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의 다양한 방법 3
<필요한 만큼만 만들 수 있는 책>
책을 내는 방법에는 여러 갈래가 있다. 누군가는 거대한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고, 또 누군가는 조용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만든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POD라는 새로운 문을 연다. POD, 즉 주문형 인쇄 방식(Print On Demand)은 꼭 필요한 순간, 필요한 만큼만 책을 만들어낸다. 이름도, 자본도, 인맥도 필요 없다.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 하나면 시작할 수 있다.
POD 출판은 전통적인 출판의 복잡한 구조에서 벗어난다. 원고를 완성한 뒤, 일정한 양식에 맞춰 파일을 만들고, 부크크·퍼플·에브리북·교보문고 POD센터 같은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된다. 작가는 표지를 직접 디자인하거나 템플릿을 활용할 수 있으며, 내지도 편집 툴을 통해 스스로 조율할 수 있다. 물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책의 모든 요소에 온전히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POD는 자율성과 창조성이 공존하는 방식이다.
POD 출판은 어느새 ‘자가 출간의 시대’를 열고 있다. 예전 같으면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을지도 모를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이제는 책으로 태어난다. 한 사람의 내밀한 고백, 손글씨로 쓴 시집,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에 덧붙인 짧은 문장들... 그런 이야기들이 POD를 통해 빛을 본다. 거대한 대중이 아닌 단 한 명의 독자를 향한 문장이, 오히려 더 깊고 진하게 마음을 울릴 때도 있다.
누구나 책을 만들 수 있는 시대. 그 말은 곧,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POD 출판은 그 가능성을 우리 손에 쥐여준다. 상상 속의 책이 손에 잡히는 순간, 마음속에 품었던 이야기는 현실의 질감을 얻는다. 그제야 깨닫게 된다. 책이란 반드시 많아야 빛나는 것이 아니며, 꼭 유명해야 읽힐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POD 출판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1단계- 원고 작성 및 편집
2단계- 책 디자인
3단계- ISBN 등록 (선택 사항)
4단계. POD 플랫폼에 출판 신청(원고 업로드)
5단계. 검수 및 승인
6단계. 인쇄 및 유통의 시작
POD 출판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플랫폼 웹사이트 주소를 기록해 둔다.
퍼블리원 (퍼플/PubPle) https://product.kyobobook.co.kr/pod/main
에브리북 https://jamobook.com/brand-book/
북큐브 POD https://www.bookcube.com/
교보문고 바로출판 POD https://product.kyobobook.co.kr/pod/introduce
POD 출판의 장단점
POD는 작가 스스로 책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지닌 방식이다. 가장 큰 장점은 ‘재고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책을 미리 대량 인쇄할 필요 없이, 주문이 들어오는 만큼 한 권씩 인쇄되어 발송된다. 책이 쌓일 공간도, 인쇄비를 미리 부담할 이유도 없다. 그러니 초판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고(디자이너의 표지를 선택하면 비용이 들지만, 자체 제작하면 제작비가 없다), 단 한 권만 팔려도 손해가 아니다. 시도 자체가 존중받는 구조다. 무엇보다 속도 면에서 강점이 있다. 원고만 준비되어 있다면, 1~2주 안에 책이 세상에 나온다.
하지만 단가가 높아 책값이 비싸지고, 수익은 적어진다. 또한 모든 과정을 작가가 직접 해야 하기에 쉽지 않다. 편집, 디자인, 파일 정리 등 글쓰기 외의 작업이 작가를 기다린다. 잘못 만든 내지 한 장, 어긋난 여백 한 줄이 어색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유통 역시 온라인 중심이며, 오프라인 서점 진입은 어렵다. 북 콘서트나 굿즈 이벤트 같은 출판사 기획은 기대하기 어렵다.
장단점이 명확한 출간 방식이지만 나는 오히려 이 불완전한 방식에 위로받았다. 성공과 실패, 대박과 쪽박 사이에서 POD는‘내 글을 책으로 만들어보는 일’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책이란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형태이고, 그 마음이 닿는 방식은 반드시 화려할 필요는 없다. 때론 조용한 길이 더 오래 기억된다.
나는 공저로 참여한 두 권의 책과 한 권의 시집을 POD 방식으로 출간한 경험이 있다. 특히 8인의 작가가 함께 쓴 원고를 반복해서 읽고 교정하며 배열했던 시간은 쉽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편집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이후 51명의 블로그 작가들이 쓴 원고를 편집팀과 함께 교정할 때도 그 노하우는 큰 도움이 되었다. 정성을 다해 만든 책이 종이책으로 세상에 나올 때, 마음 한편이 따뜻하게 차오른다. 책은 그 안에 쏟은 노력만큼 독자들의 격려와 응답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