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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매매

26화

by 김경희

처음 주식 차트를 열었을 때, 그것은 복잡한 미로처럼 보였다. 빨간 캔들과 파란 캔들이 얽혀 있었고, 그 속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혹시 무언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하나로 매일 밤 차트를 열었다. 처음엔 봉 하나하나가 장식처럼 보였다. 어떤 날은 오르고, 어떤 날은 내렸다. 이유를 몰랐지만, 그 불확실함에 마음이 오히려 끌렸다.

유튜브에서 ‘차트 매매법’을 검색하니 수십 개의 영상이 쏟아졌다.

“초보자도 하루 만에 이해하는 캔들 패턴”

“이평선만 알면 수익 난다”

“삼봉이 뜨면 무조건 매수!”


그중 한 채널의 강의를 들었다. 엘리어트 파동 이론을 바탕으로 숫자와 선, 캔들의 움직임을 설명했다. 처음엔 ‘컵 위드 캔들’, ‘이평선’, ‘매물대’, ‘삼봉’, ‘삼중 바닥’ 등 낯선 용어들이었다. 그러나 한 달, 두 달 지나자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선과 봉, 점과 음영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심리의 지도였다. 유튜버는 자주 말했다.

“이평선은 주식의 체온이에요. 체온이 올라가면 상승, 내려가면 냉각입니다.”

앞에서 말했듯, 주식을 사고팔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산업의 흐름을 읽고, 기업의 재무상태를 살피며, 시장의 분위기와 종목 관련 뉴스를 챙겨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트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차트는 기업의 ‘주가 이력서’다. 그 기업이 지나온 시간과 시장의 평가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런 복잡한 정보를 모두 내려놓고, 오직 차트의 모양만으로 매매하는 이들도 있다. 그것을 ‘차트매매법’이라 부른다. 기업의 실적이 어떻든, 뉴스가 호재든 악재든 상관없이, 단지 차트가 보여주는 흐름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주식은 결국 사람의 심리가 만든 파도이고, 차트는 그 파도가 지나간 흔적이다. 차트를 읽는다는 건 곧 시장의 마음을 읽는 일과 같다. 하루의 움직임이 모여 하나의 선이 되고, 그 선들이 모여 리듬을 만든다. 어느 날은 잔잔하고, 또 어느 날은 거칠다. 그 속에서 우리는 시장의 심장박동을 듣는다.






차트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이동평균선’, 줄여서 ‘이평선’이다. 증권사 화면에서 종목을 클릭하면 5일선, 20일선, 60일선이 각각 다른 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하루하루 생겨나는 캔들이 5일선을 따라 위로 흐르면 상승세, 그 선이 꺾이면 20일선이나 60일선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처음엔 단순한 선 몇 개가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익숙해지면 그 안에서 시장의 호흡이 느껴진다.


특히 5일선이 가장 위에 있고, 그 아래로 20일선, 그 아래로 60일선이 차례로 자리한 상태를 ‘정배열’이라고 부른다. 이때의 차트는 마치 바람결이 고르게 흐르는 잔잔한 바다 같다. 정배열된 주식은 비교적 안정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평선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선의 교차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감정선을 읽는 일이다. 초보자라면 복잡한 분석보다 이평선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며 시장의 리듬을 느껴보길 권한다. 숫자 너머에도 사람의 마음이 흐르고, 그 마음이 만들어낸 파도가 바로 주식이니까.


5일선은 가장 예민하게 살아 있는 선이다. 캔들의 몸짓에 가장 가까이 붙어 다니며, 마치 숨결을 함께 나누는 연인처럼 움직인다.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캔들은 언제나 5일선을 향해 되돌아온다. 그래서 5일선은 진입과 이탈의 기준, 시장의 맥박이라 불린다. 너무 멀어지면 다시 끌려오고, 너무 붙으면 이내 밀려나듯, 시장의 리듬은 이 선 위에서 고요히 숨 쉰다.


20일선은 초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기댄다. ‘생명선’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 선이 무너지면 투자자들의 마음도 함께 흔들리기 때문이다. 대부분 투자자가 이 구간에서 결정을 내리고, 세력과 기관의 심리 또한 여기에 맞물린다. 그래서 5일선이 20일선에 닿는 순간은 언제나 긴장감이 감도는 자리다. 그곳은 시장의 첫 관문이자, 개인의 인내가 시험받는 자리다. 개인 투자자가 극복해야 할 것은 심리선인 20일 선이다.

