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대하는 지상파의 자세2
음악을 비롯하여 기존 콘텐츠를 다시 접하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심리적 흐름을 ‘레트로(Retro)’라고 한다. 레트로는 추억을 의미하는 Retrospect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로, 단순히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유행이나 트렌드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레트로 열풍의 핵심은 재해석과 재탄생인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00년 드라마 <야인시대>의 배우 김영철의 ‘사달러’와 2006년 영화 <타짜>의 조연이었던 곽철용(김응수 분)의 ‘묻고 더블로 가!’의 짧은 영상이 밈으로 화제가 되었다. ‘사달러’는 드라마 20년이 지나고서도 한 기업의 광고로 다시 부활할 정도였다. 또 <무한도전>은 2000년 초반부터 2010년대 예능을 추억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네티즌들이 최근 발생한 사건과 무한도전 내 방송분과 겹치는 영상을 편집하여 ‘무한도전 예언설’ 등의 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MBC 오분순삭 채널이 10만명을 넘기기 시작한 시점이 2019년 3분기였다. 원래 MBC엔터테인먼트의 한 콘텐츠로 시작했으나, 채널독립을 하게 되었다. tvN을 비롯한 PP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보다 시청률이나 화제성 부분에서 앞서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프로그램 아카이브(Archive)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기록물 중 가치있는 기록물 자체 또는 보관하는 장소를 의미하는 아카이브는 역사가 긴 지상파 방송사만이 활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무기다.
아카이브를 활용한 방송은 크게 세 가지 장점을 갖고 있었다. 첫째, 기본적으로 2000년대 초까지 방송된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은 대부분 방송사에게 귀속되어 있다. 때문에 예전 프로그램에 대해 편집하거나 재생산하는 것에 대해 수익배분이나 저작권 침해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합펀성채널은 2011년말부터 방송을 시작했고, 케이블채널의 경우에도 대부분 2000년 이후 방송을 시작했다. 그 전 방송자료(아카이브)를 가지고 있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송사업자는 지상파방송사업자가 거의 유일하다. 마지막으로 이미 제작된 프로그램에 대해 업스케일링 등 화질개선과 자막을 넣고 장면을 수정하는 편집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에 비해서 제작비 절감 효과가 크다.
지상파 방송사는 199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인기가요>(SBS), <가요톱텐>(KBS)과 같은 이전 음악방송을 편집하여 유튜브에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SBS는 명칭을 <온라인 탑골공원>이라고 명칭하면서 화제를 낳았고, 현재는 <스브스 뉴트로>(구독자 21.2만명, 2024.5.17.기준)라는 명칭을 변경되어 업로드하고 있다. KBS의 Again 가요톱10은 2024년 5월 기준으로 구독자 73.5만명에 달한다. MBC <오분순삭>은 2024년 5월 기준으로 구독자가 159만명인데, MBC의 대표적인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과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 등을 원래 프로그램보다 짧게 잘라서 업로드하고 있다. 이외에 KBS는 1983년에 방송했던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아카이브를 활용한 KOREAN DIASPORA KBS같은 채널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는 시청자가 광고를 시청하면 광고주로부터 광고비를 받아서 그 수익의 55%를 동영상을 업로드한 크리에이터에게 지급한다. 다만 구체적인 산정방식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조회수 1번에 대해 약 2원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방송사가 IPTV 등 유료방송산업자에 제공한 TV VOD를 시청자가 시청하면 단건(PPV, Pay Per View) 하나에 2,000원이고 부가세를 포함하면 2,200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 금액을 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간의 계약서에 따라서 일정 비율별로 나누어 분배한다. 유튜브와 TV VOD의 금액 단위차이가 거의 100배 차이로 크기 때문에 오분순삭에서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콘텐츠는 가장 중요한 결말부분이 생략되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궁금증을 유발하여 TV VOD 소비로 유도하기 위함이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지속적으로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언론산업사에서 1980년대는 케이블TV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대로 평가받는다. 1981년 개국한 MTV는 음악 및 음악관련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채널로 타임 워너사의 전신인 워너 커뮤니케이션사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공동출자하여 설립한 케이블TV 방송사에 해당한다. 방송 시간의 대부분을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방영한 MTV는 당시 혜성같이 등장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뮤직비디오를 방영했는데 이것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마이클 잭슨은 음악전문방송을 하는 MTV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는다. ‘Thriller’에 녹여낸 마이클 잭슨의 뛰어난 춤과 노래가 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MTV라는 플랫폼이 대중에게 전달한 것을 당시 인정받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진 것과 유사하다.
유튜브는 지상파, 케이블TV 이상의 파급력을 갖고 있다. TV의 경우 하나의 국가 또는 인접국가 내에서 송출되었다면, 유튜브는 전세계적 이용자에게 서비스되고 있다. 유튜브는 지속적인 수익확보를 위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유튜브는 커머셜상품과의 결합, 슈퍼챗을 통한 다양한 수익화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전술한 바와 같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스마트폰 보급률에 따른 UCC 영상 제작, 편집 및 업로드의 용이성을 감안하면 유튜브는 향후 최소 5년 이상 OTT 최순위를 수성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상파 입장에서 유튜브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VOD로 유인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지만, 유튜브 내 지상파 채널은 결국 지상파 채널이 아니라 유튜브 채널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왜 SNL은 쿠팡플레이에서만 나오는 것일까"로 계속해서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