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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 Apr 15. 2020

내 마음이 중구난방 자기 마음대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실연의 아픔으로 음식도 못 넘길 정도로 끙끙 앓거나, 헤어진 연인에게 다시 매달리며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되는데 어떻게 헤어지냐며 울고불고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것도 세상 물정 모를 때 나는 이런 장면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마음을 왜 내가 맘대로 못해? 그냥 내가 마음먹으면 되는 거지. 그런데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 더 어른이 될수록 관리가 잘 되기는커녕 더 어려워지는 것이 내 마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꼭 실연이라는 상황에 처하지 않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천지였다. 


나는 작은 아씨들의 '조',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 등 여성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자기계발서를 통해 마음을 단련하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내 마음에 대해 참 많이도 연구하고 계발하기 위해 힘쓰며 살아왔다. 때로 지인들이 관계 속에, 마음이 연약해져서 힘들어할 때 책에서 보았던 이론들을 총동원해서 위로도 잘하는 편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도 잘 전달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론을 매일매일 곁에 두고 야금야금 잘도 양식처럼 먹는 나인데도 불구하고, 사회 속에 들어가면 그 이론들은 도대체 어디다가 구워삶았는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 때문에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표현되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집에 돌아와 곱씹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도 불구하고 사회 속에만 들어가면 쉽게 상처를 받고, 쉽게 오해를 하고, 쉽게 부정적인 감정을 흡수하는 나 때문에 힘들어한다. 특히 군중 속에 혼자가 되었을 때 쉽게 무기력해진다. 혹시 나에 대해 험담을 하는 것 아닌가, 저 사람 표정이 왜 안 좋을까 내가 뭐 잘못한 것 없었나, 그때 너무 과장되게 말했나 등등등 생각해보면 다 일어나지 않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상황을 보고 내가 판단한 내용들이다. 그런데 그렇게 군중 속에만 들어가면 심각하게 예민해지는 내 마음 탓에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상처 받고 쉽게 부정적인 감정들에 휩싸인다. 


그래서 요즘은 그저 그 마음도 나의 한 부분이라고 인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다 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해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누가 나를 미워해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만으로도 살아가기에는 매우 바쁘기 때문에 나를 미워하는 사람에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것, 어차피 내 인생에 남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것, 다들 타인에 대해서는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 내가 가장 나를 사랑해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 마음이 가장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고 있는 아이러니라는 것. 




또 군중 속으로 들어가 쉽게 흔들리는 내가 되겠지만, 나는 현재를 살아내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내기 위해 독서와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고, 도덕적인 지혜를 쌓고 있으며, 내 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도 꽤 있기에. 

오늘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내 마음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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