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수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생이 Jan 06. 2020

올해는 계획 없이 살 계획입니다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올해는 계획 없이 살 계획입니다



'올해는 계획 없이 살 계획'

누군가의 신년 맞이 카톡 대화명이라고 합니다.

보고 나니 뭔가 아이러니합니다.


분명 계획 없이 살 거라 하는데,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순적인 문장을 쓰면서까지

노플랜 인생을 선언하는 건 아마


새해를 맞아

큰 뜻을 품고 목표를 세웠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거나


비장하게 써 내려간 여러 계획을

비참하게도 어느 것 하나도 이루지 못했을 때


그로부터 밀려오는 자괴감, 회의감으로부터

올해는 벗어나고 싶다는

일종의 해방 선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에게도 매년

신년 계획이란 게 있었습니다.


좀 뻔하긴 해도

매일 영어신문 읽기, 일주일에 세 번 무조건 운동하기, 한국어 자격증 따기 등

매번 3, 4월에 멈춰있는 다이어리의 맨 앞장을 펼쳐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계획들은

마치 바람 빠진 자전거를 타듯

꾸준히 나아가지 못하고

얼마 못가 금방 고꾸라지더군요.




그렇다고

자괴감과 회의감으로 가득한 한 해를 보냈느냐?

단언컨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기대했던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기대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좋은 기회가 생겨 이직을 했고,

할머니와, 아버지와 해외여행도 다녀왔으며,

소소하게 피아노 연주회도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2019년 To Do List에는 없던

기대치 못한 소중한 결실들입니다.


지금 보니

연초에 미리 세워둔 목표보다

더 소중하고 값진 것 같기도 합니다.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루어지게 될 수밖에 없어!"


요즘 푹 빠져있는 아티스트

양준일 님이 슈가맨에서 한 말입니다.


'계획 없이 살 계획이다.'라는 문장처럼

살짝 아이러니하게 들립니다.

뜻대로 되질 않는데, 완벽하게 이뤄진다니...


2019년 한 해를 돌아보니

그의 말에 조금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비록 계획대로는 흘러가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이것저것 잘 해낸,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는 2019년이 되어 있었거든요.



(출처: JTBC 슈가맨)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작심이틀 각 나오는 계획 몇 개를 적어 봅니다.

이루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한 해가 돼버릴 것 같거든요 ㅎㅎ


대신 목표한 바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강박에서는

조금 자유로워진 기분입니다.


올해도

마냥 뜻대로만 흘러가진 않을 테니까요.

대신, 뜻하지 않은 기적 같은 일도 있을 테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선생님 유치하게 왜 이러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