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 종목 매매법

27화

by 김경희

주식시장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수많은 종목과 숫자 앞에서 길을 잃었다. 화려한 차트, 끝없이 오르내리는 가격, 뉴스 속 테마주... 모든 것이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어디에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개미 5년, 세후 55억』의 성현우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한 종목에 집중한다. 스나이퍼처럼 목표를 정하고, 저점에서 매수하여 고점에서 매도한다.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한 전략이다.”


그의 책을 읽고 5년 동안 55억을 벌었다는 금액의 성과보다 ‘한 종목에 집중한다.’라는 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55억을 벌 자신도 없지만, 너무 많은 돈이 지금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 종목 매매법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크게 다가왔다. 성현우 의사는 생업에 집중하느라 약 3개월의 기간을 두고 한 종목을 선정해 투자했다고 한다. 복잡한 것보다, 단순함을 선호하는 성향 탓에 한 종목 매매법이 마음에 들었다. 여러 종목을 쫓으며 시간을 쓰는 것보다, 한 종목에 몰입해 흐름을 읽는 것이 훨씬 강력할 것 같았다.

한 종목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먼저 종목을 잘 골라야 한다. 단순히 유명 기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기업을 분석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지 관찰해야 한다. 성현우 의사는 이 과정을 ‘천지인(天地人) 투자법’이라 부르며 이렇게 설명한다. 천(天)은 세상의 흐름 속 유망한 분야, 지(地)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산업군, 인(人)은 대중의 관심이 몰리는 종목을 선택하라고 한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해 부합하는 종목을 찾으면 그때 비로소 투자 결정을 내리라는 것이다.


최근에 그가 말한 천지인 투자법에 따라 ‘로보티즈’를 샀다. 시장 전반이 로봇 주 섹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회사의 기술력 탄탄함을 확인했다. 뉴스를 통해 로봇은 미래의 산업이자 투자자의 투심도 살아나고 있었다. 7만 천 원대에 100주를 매수했는데, 약 두 달 뒤 20만 원대에 매도하여 29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단순한 숫자의 변동이 아니라, 시장과 기업, 그리고 나 자신의 판단이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몇억씩 투자하는 사람에 비하면 290만 원이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결코 작은 수익이 아니었다.


한 종목 매매는 기다림을 요구한다. 종목을 고른 뒤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은 쉽지 않다. 주가는 인간의 욕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심리의 거울이므로, 조급함에 휩쓸리면 기회를 놓치기 쉽다. 로보티즈를 샀을 때 한 달 가까이 내가 산 가격에서 주가는 횡보했다. 내 선택이 잘못되었는지 의심하는 날도 있었고 답답함에 마음이 무거운 날도 있었다. 그러다 한 달이 지나자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급등 과정에서도 캔들이 오르내리길 반복했지만, 저점이 점점 높아지며 시장에서 강세장을 띠었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욕심부리지 않고 수익을 실현했다. 더 많은 이익을 보기 위해 팔지 않았다가 물려 있는 종목들과 같은 꼴 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흔히 말하듯,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라는 말이 있다. 먹을 만큼만 적당히 먹으라는 말이다. 더 수익을 내기 위해 욕심을 부리면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기도 한다.






한 종목 매매법에서는 기다림과 매도 타이밍의 미세한 차이가 성공을 가른다. 매도 타이밍은 특히 어렵다. 더 기다려야 할지, 팔아야 할지 고민할 때는 결정을 내려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지경이다. 한화오션의 경우 7만 원대에 100주를 매수해 석 달 만에 9만 원이 되어 팔았다. 주가는 그 뒤로 11만 원대까지 계속 올랐다. 조금 더 수익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더 올라갈지 내려갈지 앞을 내다볼 수 없었고, 200만 원 정도의 수익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9만 원대에 도달하자 과감히 매도했다. 성현우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투자는 단순히 돈 버는 활동이 아니라 수행이다. 감정을 통제하고, 기다림을 견디며, 필요한 순간 과감히 행동해야 한다.”라고.


경험상, 한 종목에 집중하는 매매법의 장점은 분명하다. 주식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사고 싶은 종목이 끝없이 눈에 들어온다. 차트 위로 붉은 기둥들이 솟아오르며 ‘나 잡아 봐라’ 유혹하듯 흔들린다. 투자할 돈은 한정되어 있고, 욕심이 커질수록 이성은 흐려진다. 사고 싶은 종목이 늘어날수록 마음은 갈라지고, 번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세는 흘러가 버린다. 결국, 어느 종목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모든 기회를 놓치는 일이 생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오직 ‘집중’이다. 하나의 종목에 마음을 정하고 그 안에서 오르고 내림을 함께 견디는 것. 다른 종목이 아무리 붉은 옷 입고 현란하게 춤춘다 해도, 내가 선택한 종목을 믿고 지켜보는 일이다.

한 종목 매매법은 투자하는 동안 한 종목을 온전히 이해하면서 주식시장의 본질과 마주해야 한다. 숫자와 차트 뒤에 숨은 인간의 심리, 그리고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들여다봐야 한다. 집중과 절제, 기다림과 실행. 아울러 한 종목 매매법은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큰손들(세력)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세력의 심리를 알아야만 흔들리는 개미가 아니라 작은 목표라도 이룰 수 있는 개미가 될 수 있다.

주식 세계의 개미로써 바람이 있다. 나이를 더 먹어도 무용하지 않고, 스스로 경제적 활동을 지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유용한 K-아줌마가 되길 원한다. 노년기의 의미 있는 삶을 연구하고 임상 발표하는 학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죽을 때까지 노동하는 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삶이며, 그 길 위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시대마다 노동의 방식은 달라졌지만, 스마트한 세상에서 경제적 창출을 이루는 주식도 노동이다. 시간을 들이고 에너지를 쏟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단 하나의 종목을 선택해 흐름에 몰입하며, 스스로 감정 다스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주부로서 진심을 다해 투자한다는 건 단순히 돈을 불리는 일이 아니라, 내 삶과 가족의 삶에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딛는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얼마를 벌겠다는 목표보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주식의 수익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축을 세우는 일이다. 목표를 향해가는 삶보다 목적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언젠가 이웃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망설임 없이 손 내밀 수 있기를 바란다. 친구나 형제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할 때, 지갑을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여유가 있길 바란다. 무엇보다, 나이 들어 아이들에게 경제적으로 짐 되지 않고, 스스로 삶을 지탱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삶이야말로 진정한 부, 조용하지만 자립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돈을 좇기보다, 마음의 여유로움이 삶 속에 스며들기를, 그리하여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넉넉한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투자로 꿈꾸는 모습이다.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