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늘보는 너무 느려서 몸에 이끼가 자란다

by 서하

나무늘보는 포유류 중에서도 가장 느리게 움직이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나무늘보의 평균 이동 속도는 시속 0.24km 정도로, 사람이 걷는 속도의 1/20 수준에 불과하다.

움직이지 않는 시간도 많아서, 하루의 대부분을 같은 위치에 매달려 보내며 하루 15시간 이상 잠을 자기도 한다. 물론,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극단적으로 느린 행동은 무기력이나 비효율의 결과가 아니다.

이러한 행동은 열대우림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위장 전략이다.


움직임이 적을수록 포식자에게 발견될 확률이 낮아지고, 느린 대사율은 낮은 칼로리 섭취량으로 생존을 가능하게 만든다.

실제로 나무늘보의 주요 먹이는 잎인데, 잎은 소화가 어렵고 영양분도 적다.

그래서 소화 속도까지 느리며, 한 끼 식사를 완전히 소화하는 데에 2주에서 한 달까지 걸리기도 한다.

낮은 에너지 소비, 낮은 움직임, 낮은 위험 노출, 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신기한 사실은, 이러한 느림 덕분에 나무늘보의 몸에는 이끼와 곰팡이, 심지어 나비와 곤충까지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한다는 점이다.

나무늘보의 가장 큰 천적은 매와 같은 맹금류인데, 너무나도 느리기 때문에 맹금류에게 발견되면 나무늘보의 삶은 끝나고 만다. 그래서, 이끼가 나무늘보의 털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며 나무늘보의 몸을 더 초록색으로 물들여 위장을 강화시키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나무늘보의 털에 사는 나방도 도움을 준다. 나방은 나무늘보 털에 서식하면서 진드기와 세균들을 먹어 치우며 살아간다.

결국 나무늘보의 느림은 하나의 생태계적 역할로 이어지며, 나무늘보는 단독 생물이 아니라, 털에 사는 생물체들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복합 생물군처럼 산다.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덜 먹고도 살 수 있고, 덜 움직이기에 덜 눈에 띈다.

가만히 있는 동안 털에 이끼가 자라고, 나방이 날아들고, 초록빛 털이 마치 숲처럼 변한다.

언뜻 보면 무기력해 보이지만 오래 살아남기 위한 방식이라니,

가끔은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것만으로도 무언가가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을 나무늘보를 보며 알았다.



몸에 이끼가 자란 나무늘보의 귀여운 모습을 AI로 그려았다 :)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1화너구리는 음식을 씻어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