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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귀신 작전

7화

by 김경희

집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자니 심심하고, 용돈이라도 벌어야겠다며 시니어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니겠다는 동생에게 전화 걸었다.

"경실아! 주식을 해보면 어때?"

“언니, 그거 망하는 지름길이야. 큰 언니 꼴 나고 싶어서 그래?”

동생은 단호하게 손사래 쳤다.


나는 피식 웃으며 반박했다.

“아니야! 언니는 사기를 당한 거고, 내가 해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매일 사고팔며 수익금을 적어둔 노트를 사진 찍어 카톡으로 보냈다.

“이거 내가 열흘 동안 수익 낸 기록이야. 한번 읽어봐. 너는 수학과 출신이니까 주식 공부하면 나보다 더 잘할 것 같아.”


잠시 후 동생이 전화했다. 목소리는 어색하게 들뜨고, 동시에 의심이 섞여 있었다.

“언니가 올해 운이 좋대. 신문에 소띠가 운 좋다고 쓰여 있더라. 그래서 언니가 수익이 나는가 봐.”

나는 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뭔 소리야. 이건 운이 아니라, 시간을 들인 만큼 결과가 나온 거야.”

“나는 아무래도 어렵겠어. 마음이 내키지 않아.”

동생의 불안과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 나는 물귀신이 되어 설득을 이어갔다.

“그래, 나도 처음엔 그랬어. 근데 수익이 나잖아. 뭐 하러 그 나이에 밖에 나가 힘들게 일하려고 해? 건강도 좋지 않으면서. 저축해 둔 돈 조금만 헐어서 주식으로 짬짬이 벌고, 나머지 시간엔 책 읽고 쉬고 운동을 해. 내가 종목을 추천해 줄 테니까 딱 한 주씩만 사봐. 연습 삼아 하는 거야.”

“알았어. 생각해 볼게.”


사흘 뒤, 동생은 조심스럽게 내가 추천한 종목을 한 주씩 사기 시작했다. 주식의 ‘주’자도 몰랐던 동생을 투자 세계로 끌어들인 것이다. 피노키오를 꾀어내던 여우처럼. 동생은 나를 따라 주식을 시작한 후로 주식 호가창을 보며 화면 속 숫자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주식시장에 발을 내딛는 건 무섭고 두렵기만 하던 동생이, 어떻게 내 말을 믿고 따라온 걸까. '꾸준한 결과지'와 ‘시간을 들이면 결과가 나온다.’는 현실적인 설명이 마음을 움직였던 걸까?





첫날, 동생은 매수 버튼을 눌렀을 때 긴장했다고 했다. 화면 속 숫자가 바뀌는 순간, 작은 경련처럼 손이 떨렸고, 주가 변화를 지켜보면서 숫자가 올라가고 내려갈 때마다 심장이 요동쳤단다. 동생이 주식에 입문한 지 이틀 뒤에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했다.

“언니… 이거, 진짜 돈이 벌리는 거야?”

“그래! 시간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거야.”


그 순간 우리는 함께 긴장했고, 동시에 놀라움과 설렘을 공유했다. 작은 수익에도 깜짝 놀라고, 예상치 못한 등락에는 숨이 막히는 듯했다. 화면 속 숫자는 단순한 돈이 아니라,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팔딱거리며 움직이는 생물이었다.


하지만 동생과 나는 투자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다. 나는 약간 통이 큰 편이라-사실 통이 크다기보다 단순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결정을 내리면 두 눈 질끈 감고 바로 매수 버튼을 누른다. 설령 팔고 나서 주가가 더 오르더라도, ‘여기까지가 내 복이야’라며 뒤돌아보지 않는다. 반면 동생은 달랐다. 매도할 때 늘 망설였다. 조금 더 오르면 팔아야지 하다가 결국 주가가 내려 물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어느 날, 동생이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언니… 이거 진짜 오르는 거 맞지?”

“맞아, 조금만 기다리면 더 오를 수도 있어. 마음 졸이지 마, 네 페이스대로 하면 돼.”

차차 동생도 주식 용어를 익히며 자신감을 얻었고, 나는 동생의 눈빛 속 설렘과 긴장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 후로 갑작스러운 급등에 동생이 소리를 지르며 손을 떨던 순간, 나는 웃었다.

“봐, 조금만 투자해도 이렇게 짜릿한 경험이 되는 거야.”

주식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우리를 긴장과 놀람 속으로 끌어들인 모험이었다. 서로의 화면 속 숫자를 확인하며 웃고, 때로는 조마조마 떨고, 초심자의 행운을 경험하며 조금씩 이 낯선 세계를 탐험해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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