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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매매

28화

by 김경희

단타라고 하는 단기 매매는 짧은 시간 안에 사고파는 일이다. 몇 분 만에 거래가 끝나기도 하고, 길어야 오전이면 이미 수익과 손익이 결정된다. 한 번의 클릭으로 이익과 손실이 오가는 세상, 그래서 단타는 ‘순간의 예술’이라 불린다. 처음엔 단타를 무모한 도박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여러 번의 실패와 관찰 끝에 알게 되었다. 단타는 운이 아니라 시장의 리듬을 감각으로 읽고, 밀려오는 파도 위를 서핑하듯 주식의 시세를 타고 내리는 것과 같다는 것을.


단타는 돈의 흐름을 따라 걷는 일이다. 그래서 오전 9시,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그날의 공기를 읽어야 한다. 어제보다 거래가 몰리는 테마는 무엇인지, 오늘 사람들의 시선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를 느껴야 한다. 장기 투자가 기업의 가치를 믿고 ‘시간’을 사는 일이라면, 단타는 오직 그날의 ‘관심’과 ‘에너지’에 투자하는 일이다. 기업의 본질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시장이 어디로 쏠리는가를 알아야 한다.


오늘 가장 주목받는 테마, 가장 뜨겁게 거래되는 종목에 돈이 모인다. 시장의 흐름은 늘 사람들의 관심이 닿는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진짜 단타 꾼은 눈에 불을 켜고 ‘그날의 주인공’을 찾아낸다. 수많은 종목 중에서도 거래대금이 가장 활발하고, 관심이 집중된 한 종목이 오늘의 무대가 된다.


단타는 결국 순간의 기술이다. 찰나의 판단과 재빠른 행동이 박자처럼 맞아떨어져야 한다. 단 몇 초의 주저함이 수익과 손실을 가른다. 그래서 단타는 차트를 보는 눈에 ‘시장을 느끼는 감각’이 더해져야 한다. 돈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이 만들어내는 리듬 위를 정확한 타이밍으로 딛는 일, 그것이 단타의 본질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테마로 움직인다. 하루는 AI, 다음 날은 로봇, 또 어떤 날은 원전. 그 안에서 대장주가 생기고, 뒤이어 따라가는 종목들이 생긴다. 올가을, 로봇 관련 종목들이 폭발적으로 올랐다. 거래대금 상위 종목 중 하나인 방산 대장 주를 지켜봤다. 전날 장대 양봉을 세우고 거래량이 터졌던 종목이었다. 아침 9시, 시장이 열리자 주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9시 5분, 눌림목이 잠시 생기더니 다시 치고 올라가는 흐름이 보였다. 오백만 원어치를 샀다. 그리고 정확히 9시 22분, 7.8% 상승한 시점에서 매도했다. 15분 만에 39만 원의 수익을 냈다. 손끝이 떨렸고, 심장은 두근거렸다. 오후에 주가가 다시 내려가다 오르길래 다시 매수 버튼을 눌렀다. 1시간이 지나서 5.6%가 상승했다. 1시간 만에 28만 원의 수익이 더해졌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같은 종목에서 하루에 두 번이나 단타를 성공한 날이었다.


내심 의기양양한 마음으로 다음 날도 같은 종목에 다시 베팅했다. 전날처럼 주가가 또 한 번 치솟을 것 같은 흐름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주가는 순식간에 내리막을 탔고, 불과 몇 분 사이에 8.79%가 빠졌다. ‘어, 어어…’ 하는 사이, 43만 9천 원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사라진 돈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욕심이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았다.


마음을 다잡고 손절 버튼을 눌렀다. 다음 날, 주가는 예상대로 5%나 더 떨어졌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운에 기대어 움직인 욕심 탓에 손실은 피할 수 없었지만, 더 큰 낭패를 막은 것은 다행이었다. 단타는 언제나 이렇게 냉정함을 요구한다. 흔들림 속에서도 감정을 다스리고, 손익의 경계에서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냉정함이야말로 단타의 유일한 방어이자 기술이다.






