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내별:넷플릭스에서 내가 고른 첫 번째 별]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요 가까이서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점점 나이가 들수록 그 간단한 한 문장이 너무 멀게만 느껴질 때가 많이 있다. 가까이에서도 눈을 아무리 씻고 씻고 찾아도 행복을 찾기 어려운 시간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행복.' 가까이 하고 싶지만 좀처럼 가까이 하기 힘든 이름. 그렇다면 행복을 기다리기보다 행복이 찾아오도록 만들어 보면 어떨까? 눈물 겨운 행복의 장애물은 언제나 다양하게 나에게 상처를 입히겠지만, 그 장애물을 통과하고 얻어낸 결실은 분명 더 만족스러울 테니까. 영화 행복을 찾아서의 크리스 가드너처럼.
영화 행복을 찾아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실존 인물인 크리스 가드너의 드라마틱한 삶의 여정을 그렸다. 아무것도 없었던 그가 사업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 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찾아 달려가는 열정과, 삶을 대하는 자세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너무 고가로 책정된 판매 금액으로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주인공 크리스 가드너는 매일매일을 성실하게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다. 전재산을 털어 획기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해 장만한 의료기기지만, 팔리는 수는 계속해서 0을 기록하고, 집에 쌓여 있는 의료기기를 볼 때마다 아내의 잔소리만 늘어날 뿐이다. 벌이가 변변치 않은 크리스 가드너를 볼 때마다 아내의 짜증은 더해지고 결국 나아지지 않는 삶의 굴레에 지친 아내는 크리스를 떠난다. 20대 후반에야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 아버지 없는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크리스 가드너는 자신의 아이만큼은 아버지 없이 키우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일념으로 경제력은 없지만 아내로부터 자신의 아들 크리스토퍼만은 자신이 키우겠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결국 크리스토퍼와 둘만 날게된 크리스 가드너는 의료기기 영업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게 되고, 길을 가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주식 중개인에 도전하게 된다. 아무런 경험도, 전문 지식도 없었지만 6개월 무급 인턴 과정을 거치고 수십명 중에 단 한 사람만 정규직이 될 수 있는 무모해 보이는 기회에 도전을 하기로 한다. 모아놓은 돈도 없고, 살던 집에서는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고, 자신의 반쪽이던 아내는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버리고, 자신이 돌봐야할 아들과 둘만 남게된 크리스 가드너는 과연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그리고 원하는 결과로 만들어 갈 수 있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찾아 가는 크리스 가드너 -
이 영화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나온다.
비관적인 삶을 계속 비관하는 크리스 가드너의 아내,
현실적인 삶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 하고 이상만 추구하는 타임머신 타령을 하는 부랑자,
그리고 그 사이에서 현실과 이상의 중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원하는 목표를 접지 않고 현실을 살아내는 크리스 가드너.
크리스 가드너가 시원찮은 의료기기 판매를 하면서 주식중개인이 되겠다고 하자 그의 아내는 차라리 우주 비행사가 되지 그러냐며 비아냥 거린다. 어차피 안 될 일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되고 싶은 것이 있기도 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기도 하고,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어 하기도 하고, 다양한 생각과 계획을 그리며 살게 된다. 어쩌면 아직 그런 계획이 명확하게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수한 사람이 다 다르게 생겼듯이 그 속에 내포돼 있는 잠재력 또한 우리는 가늠할 수 없다. 우리는 신이 아닌 모두가 동일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데 살다 보면 누군가의 계획에 부정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사람들이 참 많다. 정말 진심어린 충고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글쎄. 과연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를 잘 안다고 하는 가족들도 나에 대해 부정적으로 쉽게 판단해 버리기도 하는 마당에. '너는 안 돼' 쉽게 내뱉은 한 마디로 무한한 가능성을 접어 버리게 만드는 일이 너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크리스 가드너도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아들에게 쉽게 이야기해 버리는 대목이 나온다.
커서 농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말하는 어린 아들과 농구를 함께 해 주면서 크리스 가드너는 아들에게 자신은 농구를 못하기 때문에 아들인 크리스토퍼도 크게 재능이 없을 가능성이 많다고 부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아직 한참 어린 아들이 가진 능력은 판단해 보지도 않고 내가 못했으니 아들인 너도 재능이 없을 거라고 쉽게 단정지어 버린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아들 크리스토퍼는 크게 상심한다.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린 크리스 가드너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 준다.
- "아들, 누가 넌 할 수 없다고 하면 마음에 담아 두지 마.
아빠가 그래도 말이야. 알았니?"
"알았어요."
-"꿈이 있다면 지켜야 해.
사람들은 자기가 못하면 남들도 못한다고 말하거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끝까지 밀어 붙여."
그리고 크리스 가드너 또한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자신의 꿈을 향해 힘겨운 시간을 꿋꿋이 버텨낸다. 낮에는 봉급도 주지 않는 인턴십 과정을 해내고, 저녁에는 무료로 제공해 주는 쉼터에서 아들과 함께 자기 위해 긴 줄의 행렬에 시간 맞춰 서 있어야 한다. 때로는 그 쉼터 마저 구하지 못 해 화장실에서 밖에서 두드리는 소리를 버텨내며 눈물로 하룻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힘겹게 의료기기를 판매한 돈이 하루 아침에 세금으로 날아가 빈털터리가 되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은 끝없이 많지만 크리스 가드너는 업무를 하는 동안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절대 놓치지 않고, 아들에게도 사랑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끝없이 추락하는 것만 같고, 내일의 희망이 없이 불안하고 절망적이지만 그래도 크리스 가드너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면접장에 불량배처럼 옷을 입고 갈 수밖에 없다 해도, 신발 한짝이 갑자기 사라진다 해도, 중요한 고객과의 약속이 어이없이 불발된다 해도 크리스 가드너는 그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잡기 위해 자신이 가진 최선의 노력을 반드시 해 낸다.
우리의 현실도 사실 크리스 가드너의 울적한 삶의 과정만큼이나 고난의 연속이다. 삶의 표면적인 모습은 편해졌지만, 경쟁은 점점 심해져 만족을 찾기는 더 어려워지고,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희망적인 실마리는 점점 희미해져 조금만 정신을 못 차리면 금새 사라져 버리기 일쑤다.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겠고, 인공지능이라는 똑똑한 녀석의 등장으로 사람 간의 경쟁 뿐만 아니라 명석한 기계와의 경쟁도 해야 되는 시대다. 불안감은 더더욱 마음을 힘겹게 하고, 발빠르게 전해지는 소식들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는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 따라서 행복을 찾아가는 장애물이 더 많아진 요즘. 우리는 행복을 찾아가기 위한 나만의 길을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다잡는 노력이 무한히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한 없는 무기력감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나 역시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무기력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다잡는다.
따라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복을 열심히 찾아 가려는 크리스 가드너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난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윌스미스와 그의 친아들이 함께 연기했다는 점에서 더 인상적인 장면장면들이 공감도 많이 되고 마음에 위로도 된다. 따뜻한 ost선율도 편안하다.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는 잃는 것도 있고(크리스토퍼의 소중한 피규어) 얻는 것도(하룻밤을 버틸 수 있는 잠자리) 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막바지 나의 한 해는 무엇을 얻었고 그에 비해 무엇을 놓쳤을까? 행복을 많이 찾았던 한 해였을까?
새해에는 내가 생각하는 행복에 더 다가가 있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크리스 가드너와 같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낸 희망적인 인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