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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 Jun 23. 2020

나, 잘하고 있어~?

"나, 잘하고 있어?"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함께 밥을 먹는 자리에서 한 친구가 모두가 먹기 좋게 대표로 음식을 잘라주면서 물었다. 평소처럼  "아니"라고 장난을 치면서 말하려고 하는데, 한 친구가 대답했다. 


"응~아주 잘하고 있어~"


순간 음식을 자르던 친구가 멈칫했다. 

"와~'잘하고 있어!'라는 말 되게 오랜만에 듣는다~나 순간 엄청 감동했어~"


순간 뜨끔했다. '잘하고 있어!'라는 아낌없는 응원을 그동안 나는 얼마나 친구에게 말해주었을까? 


SNS를 보다가 박준 작가님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란 책의 한 구절을 본 적이 있다.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

이 글의 내용이 매우 공감 간다고, 너무 마음에 와 닿는다고 생각하며 지나가는 작은 말이라도 항상 따뜻하고 예쁘게 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런데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것이 누군가에게 예쁜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은 크면서도 막상 나는 얼마나 노력을 했나 생각해보면 조금 부끄러운 것 같다. 


사람들과의 소통 속에 지친 어느 날 과일을 사러 가게에 들른 적이 있다. 그런데 가게를 들어선 순간부터 친절한 미소로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장님의 말 한마디에, 조금 가격을 깎아주는 서비스에, 지금 제철인 과일을 먹어보라며 조금 맛보라고 껴주시는 과일까지.  사장님은 많은 고객을 응대했던 것처럼 일상적인 과일 판매를 하신 것이겠지만, 그날 서비스를 받은 나는 그 단순한 행동과 말들이 지친 기분을 좋은 기운으로 바꾸는 순간이 되었다. 이렇게 지나가는 작은 말 한마디에도, 작은 행동에도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타인은 나의 감정에 대해 잘 모르고 그저 진심을 담아 작은 소통을 건넨 것뿐인데도 그 작은 찰나의 순간이 좋은 책 한 권을 읽은 것만큼이나 큰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


가까운 사이부터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까지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에 언제나 크고 작은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두 번 다시 안 볼 사람이라는 이유로 또는 너무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하고, 불친절하고, 상처가 되는 행동과 말을 한가득 전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들른 가게의 주인이 오늘 진상 고객을 만나 매우 힘든 하루였을 수도 있고, 지하철에서 자리로 눈치싸움을 하던 옆사람이 몸이 하루 종일 안 좋아서 매우 힘든 하루를 보낸 사람일 수도 있고, 업무로 전화통화를 하게 된 거래처 사람이 집안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방송을 통해 보는 연예인의 예쁘고 아름다운 미소가 자신만의 고민으로 힘든 마음을 꿋꿋이 이겨내고 어렵게 만들어낸 미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존재가 아닌 불완전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누구나 고민도 있고, 힘든 일도 있고, 아픈 일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런 것처럼. 

그럴 때,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지나가는 누군가의 '고마워요', '감사해요'라는 말 한마디에도,  밝게 웃어주는 미소 한 번에도 조금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고구마와 삶은 계란 한가득 먹은 것처럼 팍팍한 세상 속에서 작은 진심과 정성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시원한 한잔의 사이다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해 본다. 내가 듣고 싶은 예쁜 말들을 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해주어야겠다고. 나로 인해 누군가가 따뜻한 위로를 받으면 좋겠다고. 그러면 또 누군가가 나에게도 따뜻하고 예쁜 말과 행동으로 위로를 전해주는 순간이 많이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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