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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의 장단점

다양한 출판 방법 2

by 김경희

<혼자 만드는 책>


단어에서 느껴지듯, 독립출판은 작가 스스로 출판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출판사와 계약도, 이름난 간판도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순수하게, 더 솔직하게 나만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은 결코 쉽지 않다. 글 쓰는 일은 물론, 편집과 디자인, 인쇄와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막막하고, 때로는 외롭다. 하지만 이 모든 시간이 고스란히 책에 스며든다.


마음에 쏙 들 때까지 고쳐 쓰고 다듬은 문장들을 품에 안고 며칠을 씨름하다 보면, 어느 순간 책은 천천히 주인을 닮아간다. 그렇게 완성된 한 권의 책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다. 그것은 만든 사람의 애장품이고, 기록이며, 이야기가 가장 진실하게 담긴 형태가 된다.


독립출판은 거창한 용기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흘러넘치는 마음을 책에 담아내고 싶어서 시작된다. 독립출판을 통해 나온 책은 누군가의 책상 서랍에 오래 머물 수도 있고, 동네의 조용한 독립서점 구석에 살며시 꽂혀 있을 수도 있다.


독립출판을 위한 첫걸음은 책의 주제와 장르, 콘셉트를 정하는 일이다. 그다음 스스로 원고를 퇴고하며 문단을 정리하고 오탈자를 수정하며 페이지 구성을 다듬어야 한다. 편집 프로그램인 인디자인(InDesign) 등을 활용해 책 속 내용을 디자인하고, 표지는 직접 제작하거나 디자이너에게 의뢰할 수 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면, 인쇄소에 소량 인쇄를 의뢰해 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완성된 책은 독립서점에 입점을 신청하거나, 블로그나 SNS, 스마트 스토어, 텀블벅 같은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다. 독립출판 북 페어나 프리마켓에 참여하면 독자와 직접 만날 기회도 생긴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출판사 등록을 하면 ISBN을 부여받을 수 있으며, 출판사 등록 없이 개인 출판자로서 ISBN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모든 과정을 작가 혼자 도맡아야 하기에, 독립출판은 그 자체로 온전한 창작의 여정이 된다.






독립출판의 장단점


독립출판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자유로움에 있다. 누구의 허락도, 출판 시스템의 복잡한 절차도 없이, 단지‘쓰고 싶다’라는 마음 하나로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쓰고, 내가 만들고, 내가 책임지는 책이기에, 모든 것이 내 손에서 시작된다. 원하는 이야기를, 원하는 형식으로, 나만의 속도로 펼쳐낼 수 있다. 실험적인 시도도 가능하고, 아주 사적인 이야기라도 멈출 필요가 없다. 글뿐 아니라 디자인과 구성, 표지에 담긴 작은 디테일까지 오롯이 쓰는 사람의 취향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유는 때로 무겁게 다가온다. 편집과 디자인, 유통과 홍보까지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애써 책을 만들어도, 그것을 세상에 소개하고 알리는 일은 또 다른 능력을 요구한다. 독립출판은 단지 글만 잘 쓴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작가이면서 동시에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가 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세상은 여전히 ‘혼자 낸 책’에 대해 다소 낯선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 정식 출판사가 아닌 개인 출판이라는 이유로 진심이 가볍게 여겨지기도 하고, 소규모 제작이라는 이유로 작품의 밀도가 오해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 길을 묵묵히 걷는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내 이야기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주 작은 울림이 누군가의 삶에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독립출판은 외롭지만, 결코 헛되지 않다. 고요하고도 분명한 여정은 책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나를 남기는 가장 용기 있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조용해도, 책이 누군가에게 닿는 순간 작은 등불이 된다. 세상이 비추지 않는 틈에서 나만의 빛을 지키고 싶은 이들에게, 독립출판은 여전히 유효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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