60일선은 세력의 숨은 발자국이 남는 곳이다. 단기와 중기의 경계선, 시장의 변곡점. 이 구간에서는 매수든 매도든 강한 거래량이 터지며, 짧은 호흡의 투자자가 물러나고, 긴 호흡의 투자자가 들어선다. 세력은 이 선을 경계 삼아 움직이며, 조용히 시장의 판을 바꿔놓는다.


120일선은 가장 깊은 숨을 가진 선이다. 시간의 무게를 견디며 흐르는 중장기의 강물, 흔히 경제의 기운을 뜻하는‘경기선’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다. 이 구간에서 주가가 저항을 받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니라 시장이 스스로 정화하는 과정일 것이다. 이 선 아래에서 매수한 자는 오랜 기다림 끝에 큰 수익으로 시장의 보답을 받는다. 그래서 120일선은 단순한 기술 선이 아니라, 기다림의 철학이 깃든 자리다.

이평선 중에서도 가장 많이 보는 신호가 바로 ‘골든크로스’다. 5일선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와 20일선을 돌파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상승 전환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때 거래량이 함께 늘어난다면 매수 타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골든크로스가 진짜 신호는 아니다. 주가가 이미 크게 오른 뒤에 나타난 골든크로스는 오히려 단기 과열 구간일 수 있고, 늦게 따라잡으면 되려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차트는 언제나 참고 자료일 뿐, 맹신해서는 안 된다.






모든 차트가 이론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차트의 구조와 흐름을 익혀두면, 매수와 매도의 시점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결국, 차트 매매법은 책이나 강의로만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실제로 시장에 들어가 손실과 수익을 오가며 체득해야 비로소 몸에 밴다.


차트에서 일봉, 주봉, 월봉, 더 멀리 연봉까지 열어보면 종목의 인생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르고 내리고, 버티며 다시 오르는 시간들.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는 싸고 떨어지는 주식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식은 싸다고 좋은 것이 아니고, 떨어진다고 다 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오르는 추세에 올라타야 수익이 난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돈의 흐름이 있다. 그래서 일봉상의 차트가 위로 향하는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초보자일수록 일봉보다 주봉, 월봉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까이만 보면 작은 오르내림에 휘둘리지만, 멀리 보면 큰 흐름이 보인다. 처음엔 하루에도 몇 번씩 차트를 봤다. 그러나 매번 내가 들어가면 주가는 꺾였다. 실패를 반복하며, 이미 경험을 쌓은 투자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모든 경우가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발자취는 초보자에게 유용했다. 길을 개척하기보다 누군가를 따라간다는 것은, 발등의 등불 같았다. 그들의 조언 덕분에 완전히 어둡지 않은 길에서 조금씩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차트 매매는 결국 기다림의 훈련이다. 캔들이 20일선에서 5일선으로 올라올 때까지, 거래량이 터질 때까지 숨 고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기다림을 배우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손끝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제는 이평선이 교차하고, 캔들이 반전하는 순간을 기다린다. 하루 한 번, 종가가 마감된 후 차트를 훑으며 하루의 감정을 정리한다. 이평선이 위로 올라가면 마음이 편안하고, 아래로 꺾이면 마음도 주춤한다.

차트 매매법을 주력으로 하지는 않지만, 종목의 흐름을 파악할 때는 반드시 차트를 참고한다. 특히 두 개의 봉우리가 이어서 피어나는 시점은 주가의 상승 신호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타점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의 매매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안겨주곤 했다. 봉우리 사이의 간격과 거래량, 캔들의 모양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단순히 직감에 의존하기보다 데이터와 흐름을 바탕으로 매수와 매도 시점을 결정한다. 때론 직감에 의존해서 좋은 결과가 있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직감은 차트 보는 눈의 그림자일지도 모르겠다. 두 가지가 맞아떨어질 때 시너지 효과가 있으니까. 이건 나만의 개똥철학이다.

이제는 하루하루의 작은 변동보다, 중장기적인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반복 패턴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두 개의 봉우리, 즉 연속 상승 신호가 나타나는 순간마다 마음이 설레지만, 동시에 차분히 기다릴 줄 아는 여유도 생겼다. 결국, 차트는 단순한 투자 도구를 넘어, 시장과 마음을 동시에 읽는 연습의 장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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