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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 Nov 24. 2019

청룡영화제 시상식을 보며

사람이 꽃피는 시기는 다 다르구나. 


매년 시상식이 시작되면 연말이 다가옴을 체감하게 된다. 내 일도 아니건만 TV에서 시상식이 시작되면 누가 상을 타는지 지인이라도 되는 양 큰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보게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상식 일정이 시작되었다. 영화관 VIP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영화를 자주 보고 위로를 받던 나에게 영화제 시상식은 여러 시상식 중에서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한해 내가 어떤 영화를 봤었지, 어떤 영화가 인상 깊었지, 어떤 배우의 연기가 멋있었는지 시상식을 보면서 내 나름의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시상식을 보다 보면 즐겁게 즐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는 방구석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내 또래의 저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 치열하게 만든 작품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에 답답함을 몰고 오기도 한다. 

그런데 올해 청룡영화제 시상식을 보면서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어 위안을 받았다. 영화제에 초대받고 수상을 하는 그들은 가장 화려하고, 가장 예쁘고,  가장 멋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름 석자를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하고, 연기로 인정받고, 프로로 불리기도 하고, 10년은 훌쩍 한길만을 걸어온 베테랑들도 있다.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고 특별해 보이는 스타의 자리에 우뚝 선 그들이지만 수상소감을 듣다 보면 정상에 올라서도 또 다른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마음을 털어놓는다. 큰상을 덥석 받았을 때의 뜨거운 인기와 관심으로 오는 중압감과 교만해질까 두려운 마음, 하면 할수록 어려운 불안감, 내 길이 아닌 것 같은 의구심, 단순히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는 스트레스 등등.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겠다는 마음만으로 어렵지만 꿋꿋이 계속 한길을 가야겠다는 말들을 한다. 

'겉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그들도 또 다른 고민을 하고, 연륜이 묻어나는 나이가 들어도 어렵고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계속해서 들락날락거리는구나' 나는 화려한 조명 아래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하는 그들에게서 위안을 받았다. 


10년을 넘게 나는 항상 진로를 고민해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오래오래 즐겁게 일하고 싶고, 그 즐거움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퍼뜨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30대를 훌쩍 넘긴 지금도 나는 아직 불안정하다. 원하는 결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없다 보니 요즘 들어 과거를 되돌아보며 나는 10년간 뭐했나. 이것저것 도전한다고 해놓고 너무 두서없이 무모하게 열심히 살아온 것은 아닌지. 후회가 밀려들 때가 많다. 


하지만 10년간 도전하고 실패하고 도전하고 실망하면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배운 것 같다. 어른이 되었다고, 30대가 되었다고 해서 어려운 일이 닥치면 척척 해내고, 마음이 단단하고, 지혜롭고, 멋진 어른답게 뭐든 잘 해낼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고 항상 활짝 피어있는 꽃으로만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이 막상 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고, 누구나 인정하는 분야라고 해서 나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단호함으로 다른 것은 바라보지도 않고 하나만 바라보며 질주하지 않게 되었고, 노력한 만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 속에서 허우적대는 일도 줄어들게 되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 가려는 나만의 속도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청룡의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그들처럼 나도 언젠가는 나만의 꽃을 피울 날이 올 거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충실히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아직 자신만의 꽃을 피우지 않은, 다양한 씨앗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우리, 오늘도 지치지 말고 나만의 방식대로 나만의 속도대로 나만의 스타일대로 살아보자고요. - 청룡의 화려한 조명 아래 스타들로부터 위로를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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