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커피 한 잔, 정성스레 삶은 계란, 맛있는 귤 두 개
어릴 때는
선물을 받아도, 용돈을 받아도, 식사 대접을 받아도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 한 마디로
마음 편히 호의를 대할 수 있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때는 잘 인지하지는 못 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되고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되어
한계는 많아졌지만 계획하고 내 마음대로
소비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자유가 좋다.
하지만 자유가 생긴 기쁨도 잠시,
점점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는 일,
선물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 생활의 연차가 늘어갈수록
그 위치에 맞게 받기보다는
제 때 돈을 사용하고, 전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다.
다양한 경조사도 챙겨야 하고
어린 시절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신
가족, 친척들의 대ㆍ소사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있다.
선물을 받게 되었다면 그에 맞게
상대에게도 선물을 전할 수 있는 센스도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제는 마냥 천진하게 "감사합니다"로만 끝낼 수 없는 관계들이 꽤 늘어나 버렸다.
주고 받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성인이 되어서 어찌 마음만 헤아릴 수 있을까.
때론 주고 받는 행위 속에서 마음을 찾는 일도
있는 것이 어른의 관계가 아닐까.
단순하게 넘겨도 되지만
모든 마음이 다 동일하지 않기에
어떤 때는 예상치 못한 오해가 생겨
선물이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도
제법 많이 생긴다.

그렇다보니 커피 한 잔을 건네는 친절이,
정성스레 집에서 삶아 왔다며 건네는 계란이,
많이 산 귤이 달다며 먹어보라고 건네는 귤 몇 개가
편안하고 기분이 좋다.
그냥 생각나서, 혹시 좋아하려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좋은 걸 나누고 싶은 마음 하나로
공유되는 정성스런 호의가 좋다.
그런 마음이 전해진 이번 주는
참 따뜻한, 잔잔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사회 생활 속에서
이제는 마냥 어리광부릴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저한 연륜이 쌓여
그에 걸맞는 예우를 받을 만한 연로한 나이도 아니다.
베풀어야 할 관계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시기를
지내다 보니 누군가가 부담없이 건네는
뜻밖에...! 작은 호의가 그렇게나 반갑고 감사하다.

편안한 친절에 이렇게나 기분 좋아지는
내 마음을 생각하며
팍팍한 삶 속에서도
작은 친절을 주고 받는 여유를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런 여유가 항상 주어진다면 더 감사한 삶이 될 것 같다고 투정부리며
영원한 소망으로 기도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