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오름, 제주의 숨결 속으로

6화-오름에 오르다

by 김경희

어제 예약한 덕분에 제주의 오름 중 으뜸이라 불리는 거문오름에 올랐다. 마치 태곳적 숲을 거니는 듯, 원시림 속을 걷는 듯한 그곳은 압도적이었다. 거문오름은 해설사와 함께만 걸을 수 있다. 코스는 세 가지로 나뉜다. 정상 코스는 2.1km, 한 시간 남짓, 분화구 코스는 5km, 두 시간 반, 전체 코스는 6.7km, 세 시간 반이 소요된다. 우리는 동행인 서른 명과 함께 1코스를 지나 2코스로 향했다.

하루 450명만 입장이 허용된다는 안내는, 세계적인 자연유산을 훼손하지 않고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배려였다. 해발 456미터, 검푸른 숲이 우거진 거문오름은 이름 그대로 웅장했다. 제주의 오름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이유가 걸어보니 충분히 이해됐다.


거문오름에서 흘러내린 용암류는 북동쪽 월정리 해변까지 17km를 내려갔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가 있는 곳까지, 그 엄청난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 길 위에서 만들어진 화산지형과 용암 동굴들은 지질학적 가치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을 만했다. 거문오름의 북동쪽 산사면은 터진 말발굽 모양을 하고 있었다. 분화구는 한라산 백록담의 2.5배 크기라니, 그 규모에 다시 한번 숨이 멎는 듯했다.


오르는 동안 용암협곡과 붓순나무, 식나무 군락지를 지나니, 노란 복수초와 제비꽃이 사랑스럽게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수직동굴과 용암함몰구, 바람구멍인 풍혈,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이 파놓았다는 갱도진지까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시간이 교차했다.


예전에는 제주민들이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한다. 분화구 안에 남아 있는 숲가마터를 통해 그들의 삶의 흔적이 조용히 속삭였다. 탐방로는 야자수 매트와 나무 데크로 이어져 있어 걷는 데 불편함은 없었지만, 가파른 계단을 오를 때는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숨이 차기도 했다. 숲속에서는 삼나무가 하늘로 쭉 뻗어 있었다. 풀향과 나무향이 뒤섞인 공기는 상쾌했고, 새들의 울음소리가 고요한 숲을 깨우며 마음에 여운을 남겼다.


해설사의 말이 인상적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숲은 서로 도우며 살아갑니다. 풀과 야생화가 피고 나면, 그보다 큰 나무들이 싹을 틔우고, 마지막에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해지죠.”

약한 것부터 살아가게 하는 숲을 보며, 우리는 배운다. 서로를 보호하며 살아가는 세상, 숲처럼 따뜻한 세상을 꿈꾸어본다.


거문오름의 광활한 품 안에서 제주의 탄생과 기원을 떠올렸다. 수천만 년 전, 땅속에서 용암이 솟구치던 순간을 상상하니, 내 마음도 함께 뜨겁게 뛰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농협 마트에서 과일과 감자, 된장, 두부, 양파를 사고, 숙소 앞에서 쑥 한 줌을 뜯었다. 저녁에 슴슴한 쑥 된장국과 따뜻한 밥을 지어 먹으니 속이 편안했다. 거문오름을 걸은 후, 먹었던 조기 매운탕의 짭잘함이 집밥의 위력 앞에서 두 손을 높이 들고 항복했다. 제주에서도 집밥의 힘이 세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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