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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칸희 Oct 23. 2024

공구가 진짜 그렇게 많이 벌어요?

공동구매 이야기입니다만 꼭 공동구매 이야기는 아닙니다(?)

인스타 공구가
그렇게 돈이 많이 된다면서요?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할 때 받던 또 하나의 질문이다. 이 업계에 몸을 담은 직후만 해도 공구로 돈을 얼마나 벌겠냐는 식이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사람들의 질문이 바뀌었다. 많이 버는 건 아는데 대체 어느 정도까지 잘 버는 거냐는 식으로 말이다. 공동구매 시장이 정말 짧은 시간 안에 급성장하기도 했고 이젠 하나의 어엿한 온라인 쇼핑 장소로도 자리를 잡았다보니 이곳과 관련된 소문들도 점차 생겨나는 것 같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 Yes!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 인플루언서를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표현할 만큼 탑급 인플루언서들의 수익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리 유명하지 않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조차도 월 1천만 원이 가뿐한 수준을 자랑한다. 이들의 수익을 처음 알았을 때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MCN, 그중에서도 커머스 특화 MCN에서 일한 나는 담당 인플루언서들의 마켓이 열리면 매출 신장을 위한 전략을 짜는 업무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그들의 실시간 매출 현황을 모니터링하게 되는데 대형 인플루언서들의 경우는 오픈 직후부터 정말 짜릿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홈쇼핑 PD의 심정을 매번 간접 체험하는 느낌이랄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그 모습이 현실에 재현되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쭉쭉 빠지는 재고,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감되는 결제창, 몇 분 내에 찍히는 억 단위의 매출. 마켓 하나를 준비하기까지 짧게는 2주, 길게는 몇 달이 소요되는데 인플루언서의 팬들이 폭발적인 구매로 화답해주면 얼마나 뿌듯한 지 모른다.


내가 이곳을 탐험하고 있는 이유는 일반인들의 자생 가능성 확인에 있다. 매달 결산 때 보게 되는 소형급부터 대형급 인플루언서들의 월 정산 내역은 내가 계속 이곳을 탐험해야 할 이유로 너무나 충분했다. 요즘 주부나 어린 친구들도 계정을 바짝 키워 공구로 소소한 용돈벌이를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이러한 분들마저도 마켓 수입이 꽤 쏠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니 대체 어떤 구조이길래 이렇게들 수입이 좋으신건지 궁금하지 않은가? 공동구매가 돈 잘 버는 원리,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SNS 커머스,

온라인 장사의 신들은

다 아는 치트키

※ 용어 정리
여기서 지칭하는 SNS 커머스는 앞에서 말한 인플루언서 커머스와 동일한 단어로 소통 기능을 제공하는 SNS에서 개인이 여는 마켓, 공동구매(공구), 주문 제작 형태의 온라인 상거래 방식을 말한다.

공구해서 집 사고 차 사고 건물 올린다는 말은 결코 카더라 통신이 아니다. 이 필드에서 뛰고 있는 내가 수차례 확인한 진실이자 잘 파는 인플루언서 셀러들의 실제 현실이다. SNS 커머스, 대체 어떤 원리로 작동되길래 무지막지한 현금 흐름을 손쉽게 창출해내는 것일까?


SNS 커머스가 잘 되는 원리

SNS 커머스, 뭐 대단한 것이 있어 보이지만 사실 본질적으로는 온라인에서 하는 장사다. 오프라인에서 하는 장사와 다를 바 없고 다만 장소가 온라인, 그중에서도 SNS 플랫폼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SNS 커머스를 잘 하는 비결도 오프라인 장사의 원리와 비슷하다. 온라인이라는 게임의 룰에 맞춰 약간의 전략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장사를 잘 하는 방법은 뭘까? 간단하다. 굶주린 사람들 앞에 놓인 햄버거 같은 존재가 되면 된다. 될 만한 곳에서 팔릴 만한 것을 파는 것! 이게 바로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모든 거상들의 핵심 비결이다. 온라인에서는 흔히 1인 사업자나 인플루언서들이 높은 판매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프라인 사업이었다면 기본 서너 명이 달라붙어야만 만들 수 있을 매출을 어떻게 혼자서도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방금 말한 거상들의 비결, 즉 될 만한 곳에서 팔릴 만한 걸 파는 행위 자체를 개인 체제로도 수월하게 해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온라인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될 만한 곳, 다시 말해 내 상품이 잘 팔릴 만한 장터는 당연히 내 상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집약돼 있는 공간으로 선정해야 유리하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플랫폼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인스타그램, 네이버 밴드, 카카오스토리 같은 SNS 플랫폼에서 특히 많은 시간을 보내며 여기서 비슷한 관심사별로 사람을 묶어 내는 단위를 '커뮤니티'라고 표현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그 종류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네이버 카페나 다음 카페 같은 포털 커뮤니티, 네이트 판이나 디시인사이드 같은 웹사이트 커뮤니티, 그리고 블라인드, 당근마켓 같은 앱 기반 커뮤니티, 카카오톡 오픈채팅도 모두 커뮤니티에 속한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커뮤니티에 오프라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트래픽 덕분에 온라인 상거래의 기회가 커지고 판매할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많은 커뮤니티 운영자들은 커뮤니티 내 장터 개념의 기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운영비를 충당한다. 예를 들어 네이버 맘카페를 살펴보면 운영자는 단순히 회원들이 알아서 활동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카페 게시판별 담당자가 있을 정도로 굉장히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몇백만 명이 가입한 카페 회원 중에는 커뮤니티의 흐름을 방해하는 악성 회원들이 있기 때문에 매니저들의 관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회원 간 유익한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필요하다. 맘카페 운영자는 이를 수행해주는 매니저들의 인건비를 개인 돈으로 충당할 수 없으므로 카페 내 공동구매나 대문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처럼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인은 어떻게든 돈 벌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중에서 판매에 가장 유리한 커뮤니티로 꼽히는 곳은 어디일까?


커뮤니티 중 커뮤니티가

인플루언서 계정이라구요?

5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인플루언서는 특정 분야나 주제를 대표하는 고유한 집단과도 같은 존재다. 그들이 이끄는 팬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교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플루언서 각자 또한 하나의 커뮤니티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내가 판매하려는 상품이 특정 인플루언서의 고유성과 결이 잘 맞는다면 그 인플루언서의 팬덤은 내 상품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반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명의 판매자가 올린 글이 큰 주목을 받기 어렵지만 인플루언서 계정에서는 다르다.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 관계 덕분에 인플루언서가 직접 올린 판매글은 팬덤 집단의 큰 관심을 받으며 판매로 이어질 확률도 훨씬 높다.


종합해보면 인플루언서들의 계정은 온라인에서 될 만한 곳 즉 장터 삼기에 최적의 환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커머스 업자들이 커뮤니티 중 커뮤니티로 인플루언서 계정을 꼽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대규모 커뮤니티를 이끄는 '사람' 판매자, 즉 인플루언서가 중심이 되는 SNS 커머스의 강력한 힘은 바로 그들의 '팬덤'에서 나온다. 이 힘을 판매에 활용하고 싶다면 내 상품이 가진 고유성과 맞는 인플루언서와 협업하거나 직접 인플루언서가 되어 팬덤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 있다. 온라인 거상들은 모두 SNS 커머스의 위력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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