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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 Mar 18. 2021

'정주영'이라는 이름 세 글자의 에너지.

책 - '이 땅에 태어나서'

요란하게 맞이했던 2020년을 지나 벌써 2021년을 맞았다. 나는 2020년대라는 숫자를 생각하면 초등학교 시절 과학의 날을 맞아 미래를 상상해서 그림을 그렸던 추억이 떠오른다.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그리기도 하고, 우주를 마음대로 가기도 하고,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 그만큼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라고 상상했는데, 2020년대는 그와는 반대로 모든 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되어 버렸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바이러스’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인간의 무기력함이 이곳저곳에서 드러나고, 언택트 시대라는 말이 자리 잡으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아진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로감에 지치고, ‘희망’이라는 단어가 점점 빛을 잃어가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어둡고 답답한 뉴스가 가득한 요즘, 다시 ‘아산 정주영’을 만난 것은 참 시의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이름이 같아 원래부터 알고 있던 기업가였지만, 이렇게 정성스럽게 그의 삶을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뻔한 기업인의 성공담 책이지 않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첫 장을 넘겼는데, 단순히 뻔한 이야기라는 한마디로 치부하기에는 그의 삶이 너무나 풍성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스토리의 풍성함도 눈길을 끌었지만, 그보다 그 스토리를 겪은 이후 결론짓는 그의 가치관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물론 자서전이기 때문에 주관적인 견해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나 제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라는 끊임없는 의문에 마음이 복잡한, 한국을 살아가는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한 현실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을 발견했다. 최초! 최신!을 외치며 점점 더 기술적 발전을 이뤄가는 시대와 대조적으로 구조적인 불평등이 공공연하게 만연해지고, 바이러스라는 갑작스러운 변화로 그 어두움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는 지금의 시대 속에서, '아산 정주영'과의 만남은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꽤" 힘이 나는 시간이었다. 


1. 학력? 스펙? 비웃을 테면 비웃어라! 

“내가 학식이 없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학식이 없다고 해서 생각도 머리도 지혜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인간이 가진 자질과 능력에 대한 평가를 학교에서 배운 학식의 부피나 깊이만으로 내린다는 것은 크나큰 오류이다.”
- [생각하는 불도저] 본문 中


‘아산 정주영’은 소위 말하는 스펙이 화려한 사람이 아니다. 초등학교(당시 소학교) 졸업 학력과 건강한 신체, 건강한 정신만을 가지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사람이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사람이 해내는 법이다. 의심하면 의심하는 만큼밖에는 못 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다.”
- [산 넘어 산을 넘고 또 산을 넘어] 본문 中

“나는, 모든 일은 인간이 계획하는 데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적자가 나게 계획하면 적자가 나고, 망하게 계획하면 망하는 법이다.”
- [올림픽 유치는 박대통령의 의지였다] 본문 中


그런데 반드시 된다는 신념으로 모두가 안 된다는 일도 과감히 밀어붙이는 그를 향해, 학력이 자신들의 기대보다 이하라고 마음대로 판단하고 무시하는 시각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생각 없는 불도저 취급으로 수모를 당하는 대목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판단의 오류는 비단 ‘아산 정주영’이 살았던 ‘과거’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2000년대를 훌쩍 넘어 살아가고 있는 지금도 학력, 더 나아가서는 ‘금수저’, ‘흙수저’로 사람을 규정짓는 유물 같은 단어가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는 사회의 시각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의‘아산 정주영’은 지금의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리고 어떤 가치로 살아가라고 답해 줄까?


