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와 협업은 통제가 아니라, 공유와 자율성에서 나온다
나는 지금 회사에 들어와서 3명의 상무님을 상사로 가졌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힘든 건 지금 상무님이다.
늘, 맘에 안 드는 상사가 있을 때마다 '저 사람도 어떤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다.' 또는 '저 사람도 얼마나 책임감이 막중하고 힘들겠어.'라고 생각하며 좋게 보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못 참을 것 같은 하루였다.
오늘 회의는 또 길어졌다.
총 8시간 근무 중 6시간이 회의였다면, 그건 분명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안건은 단순한 보고서 한 장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이게 오전부터 오후까지 내 시간을 전부 잡아먹다니..!
'추진하고자 함'과 '추진 예정'과 같은 사소한 단어 차이, 폰트 크기나 볼드, 대괄호 및 소괄호 등 이 모든 것은 중요하겠지만, 결코 3시간이 들어갈 일은 아니다.
회의가 시작되고, 상무님의 피드백이 시작된 순간, 회의실은 검문소가 되어버린다. 계속해서 마이크로 한 것들에 대해 관리하고 통제하려 하며, 본인의 생각만을 관철하려 하는 상무님의 말을 들으며 수동적으로 듣고, 쓰고, 대답만 하게 된다.
결국 회의는 3시간이 넘게 이어졌고, 회의실을 나오는 팀원들 얼굴엔 '시간 아깝다.'라는 감정이 선명히 박혀 있었다.
누구도 자율적으로 생각하거나 결정하지 않았고, 모든 판단은 상무님의 머릿속에서만 나왔다.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을 내리 앉아있었어서 다들 엉덩이가 뻐근했는지, 회의가 끝났을 때, 팀원들 모두가 산책을 갔다 오자고 했다. 상무님은 그때에도 우리 파트 회의가 끝나고, 다른 파트와 또 회의를 하고 있었다.
여름이라 초록이 만연한 산책로에는 날아다니고 기어 다니는 벌레들도 많았다.
걸으면서 문득 예전에 봤던 다큐멘터리가 생각났다. 그 방송 주제는 '개미는 회의를 하지 않는다.' 였다.
개미 사회에는 리더가 없다. 우리가 흔히 아는 여왕개미는 새끼만 낳는 존재일 뿐, 결코 리더는 아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표나 지휘자와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개미들은 길을 정하고, 먹이를 나르고, 집을 확장하고, 천적과 싸우고, 때론 이사까지 간다.
비결은 '분산 지능(distributed intelligence)'이라는 개념에 있다.
각 개체는 단순한 규칙을 따른다. 예를 들어, '페로몬(냄새)이 강한 쪽으로 이동하자' 라든가 '앞에 개미가 멈췄으면 나도 멈추자'와 같은 규칙들이다. 이처럼 각 개미가 복잡한 사고 없이도 간단한 규칙만으로 움직이면, 그 행동들이 모여 전체적으로 지능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개미 사회는 지도자 없이도 제대로 된 의사결정과 협력을 이뤄낸다.
기계나 인간 사회의 집단 의사결정 시스템에도 적용될 수 있을 만큼 주목받는 원리이고, 이러한 인텔리전스는 개미뿐만 아니라 벌과 새, 물고기와 같은 동물에서도 나타나고, 수학이나 물리학에서는 입자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최근엔 AI에서도 많이 언급된다. AI에서의 분산 지능은 다수의 단순한 Agent와 LLM 모델 등을 통해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산책하며 팀원들과 불평하다가, 우리 팀은 왜 개미만도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미집은 리더 없이 굴러간다
우리 팀엔 상무님이 있다. 상무님은 모든 것을 체크하고 통제하신다. 그래서, 어떤 보고를 올리기 전부터 팀원들은 '어차피 이건 또 지적하시겠지', '이 부분도 뭐라 하시려나?'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판단을 미룬다.
결국 팀 전체가 한 명의 뇌로만 움직이는 조직이 되어버린다.
한 명이 피곤하면 모두가 멈추고, 한 명의 입맛에 안 맞으면 수십 시간의 아이디어가 휴지조각이 된다.
그 안에서 개개인의 직관, 자율적인 판단, 창의성은 모두 줄어들고 조심성만 커진다.
개미가 리더 없이도 잘 굴러가는 이유는 그들 사이에 공감된 규칙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명령이 아니라 신호로 연결되며, 강제성이 없는 신호는 각자의 자율적 판단을 유도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역할과 방향만 충분히 이해되면, 지시 없이도 충분히 잘 움직일 수 있다.
오히려, 스스로 판단하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제안하고, 협력하며 더욱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상무님의 마이크로매니징 스타일은 그 자율성을 빼앗는다. 스스로 사고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아무 일도 제대로 일어날 수 없다. 개미도 안 하는 행동을 우리는 하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아예 신경을 안 쓰는 것보다는, 그래도 꼼꼼하게 통제하는 상사가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둘 다 겪어본 결과, 신경을 안 쓰는 상사 밑에서는 내가 스스로 노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있는데, 통제 속에서는 내 생각과 발전가능성을 점점 잃는다.
개미 사회처럼 단순한 시스템이라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만 갖춰지면, 그 집단은 리더 없이도 굴러간다. 팀워크는 통제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된 기준에서 쌓아가는 것이고, 진짜 협업은 명령이 아닌 신호에서 비롯된다.
지금 내가 일하는 이 시스템은, 개미보다 나은 사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