게 피어납니다
두 눈을 꼬옥 감았습니다
얼굴에 구름 찍어 문지르니
양털 되어 포근히 감싸줍니다
세수하는 지금 여기의 나
피어오른 뭉게구름 바라보며
냇가에 두 손 넣으니
물기 젖어 뽀송해진 내 얼굴
흐르는 냇물 위에 어른거립니다
세수하는 시간엔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두둥실 떠가는 구름이 보입니다
냇가에서 첨벙거리던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