단타를 자주 하는 것은 아니다. 몇 번의 경험이 있다. 경험상 단타는 조금만 더, 수익 내보자는 마음이 수익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물론 원칙을 세워도 감으로 시장의 흐름을 따라갈 때가 있다. 하지만 원칙이 없다면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주식은 기술의 싸움이 아니라, 심리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단타 매매로 하루 10만 원의 수익을 꾸준히 낸다면, 계산상 한 달에 200만 원이라는 매력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목표를 달성하기에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단타는 매일 거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약속이 있거나, 일이 있는 날은 주식시장에 들어가지 못한다. 지수가 낮거나 시장에 활력이 없는 날은 애초에 매수할 종목을 찾을 수 없는 '침묵의 날'이 된다. 그래서 단타는 기회가 올 때 가끔 맛보는 매매법이다.


초심자였을 때는, 현금을 주식 계좌에 가만히 두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은 강박에 시달렸다. 시장의 흐름은 살피지 않고 어떤 종목이든 사야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었다. 그 결과, 의도치 않게 '중기투자'가 되는 일이 빈번했다. 투자금이 길게 묶여 수익을 내지 못하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믿기지 않게 40% 이상 급락하는 종목을 멍하니 지켜보기도 했다.


'언젠가는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버티다가, 본전 근처에 도달하면 다시 추락할까 두려워 허겁지겁 팔아 버리곤 했다. '손절(損切)'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매매의 철학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겪은 수업료였다. 이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살 종목이 눈에 띄지 않으면 사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손해를 피하고 ‘시드 머니(Seed Money)’를 지키는 가장 견고한 방법이라는 것을. 숱한 실수 끝에 현금도 하나의 종목으로 여겨야 한다는 기준을.


요즘은 주식시장에 들어갈 상황이 되는 아침이면 이런 루틴을 지킨다. 시장 개장 10분 전, 거래대금 상위 종목을 살피고, 뉴스와 공시를 통해 어떤 흐름에 돈이 몰리는지 확인한다. AI가 강세면 AI를, 조선이 움직이면 조선을, 반도체가 뜨면 반도체를 본다. 그 안에서도 가장 거래가 활발하고 상승률 높은 종목, 즉 대장 주를 고른다. 대장 주는 후발 주보다 손실이 적고 손실이 난다 해도 크게 나지 않고 다시 상승세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끼 있는 종목들의 유혹에 빠지기도 하지만 되도록 대장 주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자칫 유혹에 빠져 후발 주에 들어가 손실을 본 적이 있다. 대장 주가 멈칫할 때 ‘이제는 이 종목이 오르겠지’ 싶어 들어갔지만, 곧장 하락이 시작됐다. 빠지는 것도 대장 주보다 훨씬 많이 빠졌다.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단타는 누가 먼저 들어가느냐보다, 언제 빠져나오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단타를 하다 보면 매일 시장의 결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어제는 뜨겁던 종목이 오늘은 식어버리고, 어제 조용하던 종목이 오늘은 뜨겁다. 그래서 매일 아침은 심장이 뛰는 전쟁터 같다. 요즘은 몇 시간 만에 사고파는 단타보다, 1~2주 정도의 시간을 두고 흐름을 읽는 단기 매매법을 익히고 있다. 어떤 주식이든 오르고 내리는 파동을 그리며 움직이기 마련이기 때문에, 주식의 리듬을 타는 방식으로 매매한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매수하고, 일정 부분 수익을 낸 뒤 하락 신호가 보이면 매도하는 식이다.


이렇게 두세 개의 주도 주를 중심으로 교차 매매하면, 단순히 한 종목을 오래 들고 있는 것보다 자금 회전이 빨라지고, 작은 수익이 반복되며 복리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단타보다 호흡이 길어서 순간적인 판단력이나 감각이 부족해도 실수할 가능성이 적고,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이런 단기 매매는 빠른 수익보다는 ‘흐름을 읽는 시간’을 가지면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주식시장은 변화무쌍해서 다양한 매매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타는 시장의 숨결을 거슬러 오르는 일이 아니라, 그 숨결에 맞춰 호흡하는 일이다. 이런 과정이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낚시할 때 순간의 짜릿함을 느끼는 것처럼 매력 있는 매매법이다. 잘 다룰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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