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레드오션, 인플루언서 커머스의 기막힌 가능성
현재 대한민국에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은 유저를 보유한 SNS 플랫폼은 단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다. 국민 대다수가 이 두 플랫폼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 대비 이곳을 메인 무대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다. 브랜드들이 협업하고 싶어 하는 인플루언서들은 보통 이곳에서 탄생한다.
플랫폼들의 중요 자산은 내부 유저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다. 따라서 이런 대형 플랫폼들은 내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더욱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판을 짜는 일을 한다. 주로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는 인플루언서들에게 광고 시장 하강 국면은 활동 중단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판단한 이들은 최근 각자 새로운 수익 창출 방안을 들고 나왔다. 그중 하나가 자체 커머스 기능이다. 줄어든 광고 수익을 커머스 수익으로 보완하라는 의도다.
유튜브는 최근 쿠팡, 카페24와 함께 각각 <유튜브 쇼핑 제휴 프로그램>과 <쇼핑 전용 스토어 개설> 기능을 도입했다. 아마존 어필리에이트의 유튜브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크리에이터가 영상에 상품을 태그하면 구매를 원하는 구독자가 쿠팡 혹은 전용 스토어로 이동해 자유롭게 쇼핑을 할 수 있는 기능이다. 크리에이터는 개당 판매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로 피드 내에 달 수 있는 쇼핑 태그 기능과 함께 <크리에이터 마켓플레이스>라는 판을 깔며 인플루언서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국내 인플루언서 커머스 시장 규모 28조원
온라인 쇼핑족 10명 중 1명은
인플루언서가 파는 걸 산다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나스미디어에 따르면 국내 인플루언서 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2년 6조원에서 3년이 지난 2025년 28조원 규모로 약 5배 가량 커질 것으로 예고했다. 국내 전체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약 229조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온라인 쇼핑족 10명 중 1명은 인플루언서들의 입김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형 플랫폼들조차도 본격적으로 신경 쓰고 있는 커머스 시장. 이렇게 전망이 밝은 곳이 바로 커머스다. 짭짤한 수입을 기대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이제 광고를 넘어 커머스에서 돈 벌 궁리를 할 때다.
나는 인플루언서 커머스 산업이 활황이던 2019년에 이곳에 발을 담갔다. 일반인들의 강력한 자생 방안이 인플루언서 산업에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만 있었던 나는 직접 이곳의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또 한 번의 이직을 감행하게 됐다. 몸 담을 회사를 고르면서 꽤 긴 시간을 할애해 업계를 공부했다. MCN 산업부터 각종 인플루언서 비즈니스들을 탐구했다. 특히 중국의 왕홍 비즈니스를 집중적으로 봤었는데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왕홍 산업을 보며 어렴풋이 대한민국 인플루언서 산업 또한 비슷한 양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와서 보면 중국인과 한국인의 민족 정서나 소비 관행 차이로 인해 완전 똑같이 발전하진 않는 것 같지만 탑 인플루언서들만큼은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듯 하다. 인플루언서 1인이 팔아 치우는 말도 안 되는 판매 수량과 스릴 넘치는 품절 최단 시간 갱신 행렬. 마치 홈쇼핑 생방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이곳에서 일하는 건 매일 색다르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었다.
인플루언서 커머스는 이미 유통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축이 되었다. 일하는 재미도 향후 전망도, 무엇보다 내가 찾던 자생력 발견 가능성도 그 모든 것이 좋았던 이곳. 대체 인플루언서 커머스는 어떤 매력이 있길래 다들 진입하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인플루언서의 길을 걸으려 하는 그대. 당신이 지금 하려는 선택이 얼마나 전도 유망한 지 하나씩 증명해주겠다.
바야흐로 커머스 대 전성시대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엔 다 이유가 있다. 인플루언서 커머스에 대해 브랜드와 인플루언서는 각각 어떤 매력을 느끼고 있는지 살펴보자.
브랜드가 커머스를 선호하는 이유
A. 구매 전환 복불복 광고와 달리 즉각적 매출 발생 구조
B. 커머스는 인플루언서 pick! 광고 효과는 덤
C.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 피드백, VOC 수집의 온상
브랜드들의 최대 목표는 자사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으며 여러 유통 루트를 뚫고 인플루언서 광고를 집행하는 이유는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다. 이런 브랜드들에게 인플루언서 광고는 사실 양날의 검이었다. 광고는 태생적으로 팔 확률을 높이는 것이지 판매가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 광고가 극강 효율을 자랑하던 시기, 인플루언서들의 광고비는 진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다지 파워풀하지 않은 인플루언서들인데도 시장가가 높게 형성돼 있어 기본이 몇천 단위를 호가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광고 수단 대비 효율이 좋았기에 브랜드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광고를 집행하곤 했다. 그.러.나. 혜성처럼 나타난 커머스 트렌드 덕분에 브랜드들은 보다 보장 가능한 마케팅 집행이 가능해졌다. 구세주와 같은 수단이 생긴 것이다.
