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마음 수집

11. 우연히 마음에 닿은 사소한 한 마디

by 주영

성인이 되어 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산다는 건

자주 안부를 물을 수 있고

서로의 건강을 더 잘 챙길 수 있고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를 만들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미워할 수 있는 한계치 이상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기회가 시시때때로

발생한다는 단점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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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다 큰 성인들이,

나이 차이로 인한 사고의 차이도 큰 성인들이,

부대끼며 산다는 건 마냥 좋기 보다는

그리 만만치만은 않은 일일 때가 많다.

장점과 단점의 무게를 서로 비교해보면

단점으로 확연히 기울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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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름대로 마음을 다잡으며 일상을 잘 보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이제는 마냥 어리광을 부릴 어린아이는 아니니까.


시간이 쌓이고 싸움과 화해와

미움과 애정과 슬픔이 뒤섞여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인지

나름대로 잘 지내는 법을 조금씩 쌓아가고 있다.

물론 흔들릴 때가 훨씬 더 많지만

경험의 축적은 무시할 수 없는 나름대로의 지혜의 높이가 된다.


얼마 전에는 또다시 찾아온 미움과 부정적인 생각들로 마음 가득, 표정 가득, 머릿속 가득

회색 구름을 잔뜩 껴안은 채로 일상을 보낸 적이 있다.

직장과 일상에서, 관계에서의 스트레스와 고민들까지 뒤엉켜 모든 것이 귀찮고 복잡하게 느껴지고

피곤함은 배로 찾아왔다.

짜증도 반복되어 스스로가 좋지 못한 사람이라는 자책감도 자꾸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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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심코 거실 청소를 하다

외할머니방 문을 열고 안부를 건네는데

'참 효녀야 효녀 일 끝나고 그렇게 또 집안일도 하고' 하는 할머니의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마음에 들어왔다.

치매를 앓으시는 외할머니는 판단력도 흐리고 정신도 오락가락하시고 눈도 잘 안 보이시고 귀도 거의 안 들리시기에 그냥 무심코 흘린 말씀일 것이다.

그런데 그 사소한 한 마디가 마음을 녹였다.

부정적인 마음에 휩싸였던 마음을 풀어 주었다.

자책감에 반복된 생각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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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말 한 마디, 무심코 전한 말 한 마디,

짧게 스친 표정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는 걸,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타인에게서 좋은 표정과 말을

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크고

누군가에게 좋은 표정과 말을 많이 전해야겠다는

다짐은 쉽게 무너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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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순간도 최선을 다해 명랑해지고 싶다.

부정적인 것들과 잘 싸워 이겨내고 싶다.


물론 365일 어떻게 마음이 똑같을까.

분명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우울한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피어난 그런 감정들을

타인에게 전하지는 말아야지.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힘들고, 슬프고, 우울한 마음을 품은 명랑함이 좋다.

이런 명랑함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진심어린 마음이 느껴진다.

부정적인 마음을 품고 아파한 경험이 있다면

타인의 아픔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나의 아픔을 마냥 미워하고 싫어하지 말고

잘 견뎌내어 회색빛을 품은 명랑함으로 만들어내야지.

회색빛 명랑함. 어쩐지 색을 담아 표현해보니

괜스레 멋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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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게 사소한 말 한마디

이왕이면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진심을 담아서.

누군가에게 스치듯 닿아 위로가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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