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계약 출판의 장단점

다양한 출판 방법 1

by 김경희

<함께 걷는 책의 여정>


책을 낸다는 것은 혼자 걷는 길처럼 보이지만, 그 여정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발걸음이 함께한다. 처음에 작가의 마음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문장은 시작점이 되지만, 그 문장이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나기까지 수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계약 출판은 작가와 출판사가 나란히 걷는 길이다. 출판사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함께 한 권의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 이는 단순히 종이에 인쇄된 문장을 넘어, 누군가의 마음이 세상에 닿기까지의 길이기도 하다.


계약 출판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출판사가 먼저 주제를 기획하고, 그에 어울리는 작가를 찾아 글을 의뢰하는 방식이다. 흔히 ‘기획출판’이라 불리는 이 방법은 출판사의 기획력과 시장의 흐름을 반영해 책을 만들어간다. 다른 하나는 작가가 원고를 완성해 먼저 투고하고, 출판사가 그 글의 가능성을 받아들여 출간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계약을 기반으로 하기에, 계약 출판이라는 범주에 속한다.


혼자 책을 내는 자비출판이나 유통까지 책임지는 독립출판과는 달리, 계약 출판은 ‘함께 만든다’는데 깊은 의미가 있다. 출판사는 원고를 다듬고, 디자인을 고민하며, 유통과 마케팅까지 감당한다. 작가는 그 사이에서 좀 더 본질적인, 글이라는 세계에 집중할 수 있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올 때, 그것은 작가 혼자의 작품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어우러진 공동의 결과물이 된다.


책 낸다는 꿈을 품는 순간, 작가는 조용히 고민에 빠진다. 이 글을 나 혼자서 끝까지 끌고 갈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세상에 내보낼 것인지. 그 갈림길에서 계약 출판은 ‘같이 걷는 길’로 다가온다. 내 안에서 맴돌던 문장이 편집자의 손을 거쳐 더 멋진 형체를 갖추고,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일. 그 길에 동행자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든든한 일이다.






계약 출판의 장단점


계약 출판은 작가에게 많은 것을 준다. 무엇보다 든든한 파트너가 있다는 사실. 그 파트너는 원고를 함께 읽고, 문장의 숨결을 살피며, 표지 디자인과 유통,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에 손을 보태준다. 작가는 오롯이 글에만 집중할 수 있고, 자신이 쓴 이야기가 누군가의 믿음 위에서 책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은 글 쓰는 이에게 깊은 위안이 된다.


또한, 출판사의 유통망과 홍보력이 더해지면, 혼자서는 닿기 어려운 독자와의 만남이 가능해진다. 책이 서점에 놓이고, 누군가 그 책을 펼쳐 읽는 순간, 문장은 조용히 타인의 삶 속으로 스며든다. 이런 반응은 인세라는 숫자로 돌아오는데, 그 안에는 "당신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라는 따뜻한 응답이 함께 담겨 있다.


하지만 함께하는 길이기에, 때때로 조율이 필요하다. 계약 출판은 작가의 창작을 무한히 존중하되, 그 자유를 현실과 조화시킨다. 글의 톤이 다듬어지고, 표현이 조절되며, 시장의 흐름에 맞춰 구성이나 내용이 일부 바뀌기도 한다. 작가 고유의 언어가 출판사의 기획 아래 조금씩 색을 달리하는 일도 있다. 이런 변화는 아쉬울 수도 있지만, 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나 역시 첫 책을 쓰며 편집자와 문장의 표현을 두고 여러 차례 의견을 주고받았다. 차분한 분위기로 쓴 문장을 조금 더 밝고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바꿔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당황했고,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편집자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그 과정은 마치 서로 힘 겨루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감정이 상한 나는 출간을 포기하려고까지 했지만, 남편의 설득 끝에 결국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책이 세상에 나오고 나서야 깨달았다. 출판사에서 제안했던 수정을 따른 부분이 지금까지도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 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을. 출판사의 편집자는 나보다 훨씬 더 독자의 언어에 가까운 문장을 쓰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물론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있다.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느낌 일부가 책에 담기지 못했다는 사실은 지금도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계약 출판은 때때로 현실적인 고민도 동반한다. 계약서에 적힌 인세율, 초판 부수, 계약 기간, 정산 주기 같은 항목은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 글을 쓰는 마음은 감정의 영역이지만, 계약은 숫자와 조건의 영역에 놓여 있다. 책이 생각만큼 팔리지 않으면 출판사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생기고, 작가가 마치 책을 팔아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들기도 한다.


특히 자금력이 크지 않은 중소형 출판사나 1인 출판사의 경우, 부담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기획 초기부터 예상 판매 부수를 묻거나, 홍보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노골적으로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 출판사 역시 사업체이기에 손해를 피하려는 태도는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현실 앞에서 작가가 느끼는 부담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럼에도 가능하다면, 나는 계약 출판이라는 길을 기꺼이 택하겠다. 그것은 단순히 효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서로의 언어를 존중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마음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 길의 끝에는 나 혼자서 도달할 수 없었던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책은 혼자 쓰지만, 혼자 만들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함께한 모든 손길과 마음들, 그것이 바로 계약 출판이라는 여정이다. 그 길을 누군가와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생각하게 된다.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노라고. 그리고 이 길 위에 서 있기를 참 잘했다고.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