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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 Jul 12. 2020

나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고, 졸업 후 취업을 했는데

내가 선택한 모든 것이 제대로 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 일이 너무 좋기 때문에 일하러 가는 길이  너무 설레요. 평생 이 일만 하다가 죽는 게 소원이에요. 


이런 말들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걸까. 가끔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나, 좋아하는 일을 찾아 자신만의 커리어를 제대로 쌓아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좋아하는 취미라도 자신의 일이 되면 하기 싫어진다는데, 도대체 저런 사람들은 돌연변이인 건가.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들인 건가.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을까. 

어릴 때부터 내 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벌써 학교 가기 싫어 월요병을 심하게 앓던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어서도 월요병을 끙끙 앓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월요일도 기다려질 수 있는 그런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평생. 그래서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즐겁게 일하는 할머니가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대학을 선택할 때에도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성적에 맞춰 꾸역꾸역 4년제 대학을 맞춰 가는 상황에서 나는 집에서 가까운 4년제 대학을 간신히 합격해 놓고도 집에서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전문대학에 내가 원하는 학과를 선택해 입학했다. 그리고 너무 내 자신이 뿌듯했다. '아, 나는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지 않고 내 마음이 원하는 방향대로 멋진 선택을 했어' 다행히 선택한 전공분야 공부하는 것이 꽤 적성에 맞는 것 같았고, 취업한 멋진 내 모습을 상상하며 졸업을 했다. 그리고 첫 취업에 비교적 일찍 성공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가 선택한 전공분야가 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모습으로 일하는 것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나는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너무 이상적인 상상만 하면서 내 미래를 설계했던 것이다. 보람이 크고 동료와의 소통을 통해 신뢰 있는 관계를 쌓아가고 업무 속에서 전문성을 계속해서 쌓아나갈 수 있을 거라는 환상과 달리 월요병만 다시 심각하게 앓기 시작했다. 

한 가지 목표만 향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자격증도 취득하고 취업까지 했는데 나의 모든 선택은 어긋난 방향이었다.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자니 이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바라던 것이 어긋나 버리자 내가 선택하는 또 다른 선택도 또다시  실패할 거라는 불안감이 밀려와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힘들었다. 더욱이 이제는 청소년이 아닌 성인이기에 새롭게 공부하는 모든 경제적인 요소와 그에 따르는 책임은 내가 알아서 채워야 했다. 

'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내가 잘하는 게 내가 좋아하는 게 있기는 있는 건가'

슬럼프에 빠진 나는 의욕상실이 밀려왔고,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그냥 매일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내일이 오지 말라고 속으로 되뇌어도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왔고, 나는 책임감을 갖고 살아야 하는 성인이었다. 아무도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내 마음에 쏙 드는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도 없었다. 결국 모든 해결책은 나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그때부터 다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자기 계발서 책 읽기, 좋아하는 분야 영화와 드라마 찾아보기, 실제 일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인터뷰 등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흥미가 있는 분야의 아르바이트를 용기내어 해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직접 일해보지 않고는 그 분야에 대한 환상을 많이 갖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어떤  도전을 하기 전에 이상적인 모습만을 바라보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나'의 마음과 능력을 종합해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낙담하고 울며 잠들던 밤이 여러 번 지나가고, 내년에는 나는 좀 나은 내가 되어있을까를 생각해보며 한숨을 내쉬던 시간이 계속 쌓이면서 조금씩 내가 진심으로 잘할 수 있고, 월요병 없이 일을 조금이나마 좋아하며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걸어 나가고 있다. 조금씩 가까워 지고는 있지만 그동안 실패했던 과거들이 있기에 아직 완벽한 확신을 갖고 '저 드디어 제가 원하는 분야를 제대로 찾았어요!! 라고 섣불리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그동안 이것저것 경험을 해보면서 남들이 좋다는 번지르르한 직장이라고 해서 내가 즐겁게 일할 수 것도 아니고, 넉넉한 월급이 주어진다고 해서 내 마음도 괜찮은 하루하루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규모가 작은 곳에서 일한다고 내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은근히 세상의 잣대에  맞추고 그 직장이 남들이 보기에 괜찮고 규모도 크고,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직장을 다녀야 좋다는 착각 속에서 나의 미래를 선택했던 것 같다. 그러니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나의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할 수밖에. 

이제는 내 마음이 괜찮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면서 잘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속에서 억지로 참고 억지로 맞추고 억지로 내 마음의 상처를 방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크고 작은 어떤 직장에서든 이런 상처를 내면에 간직하고 꾹꾹 눌러 참고 살아가고 있는 직장인이 많다는 것도 깨달았다. 결국은 내 마음이 원하는 곳을 찾아가야 월요병이 없는 조금이나마 즐거운 직장인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만족스러워 하는 진로를 찾아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고, 지금도 더 달려 나가야 하는 과정에 있지만, 이 과정 속에서 깨달은 것이 참 많다. 그래서 이제는 남들이 인정하는 직장에 다닌다고 부러워하지도 않고, 돈을 많이 버는 엄마 친구가 있다고 해도 배 아파하지 않으며, TV에서 어린 나이에 성공한 CEO를 본다고 해도 내 신세를 한탄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나는 그들과 다르고 나는 나만의 길이 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그들의 자리에 간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내 나이를 생각해보면 남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어느 정도 직급을 달아야 하고, 결혼도 해서 아이도 있어야 하고, 경제적인 자산은 어느 정도 모아야 한다는 기준(?) 등등에 사실 한참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길을 찾아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늘 상기하며 이제는 제대로 걸어가려고 한다. 월요병 없는 나만의 인생을 평생 살아내기 위해. 시간이 흘러 멋진 전문가 할머니가 되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더 좋겠다. 현재 내 마음을 들여다 보면 그래도 잘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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