“사람은 의식주를 얼마나 잘 갖추고, 얼마나 잘 누리고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얼마나 좋은 영향을 끼치면서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은 피차 도와가면서 사는 것이지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을 먹여 살린다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 우리는 다 같이 평등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위대한 사회는 평등 의식 위에 세워지는 법이다…
큰 재산과 좋은 학벌이 있어야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 [내가 부자가 아니라 ‘현대’가 부자다] 본문 中

“나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성취한 사람은 부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뜻한 바의 성취가 바로 부의 성취이지 꼭 재물만이
부의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돈만이 부가 아니다.”
- [돈만이 부가 아니다] 본문 中

“나는 그저 일이 좋고 재미있어서, 사업이 굴러가면서 커지는 것이 즐겁고
수없이 많은 도전과 모험, 시련과의 승부, 그런 것들이 좋아서
평생을 일하는 재미로 산 사람이다.”
- [기업은 커질수록 좋다] 본문 中

“… 점심은 다반사로 굶어 가면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농사일을 할 때도, 신통하게도 나는 내 처지가 불행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침울했던 기억도 없다… 농촌의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이 고생을 하고 살아야 할까 하고 비관한 적도 없다…현재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꿈으로 언제나 일하는 것이 즐겁고 작은 일에도 행복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누구든 나름대로 성공을 거둘 것이다.
그런 사람이 인생을 잘 사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긍정적인 사고가 행복을 부른다] 본문 中


겉으로 보여지는 조건들에 휘둘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넓게 그리고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아산 정주영’의 말에서 지금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답을 찾았다. 그의 말이 명확하게 마음에 와 닿는 영향력은 그가 전문교육을 받지 않고도, 내세울 만한 이력이 없이도, 쌀가게 인수부터 자동차 수리 공장 설립, 현대자동차 공업사 설립, 현대 토건사 설립, 현대 건설 주식회사 설립, 최초 해외 고속도로 건설, 국내 고속도로 건설, 조선소 건립과 유조선 동시 완성으로 선진국 선박 역사상 최초 기록 수립, 모두가 가망 없다는 88 서울 올림픽 유치 등 수많은 업적과 지금의 현대를 만들어 낸 결과가 그대로 증명되기 때문일 것이다. 


2. ‘빈대’부터 더 하려야 더 할 게 없는 ‘최선’까지! 실패는 없다! 


“고정관념의 노예가 되어 있으면 순간순간의 적응력이 우둔해질 수밖에 없다. 교과서적인 사고방식이 곧 고정관념이며 그것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함정이다… 방법은 찾으면 나오게 되어 있다. 방법이 없다는 것은 방법을 찾으려는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이다. 남들은 5년 걸릴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2년 3개월 만에 해낸 것도 ‘남들은 조선소를 지어 놓고 난 뒤에 선박 건조를 한다’는 상식의 테두리를 무시하고 내 식대로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 [생각하는 불도저] 본문 中


항상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다. 즉, 우리는 선례가 없어서 안 된다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갖고 살아가기 쉽다. 처음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고정관념에 막혀 편한 길만 선택하다 무수히 많은 기회를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산 정주영’의 삶을 따라가면서 이런 뜨끔한 생각이 들었다. 창의적인 사고를 추구하며 성공의 결실을 만들어 나가는 ‘아산 정주영’은 처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들이 하는 방식에 기대 한 가지 방법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수는 할지언정 포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반드시 가능한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아산 정주영’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사고방식을 갖추고, 남들이 생각해 내지 못 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나는 삶에서 끊임없이 배울 점을 찾아내는 그의 집중력에서 그 비결을 찾았다. 막노동을 하던 시절 빈대를 피해 갖가지 방법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자신을 계속해서 괴롭히는 소름 끼치는 빈대에게서조차 그는 끈기와 노력을 배운다.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 사람, 최악의 상황, 치명적인 실수 등 갖가지 상황에서 ‘아산 정주영’은 상황의 원인을 찾고, 배울 점을 반드시 확인한다. 아무리 시련이 찾아와도 그 시련을 통해 엎드러짐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을 하기 때문에, 그에게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유명한 말이 실현 가능하다.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든 ‘반드시 된다’는 확신 90%에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로 완벽한 100%를 채우지,
안 될 수도 있다는 회의나 불안은 단 1%도 끼워 넣지 않는다.”
- [돈암동의 해방 시대] 본문 中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회의나 불안을 떨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산 정주영’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더 하려야 할 게 없는 마지막까지의 최선’을 하는 것. 어렵지만, 가장 확실하게 어려움을 이겨내고 회의나 불안을 떨쳐내는 방법임이 확실하다. ‘아산 정주영’의 삶에서 그 근거를 무수히 찾을 수 있다. 