우선 커머스는 A. 즉각적으로 판매가 발생하는 구조다. 마켓 혹은 공동구매로 진행되는 커머스는 인플루언서들에게 일정 기간 자사 상품을 온라인 최저가에 '판매'할 기회를 주는 형식이다. 커머스를 진행하는 동안 인플루언서에게 전달한 상품 결제 링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판매가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건 크건 일단 매출은 무조건 발생하므로 광고와 비교해 당연히 매력적인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어디 그뿐인가? 인플루언서는 이미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무거나 판매하려 하지 않는다. 때문에 B. 그들이 진행하는 브랜드는 그 자체로 인플루언서 Pick! 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광고 효과도 덤으로 따라온다. 종종 대형 인플루언서들은 그들이 진행하는 상품이 막대한 광고 효과도 있다는 것을 알고 추가로 광고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때의 광고비는 얹어주는 식이므로 부담이 그리 큰 수준은 아니다. 단순 광고 진행 대비 커머스는 ‘매출 발생'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곳은 인플루언서 팬심이 전제가 된 쇼핑 환경이기 때문에 C. 커머스 진행기간 동안 인플루언서 팬들로부터 상품 관련 진솔한 피드백들이 들어온다. 브랜드 상품 기획자들은 차기 상품을 기획하거나 기존 상품을 개선하기 위해 고객의 소리인 VOC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병행하는데 이 VOC들이 저절로 유입되니 브랜드 입장에서는 요긴한 아이디어가 저절로 들어오는 셈이다. 실제로 상품 기획에 유용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몇몇 인플루언서들은 아예 댓글 이벤트를 열어 팬들의 의견을 대대적으로 받고 그것을 토대로 상품을 기획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한다.
이렇듯 브랜드 입장에서 인플루언서 커머스는 여러모로 마다할 이유가 없는 루트다. 간혹 몇몇 브랜드들은 혹시 모를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커머스 진입 자체를 피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하이엔드 브랜드들마저 다수 진입하고 있는 현실로, 웬만해서는 커머스를 하는 흐름이라고 보면 된다. 예전이었다면 광고를 제안했을 인플루언서에게 이제는 커머스를 제안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는 상황, 재밌지 않은가?
인플루언서가 커머스를 선호하는 이유
A. 인생을 가득 담아, 진정성 플레이
B. 이젠 내가 골라! 주체적인 브랜드 선택
C. 수익 기회의 확장, 일회성 아닌 다발성 돈 벌기
브랜드 입장에서 이점 한 가득이었던 커머스,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점들이 좋을까? 먼저 인플루언서와 브랜드들이 어떤 식으로 협업을 하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진행 방식
브랜드 → 인플루언서
인플루언서 <커머스> 진행 방식
인플루언서 ↔ 브랜드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제안을 해오는 인플루언서 마케팅(혹은 광고)과 달리 인플루언서 커머스는 양방향으로 두루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B. 커머스는 인플루언서가 제안을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던 상태에서 벗어나 협업 상대를 능동적으로 선택이 가능하게 된 구조다. 보다 주체적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린 것이다. (물론 광고도 광고 수주가 필요한 인플루언서들이라면 브랜드에게 직접 영업을 하러 나가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광고는 브랜드로부터 일방적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
인플루언서가 진행하는 상품은 '내가 직접 사용해보고 너무 만족해서 여러분들도 같이 써보시라고 좋은 조건에 가져온 것'이라는 의미의 꼬리표를 달고 있다. 여기에 커머스는 인플루언서가 직접 상품의 소구 포인트를 요목조목 설명하며 팬들에게 설득을 하는 방식이다. 이런 특성상 인플루언서 커머스는 진행할 상품을 마구잡이로 고르기가 힘든 구조다. 광고는 제안 받은 광고비가 높다면 그다지 동의하지 못 하는 상품이라도 잠시 나를 통해 홍보해주는 대가라고 생각하며 찐텐 없이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커머스는 팬들에게 직접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써보고 정말 좋아서 혼을 담아 소개할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 따라서 인플루언서 커머스는 인플루언서의 인생 스토리텔링이 필연적이다. 이 상품을 왜 사용하게 됐고 어떤 효과를 봤는지 등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이야기를 담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전 진행 상품과의 유기적인 스토리텔링부터 콘텐츠 빌드업까지. 광고와 비교했을 때 다소 머리 아픈 구조이기는 하지만 A. 이런 과정이 수반되는 덕분에 커머스는 진정성 플레이가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셀러의 진짜 이야기에서 비롯된 인생템. 팬들이 설득될 확률이 매우 높은 구조다.
마지막으로 커머스는 한 상품을 가지고 기본적으로 여러 번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건강기능식품, 밀키트, 화장품 등 대다수 마켓 품목은 소비재인 특성상 소비주기를 감안해 재구매 시점에 이르면 재진행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C. 한 번 입금되고 끝나는 광고와 달리 커머스는 여러 번 입금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개당 마진에 총 판매량을 곱한 값을 정산받는 구조이므로 잘 판 만큼 더 벌 수 있는 성과제로 수익 확장의 폭도 꽤 넓다고 볼 수 있다.
사랑하는 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내 찐템을 직접 고를 수도 있고 열심히 한 만큼 보상까지 톡톡히 받을 수 있는 인플루언서 커머스. 왜 다들 커머스 쪽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는 것인지 이제 조금 감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