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기본기 다지기 2
두 번째로 낸 책 『맛의 위로』는 일상에서 겪은 이야기를 음식과 연결해 풀어낸 에세이 모음집이다. 이 책을 내기 전에 요리책을 내고 싶었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요리하는 방식은 계량보다는 감에 의존하는 편이라, 정확함을 요구하는 요리책을 쓸 자신이 없었다. 대신 내가 먹고 만들어 먹은 음식 중심으로, 삶의 조각들을 정성껏 꺼내 보기로 했다. 그러자 하나의 음식이 한 편의 이야기가 되었고, 그 이야기들이 모여 나만의 온기 담긴 책이 되었다.
에세이는 마음 가는 대로 쓸 수 있는 글이다. 하지만, 한 권의 책으로 묶기 위해서는 중심이 되는 주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양성이 에세이의 본질이라 해도, 큰 틀에서 통일된 방향이 없다면 글들은 흩어진 인상처럼 느껴질 수 있다. 주제는 글의 흐름을 잡아주고, 목적은 그 흐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결국, 책이라는 완성된 형태를 만들기 위해선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왜' 그것을 이야기하려 하는지 스스로 분명히 해야 한다.
박완서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가족, 성장, 자연, 죽음 등 여러 주제를 다루지만, 결국 '인생'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묶여 있다.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끝』도 시와 가족, 시간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중심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물음'이 자리 잡고 있다. 하루키의 『하루키 일상의 여백』은 달리기와 음악, 글쓰기처럼 평범한 일상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사소한 순간의 의미’를 묻는 글들이다.
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글을 쓰기 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그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는 단지 구조적인 장치가 아니라, 글의 방향을 결정짓는 나침반이 된다. 그리고 그 나침반은 글의 분위기, 전개, 마무리까지 모두 이끌어 간다.
“말에 문장의 멋이 없으면 멀리 가지 못한다(言之無文 行而不遠)”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생각도 그릇이 흐리면 감동을 줄 수 없다. 글은 단순히 정보 전달의 도구가 아니라,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멋진 표현보다 ‘말하고자 하는 중심’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글의 주제는 글의 심장과 같아서, 심장이 뛰지 않으면 문장 하나하나가 힘을 잃고 공허하게 흘러간다. 주제는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이며, 목적은 그 메시지를 살아 있게 한다. 독자는 결국 주제와 목적을 통해 글의 방향과 의미를 느끼게 된다.
글을 쓰다 보면 화려한 수식이나 아름다운 비유에 마음이 끌리기 쉽지만, 아무리 멋진 장치도 주제가 뚜렷하지 않으면 글은 길을 잃는다. 중심이 분명한 글은 단순한 문장의 나열을 넘어, 독자의 마음속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오래 남는다.
따라서 글을 쓰기 전, 내가 이 글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은 그 심장을 두드리는 도구일 뿐, 핵심을 담지 못하면 그 어떤 장치도 의미가 희미해진다. 글의 주제와 목적이 분명할 때, 문장은 살아 움직이고, 독자는 글과 함께 길을 걷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나를 위한 글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건네는 글인 에세이의 경우, ‘누구를 위한 글인가?’라는 질문이 글쓰기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독자의 눈으로 내 글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흐름을 만드는 것. 이것이 감성적인 글이 실용적인 글이 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