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면

연결과 회복의 가능성을 믿으며

by 권한별

“혹시, 저만 그런 게 아니었나요?”

처음 댓글을 받았던 날, 팀장님은 그 문장을 수십 번도 넘게 읽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두려움, 희망, 그리고 절실함이 함께 있었다.

글을 쓰기 전까지는 몰랐다. 이 고통이 그렇게 흔하고도, 그렇게 은밀하게 퍼져 있다는 것을.

누군가 “저도 똑같아요”라고 말해준 순간, 팀장님은 처음으로 자신의 고통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결된 것임을 느꼈다.

그 연결은 아주 조심스럽게 시작되었다.
처음엔 한 줄짜리 댓글, 다음엔 조심스러운 메일, 그리고 더 나아가 직접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

“당신이 써준 그 글 덕분에 제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게 제 잘못이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 말들이 쌓이자 팀장님은 깨달았다.
자신이 살아남은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살아갈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건 구원이 아니었다. 대단한 조언도 아니었다.

그저, ‘나도 그렇다’고 말해주는 것.

그 말 하나로 사람이 살아나는 경험이었다.

그 후로 팀장님은 글을 멈추지 않았다.
스스로의 경험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 기록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처음 연결된 사람 중에는 공익제보 이후 회사를 떠난 이도 있었고, 오랜 침묵 끝에 말을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

각자의 고통은 달랐지만, 그들이 겪은 ‘평범한 악’은 놀랍도록 비슷했다.

“그냥 참으면 되잖아.”
“여기서 버티는 게 이기는 거야.”
“다들 그렇게 일하는데 왜 너만 유난이야?”

이런 말들을 들으며 혼자 무너졌던 사람들이 팀장님의 글을 통해 조금씩 자신을 붙잡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메일함에 이런 글이 도착했다.

“저는 평생 제가 너무 예민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제, 제가 예민한 게 아니라 그들이 무감각했던 거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팀장님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슬픔이 아니었다. 위로였다.
그리고 회복의 시작이었다.

사람은, 사람으로 인해 다치기도 하지만, 사람으로 인해 다시 일어서기도 한다.

연결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단 한 줄, 단 한 사람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단단한 연결이 있었기에 팀장님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에게 그런 연결이 되기로 했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면, 우린 서로를 알아볼 수 있어.’
‘우린 서로를 지지할 수 있어.’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이제 팀장님의 글 아래에는 댓글이 달린다.

댓글 아래 또 다른 댓글이 이어지고, 때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들끼리 서로를 다독인다.

“당신 덕분에 하루를 버텼어요.”
“당신이 말해줘서, 저도 말할 수 있었어요.”

그건 하나의 서사였다.
평범한 악 속에서 조용히 살아남은 이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서로를 지지하며,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

팀장님은 매일 되새긴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구나.’
‘그리고, 누군가도 혼자가 아니길 바란다.’

연결은 회복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 믿음이,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작가의 말

사라지지 않기 위해 쓴 문장들은 결국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그날, 나는 나를 구했다》에서 저의 고백을 더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리며, 혹시 더 많은 이야기와 작은 위로들을 듣고 싶으시다면 그 책 속에서 함께 걸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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