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영 Jul 31. 2021

성냥을 만들고 있는 소녀에게

미래의 '나'가 과거의 '나'에게

*** 가장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는 성냥팔이 소녀를,  힘든 시간을 보냈던 나의 과거와 비교해 생각해 보았다. 나이는 자꾸 늘어나도 마음 속은 소녀의 티를 벗지 못한 미성숙한 나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내가 가장 힘든 시기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가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의 내가 과거의 힘들었던 나에게 해 주고 싶은 응원의 말을 해 보고 싶었다.



안녕. 오늘 너는 어땠니.

아마도 가장 힘든 하루였겠지.

어제도 그랬고, 일주일 전에도 그랬고, 한 달 전에도 그랬고.

힘들지 않았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지금 너는 거칠고 힘든 길을 매일 지나고 있을 거야.

젊음. 누군가는 가장 싱그러운 시기라 하고

누군가는 가장 설레는 시기라 하고

누군가는 에너지 가득한 시기라고 이야기하는데

막상 너는 지금 하루하루 숨 쉬고 사는 것도

갑갑한 기분이 드는 것에 낯설고 혼란스러울 거야.

사춘기는 청소년 시기 때만 오는 건 줄 알았는데,

청소년기가 지나서 오는 이런 감정은

뭐라고 불러야 될지 난감할 거고.


대학만 가면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상심과

타인이 바라보는 눈빛이 불편하고

새로운 사회생활의 시작인 대학생활은

또 왜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은 건지.

그 와중에 나갈 돈은 너무도 많아서 아르바이트가 간절한데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너무 힘들지?

찾다 찾다가 업무가 생소한 성냥 만드는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간신히 구할 수 있었는데,

일해 보니 어때? 처음 해 보는 일이라 힘들지?

아마 일보다는 사람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야.

처음부터 잘해 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도 빨리빨리만 외치고

일말의 실수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너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사람은 물론이고,

비슷한 나이의 동료까지

뭐가 그렇게 다들 신경이 곤두서 있는지

서로를 헐뜯지 못해서 안달인지.


한 해의 마지막 날.

어떤 사람들은 따뜻하고 깨끗한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마음껏 시간을 즐긴다고 하는데

너는 오늘도 일을 했겠지.

누구에게나 특별하게 다가올 마지막 날이지만,

성냥 공장의 사람들은 오늘도 미운 말들만 골라서 해대고,

너는 많은 상처가 쌓여 오늘 가장 힘든 하루를 보냈을 거야.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맹추위가 찾아온 싸늘한 날씨와는 안 어울리게

예쁘게 쌓인 눈 위로 털썩 누우며

그냥 이대로 잠들기만을 간절하게 바라게 될지도 몰라.

열심히 살아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미래를 생각하며

그냥 편안히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질지도 몰라.


너의 현재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보이기 싫은 모습이라 할지라도

너의 현재의 모습이 스스로 너무 힘들다 할지라도

너는 너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신중한 결정을 계속해서 하고 있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며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어.

너는 하루하루를 제대로 채워가고 있고,

너도 모르는 너의 목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중이야.


남들이 어떤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해도

제발 그 실망스러운 눈빛을 꼭 무시하길 바래.

그 눈빛에는 너를 위한 관심보다는 자신의 잣대로 보는 이기적인 편견이 씌여 있는 경우가 많거든.

너의 빛나는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영향이니

절대 그 눈빛에 흔들리지 않기를 바래.


모든 힘든 일들이 떠올라 앞으로 내딛을 힘이 없다 하더라도

한 걸음만 더 힘을 내 걸어주기를  주기를 바래.

너의 그 과정이 아무 보잘것없어 보여도

그 과정이 쌓여 미래의 내가 되었거든.

성냥 공장에서 자연스레 익혔던 노하우를

미래의 내가 다시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어.

그 노하우가 빛을 발하게 되는 순간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그때의 내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지지만

그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만족스러운 내가 되지 못했을 거라고 확신해.

그러니 조금만 더 힘을 내주겠니.


지금의 나는 너무 행복해.

남의 잣대에 비추어 나를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갈 힘이 생겼거든.

그러니 나의 과거, 오늘 가장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 소녀야

오늘을 꼭 버텨내주겠니?



 


작가의 이전글 나를 사랑하게 된 미운 아기오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