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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고운 Mar 10. 2022

달래 사랑

내 그리움 속에 봄은 이제 손에 닿을 듯 가깝다

가을이 깊어갈 즈음에 화사하게 피는 달래 꽃

                                                                                                                                   


   어릴 적에 아침에 세수하고 들어오며 방 문고리를 잡으면 쩍쩍 들러붙던 그런 추위, 북극이 되레 따듯하다던 혹독한 추위도 세월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낮 기온이 10℃ 언저리에 머물면서 매화 가지에 꽃눈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추위 속에서도 봄은 차분하게 솟아나고 있었다.     

 

  지난 금요일 오후에 풀린 날씨가 반가워서 자전거를 타고 구이면 소재지에 갔다 오면서 글벗이며 형님처럼 허물없이 대해주는 양 목사님에게 전화했다. 목사님 채마밭에 자생한다는 달래를 좀 캘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가면서도 전화를 했지만, 불통이더니 마찬가지다. 아까운 일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하고 달래도 구해서 이른 봄맛을 보려던 내 생각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아니, 삼 분의 일만 이루어진 셈이다. 자전거를 타고 나갈 때부터 달래를 캐서 달래 간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그 목적을 이루지 못했으니, 완전한 실패인 셈이라고 해야 옳다.     


 



  나는 취나물, 달래, 두릅, 머위, 고수 따위의 향채나 향기가 짙은 깻잎, 미나리, 쑥갓 따위의 채소와 바질, 로즈메리, 페퍼민트 따위의 서양 허브 종류까지 향기 나는 식물을 좋아한다. 샐러드에도 반드시 이런 것들 가운데 몇 가지가 포함돼야 한다. 그런데 올겨울 추위 때문에 이런 종류가 귀하다. 온실에서 키운 것은 바깥공기를 쐬지 못해서인지 향이 별로였다. 자연이 키운 식물과 인공으로 만들어낸 것을 비교하자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재배한 달래도 가끔 매장에서 볼 수 있었지만, 향기가 희미해서 쪽파와 섞어보아도 알싸한 맛을 내지는 못했다. 그저 샐러드에 섞어 먹으며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달래다운 향과 맛이 고팠던 터에 모처럼 풀린 날씨를 기회 삼아 달려갔건만, 아직 내 기다림의 시간이 남아있었던지 헛일이 되고 만 것이다.     


  그날 밤에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초지종을 말하고 다음 날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엔 미세먼지가 완전히 뒤덮어 외출 불가. 그래서 또 다음 기회로 미뤘다. 


  좀처럼 내게 제 몸을 내주지 않으려는 달래, 숨바꼭질하듯 요리조리 숨고 비껴가며 내 속을 태운다. 그래도 기어이 만나고 싶은 내 그리움 속에 봄은 이제 손에 닿을 듯 가깝다. 사흘이 지나면 경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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