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나리

열한 번째 편지 :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보폭을 맞춰 주는 존재.?

by 주영

영화에게...


가족이란 어떤 존재일까?

떠들썩했던 영화계 소식을 들었던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미나리'의 이야기 소재가

벌써 과거스런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시간은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

뒤늦은 감이 있지만

영화 미나리를 이제야 만난 나는

영화를 보면서

미나리가 이민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가족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어.



미나리가 보여주는 가족들은

시간이 지나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타국인 미국에서 열심히 살아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더 나아지기는커녕

더 어려워지는 생활이 지속되면서

갈등이 싹트고,

그 갈등을 풀어가면서 가족이 함께라면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끝을 맺어.


뻔한 스토리지만

그럼에도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깔끔하게 풀어낸 영화라고 생각해.

억지스러운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따뜻한 시선과 편집으로 단순하지 않게 엮어내서

미나리를 보는 내내

감독님이 영화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정말 탁월하시구나 감탄이 절로 나왔어.


영화에 대한 찬사와 감탄은 워낙 유명하니까

잠시 미뤄두고,

나는 사실 영화를 보면서

좀 비뚤어진 생각을 해 봤어.

과연 미나리의 가족들이

화재라는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았다면

과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까...?

현실에서는 어떨까...?


가족은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큰일이 터지면 대부분은 더 단단해지고 함께 일을 풀어나가게 되는데

과연 큰일이 터지지 않은 일상에서도

그런 힘이 느껴지는 존재일까

너무 당연한 관계로 여기고

후회할 일들을 나도 모르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족이라면 이 정도는 뭐.

가족인데 이것도 이해 못해줘?

내가 힘든데 가족이면 참아줘야지.

이런 생각과 행동, 말들로

당연히 옆에 있을 거라는 익숙함으로

가족의 마음보다는 내 마음을 먼저 들이미는

이기적임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어른이니까

나는 어리니까

나는 나이 들었으니까

내가 부모이니까

나는 자식이니까

피로 엮였으니까

친가는 친가 사람들끼리

외가는 외가 사람들끼리

며느리이니까

사위이니까

우리는 남보다 가까운 존재이니까

...등등...


가족 혹은 친척, 혈연으로 묶인 관계로

서로가 서로에게 당연함을 무의식적으로 강요하며

상처만 남기고 있지는 않은지.

코로나로 더 가깝게 지내게 되는 가족이라는 이름이

서로를 더 아프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미나리의 따뜻한 시선을 따라가면서

현실과 조금은 다른 온도에 비뚤어진 생각을 해 보았어.

그냥 일상 속 사소한 시간들도 많은 사람이

가장 일상적인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자주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조금만 더 예민하게 살피고

내일 옆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조금 극단적일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처럼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기에

옆에 함께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롭고 슬픈 사람들이 없기를.



미나리에서 내가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어.


발을 다쳐 수련회에 못 가게 된 데이빗을 데리고

할머니가 숲 속으로 향할 때

아픈 데이빗을 이해하고 보폭을 맞춰주는 장면.


화재로 정신이 혼미한 할머니가 어디론가 향할 때

데이빗과 앤이 길을 바로잡아 주며 보폭을 맞춰주는 장면.



자세한 이유는 몰라도

그냥 옆에서 이해해 주고 보폭을 맞춰줄 때

길을 가는 사람은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힘이 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가족이 당연해지기를.

힘들 때 그래서 무너지는 사람이 없기를.

나도 그런 가족 구성원이 되기를.

미나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오늘의 이야기는 이만 마무리할게.

다음 편지로 또 만나 안녕.

(PS 사진 출처: 영화 -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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