3. 진심으로 희망을 나누기 때문에‘아산 정주영’ 철학이 마음에 든다! 


“나는 중역이라고 해서 사장이라고 해서, 중역도 사장도 아닌 다른 사람하고는
뭔가 다른 대우를 누려야 한다는 그 우월 의식이나 권위 의식 같은 것이
참으로 싫다… 일의 분야가 다르고 직급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인간으로서의 차별을 느끼게 하는 행위는 돼먹지 않은 오만이다.”
- [나라 없으면 일터도 없다] 본문 中


일을 하면서 내가 만난 상급자 중에 자신을 무시한다고 쉽게 오해하고 화를 잘 내는 통에 하급자로서 사소한 말투부터 행동까지 하나하나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퇴근 시간이라고 하급자가 하는 말을 무시하고 가 버리는 것은 자연스럽게 하면서 상급자 자신은 그 위치에서 그만한 귀중한 대우를 받아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 대우를 받을 때 하급자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게 될까? 일에 대한 효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존경할 수 없는 상급자 밑에서 열심히 해 봤자 하찮은 대우를 받게 되는 구조와 업무에 대해 애정을 느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고 싶은 마음은 똑같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에는 예외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하급자들은 상급자가 모범을 보일 때,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일 때 그를 존경하고, 스스로 일에 대한 효율도 높이게 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속담처럼 일방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관계는 오래 이어질 수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힘들다.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것은 한쪽에서 희생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대가 발전할수록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관계의 불평등이 사회 곳곳에 더 많이 나타나는 것 같아 씁쓸해질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가장 정상까지 목표를 이룬 ‘아산 정주영’이 가장 아래에서부터 가장 위까지 계층의 계단을 차례차례 밟아 온 자신의 길을 잊지 않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뼈 있는 말과 행동으로 폭넓게 사람을 존중할 줄 알고, 옳지 못한 것에는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말을 주장하며 보여주는 행보가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모든 것의 주체는 사람이다. 가정과 사회, 국가의 주체도 역시 사람이다. 다 같이 건강하고 유능해야 가정과 사회, 국가가 안정과 번영을 이룰 수 있다.”
- [아산재단은 소외된 사람을 위해서] 본문 中

“되도록이면 어려운 이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과 위화감,
그리고 차별 의식을 안 느끼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어려운 이들에 대한 인간의 예의라고 나는 생각한다.”
- [나라 없으면 일터도 없다] 본문 中

“나는 돈으로 생색내고 돈으로 자랑삼는 사람의 인격은
보잘것이 없다고 치부하는 사람이다.
돈이란 큰돈도 작은 돈도 드러나지 않게 쓰는 것이 원칙이다.”
- [내가 부자가 아니라 ‘현대’가 부자다] 본문 中


보여지는 폼나는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바탕으로 그 처지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아는 마음으로 하는 나눔은 그 깊이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산 정주영’은 그렇게 자신이 성취한 것을 감사할 줄 알고, 그 성취를 하기까지 겪은 많은 사람의 고마움을 알고 있다. 그가 하는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나눔이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직접 겪은 경험에서 진하게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이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한 가지 분명하게 체득한 것이 있다면,
인생이란 시련의 연속이며 연속되는 시련과 싸우면서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다.”
- [오일 쇼크와 현대상선] 본문 中


언제나 누구에게나 시련은 찾아 오지만, 시련을 맞이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 ‘아산 정주영’의 삶에도 단점과 비판의 요소는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의 삶을 좇으면서 시련을 실패로 만들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생각으로 도전하고, 적당히가 아닌 더 하려야 더 할 게 없는 최선까지 노력하고, 매일을 발전으로 채워 성장해 나갈 것! 이렇게 발전이 차곡차곡 쌓이면 나 또한 누군가에게 희망의 영향력을 진심으로 나눌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미래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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