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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하락에서 배운 마음의 법칙

8화

by 김경희

수익의 달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며칠 사이에 화면 속 빨간색 숫자가 어느새 파란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10.8%. 손끝이 떨려 휴대폰을 켰다 껐다 반복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흘 사이에 -38%까지 내려갔다. 손실금이 400만 원 가까이 되었다. 마이너스가 계속될수록 당황과 실망이 뒤섞였다.

‘왜 자꾸 내려가기만 하는 걸까?’


초조함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지금 상황을 보면 주식을 시작하고 4개월 동안의 수익과 손실은 차이가 없었다. 마이너스 38%까지 떨어진 지금 손절하고 나간다면, 결국 이익도 손해도 없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오직 4 개월의 시간만 허무하게 흘렀을 뿐이다.


나라 안과 밖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주식장이 크게 무너질 거라는 뉴스들이 돌았다. 손절해 버릴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끝까지 견뎌보기로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주식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을. 빨강 캔들과 파랑 캔들이 오가며, 내 조급함과 욕심, 두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 주식장이라는 것을.


하락장이 연일 이어졌다. 오늘은 얼마를 벌었다고 남편과 딸에게 자랑하며 들뜨던 마음이 물에 젖은 솜처럼 푹 가라앉았다. 자꾸 불안해지는 마음에 유튜브 영상을 몇 시간이고 돌려봤다.

“이럴 때 절대 매도 금지, 오히려 하락장이 기회입니다.”


나보다 주식을 한참씩이나 오래전에 시작한 그들, 전문가적인 포스가 풍기는 그들의 목소리는 설득력 있으면서도 공허하게 들렸다.

‘젠장! 그 말을 믿으라고? 투자금이 다 묶여버린 지금 이 상황에서?’


경제 뉴스조차 불안감을 덧붙였다. 하루가 멀다고 시장이 요동쳤지만,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흔들릴 때마다 호흡을 고르고, 매수와 매도는 계획대로. 데이터와 원칙만 믿자. 다음 날부터 뉴스와 유튜브보다, 계좌 속 숫자보다, 내 판단과 원칙에 집중했다. 불필요한 정보는 의식적으로 차단했다. 초조함이 사라졌다.






두 달. 길게 느껴지던 시간 동안, 주식은 흔들리는 마음을 겨우 붙들어 주었다. 급락하던 종목이 조금씩 반등하기 시작했고, -10%대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잔고가 회색에서 파랑으로, 파랑에서 빨강으로 바뀌었다. 원금을 회복하고, 결국 수익으로 전환되는 순간, 나는 알았다. 투자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마음을 단련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두 달 동안 조급함과 두려움, 욕심 속에서 마음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흔들리면서도 기다린 시간이 수익으로 이어졌다. 주식이 가르쳐준 것은 단지 금융 기술이 아니다. 흔들림 속에서 중심을 지키고, 불안과 초조 속에서 원칙을 지키며 기다릴 줄 아는 삶의 태도였다.


두 달간의 하락장은 시험이었지만, 시험 덕분에 심장이 조금 더 강해졌다. 주식 비중이 컸던 주식에서 이백만 원 넘게 이익금이 늘었다. 바로 익절 했다.(익절이라 함은 이익이 나서 주식을 판매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손절 한 주식도 있었다. 전체적인 투자금으로 보면 이익이었지만 손절한 항목이 생기자 마음 다잡고 차트와 재무제표, 용어들을 하나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성공적인 투자를 이룬 사람들의 인터넷 강의와 블로그 글을 꼼꼼히 메모했다. 단순히 수익과 손실 사이에서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판단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했다. 주식은 이제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그것은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 결정하고 내 돈에 책임지는 법을 배우는 훈련장이었다. ISA 계좌에 담긴 숫자가 더 이상 단순한 금액이 아니라, 내 삶의 균형과 마음의 안정, 그리고 성장의 기록처럼 느껴졌다. 오늘도 다시 한번 화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이번에는 조금 더 똑똑하게, 조금 더 침착하게.”


이런 마음을 먹고 주식 장에 들어서도 언제나 흔들린다. 파도치는 바다처럼 주식 장도 매일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식 창에 올라와 있는 항목들은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잡히지 않으려고 팔딱거린다. 어느 날은 잔잔하던 수익이 어느새 폭풍우처럼 요동치고, 가슴은 파도에 휩쓸리는 배처럼 흔들린다. 어제의 상승이 오늘의 하락으로 바뀌고, 잠시 회복되는 듯하던 금액이 또다시 미끄러져 내려간다.


바다는 결코 한결같지 않고,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왔다가 밀려가고, 물고기들이 바닷속을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헤엄치는 것처럼 주식도 날마다 움직이는 생물 같다. 이런 바다에서 순간의 폭풍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낄 즈음, 우연히 한 동영상이 내 마음을 자극했다. 화면 속 목소리는 단호하게 말했다.


“1억을 벌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1억을 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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