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표 한 장, 나머지는 제주에게 맡기다

3화-드디어 출발

by 김경희

새벽 네 시 반, 전주에서 고흥 녹동항까지 이어지는 길 위에 서늘한 공기가 몸을 스쳤다. 안개가 살짝 깔린 고속도로 위, 차는 낮은 엔진 소리를 내며 천천히 달렸다. 마음은 이미 제주로 향하고 있었다.

녹동항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일곱 시 사십 분. 배에 차를 싣는 사람들은 일곱 시 반까지 오라는 안내 문자를 두 번이나 받았지만, 십 분이나 늦었다. 부랴부랴 차를 싣고 마지막으로 배에 올랐을 때, 남편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자동차를 싣고 제주에 가고 싶다는 그의 오랜 소망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나는 배보다 비행기를 선호하지만, 이번만은 그의 설렘을 함께 느끼기로 했다.

선실은 넓었지만, 의자가 없어 바닥에 앉거나 누워야 했다. 바닥 문화에 익숙하다 해도,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어색했다. 사람들 틈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계 모임 여인들이 백설기 떡을 나누며 웃고 있었고, 연인들은 조용히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포개져 있었다. 모두 다른 이유로 배에 올랐지만, 목적지는 같았다. 제주.


배가 출항하자 사람들은 하나둘 눕기 시작했고, 우리도 무릎 담요를 꺼내 구석에 누웠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눈을 감고 흔들림을 따라가며 마음을 비웠다. 불편함 속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설렘, 낯선 훈련 같았지만, 어딘가 재미있는 순간이었다.


세 시간 오십 분 만에 제주항에 도착했다. 차량 갑판으로 내려와 차에 앉자, 맨 마지막에 실었던 우리 차가 맨 먼저 나왔다. 일등과 꼴등이 뒤바뀌는 순간, 인생은 늘 타이밍에 따라 움직인다는 생각이 스쳤다. 차창을 열고 들이마신 바람은 짭조름하면서도 상쾌했다. 설렘이 심장 밑을 간질이고, 제주라는 섬이 내 안으로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오후 1시가 넘어 제주항에서 가까운 ‘뽀글뽀글 찌개’라는 식당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전복 뚝배기를 먹고 동문시장과 산지천 주변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첫 풍경들을 눈에 담았다.

식사하는 시간에 연락해둔 숙소를 향해 가는 길에 제주 신협에 들려 제주 상품권 카드를 만들었다. 충전해서 사용하면 5% 감면 혜택이 있는 제주 지역 상품권이었다. 숙소에 점점 가까워지자 낮은 돌담과 쪽파밭, 유채밭과 다채로운 지붕들이 어우러져 제주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걸음을 멈출 때마다, 바람에 섞인 향기와 색채가 하루의 기억으로 새겨졌다. 이렇게, 제주 살이의 첫날은 바람과 햇살, 바다 냄새와 작은 골목의 풍경 속에서 조용히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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