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공동구매가 유독 떼돈을 버는 이유
돈 되는 곳만 찾아가는 MCN들이라고 했다. 커머스의 가능성이 이렇게나 눈부신 상황이라면 과연 커머스 특화 MCN들은 지금 어디서 활동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여전히 가장 많은 유저를 보유한 유튜브보다 인스타그램을 소속 인플루언서들의 주 무대로 선호하고 있다. 동일 인물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커머스를 동시에 진행할 경우, 인스타그램에서 더 높은 매출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유튜브가 본진(주 활동 플랫폼)인 경우에도 말이다. 커뮤니티 중 커뮤니티라는 인플루언서들의 팬덤. 그중에서도 커머스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효율을 보이는 것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의 팬덤이다. 왜 유독 인스타그램의 공동구매 수익이 높은 것일까? MCN들도 찜한 장터 인스타그램, 그 이유를 알아보자.
집도 터가 좋아야 하듯 장사도 터가 좋아야 한다. 인스타그램은 일단 터가 좋다. 장사할 환경으로 안성맞춤인 특성을 많이 갖춘 공간이다. 만들어지기를 비주얼 중심적 SNS로 만들어진 인스타그램은 유난히 과시하기 좋은 공간으로 발전했다. 사람들의 눈길을 확 사로 잡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주목을 받을 확률이 높은 장소이다. 패션, 뷰티, 다이어트 등 여성 소비자들의 주요 관심사 카테고리는 비주얼적으로 후킹이 잘 되면 판매율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인스타그램의 속성적 강점과 딱 맞아떨어진다. 그래서인지 인스타그램은 주로 여성 소비자들이 주축이 되는 분야에서 쇼핑 문화가 발전한 양상을 띤다. 인스타그램은 여성 고객들이 쇼핑을 즐기는 공간으로 입지를 굳힌 지 오래다.
모바일 앱 사용자 데이터 분석기관 와이즈앱의 최신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인스타그램 유저 수는 약 2,500만 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자랑한다. 세대별 SNS 사용시간 순위에서도 60대에서 2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전 연령대에서 인스타그램이 1위로, 사용시간 또한 월등하게 긴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소비자들이 쇼핑을 즐기는 공간 특성과 더불어 높은 구매력을 가진 2050 타겟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곳, 인스타그램 커머스가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스타그램은 플랫폼 기능적으로도 쇼핑 친화적인 성향을 많이 띤다. 인스타그램에는 쉽고 간단하게 올릴 수 있는 스토리, 피드 기능이 있다. 판매자는 배송 상의 문제나 업체측 이슈가 있을 때 소비자들에게 재빨리 공유하며 신뢰를 주어야 하는데 인스타그램이 제공하는 기능들은 즉각적인 업로드는 물론 팔로워들에게 실시간 알림까지 보내주어 유사시 대처가 용이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제공하는 라이브 기능 또한 판매 과정에서 여러모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기능 중 하나다. 네이버나 카카오 쇼핑 라이브처럼 라이브 커머스 형식으로도 활용 가능하고 친근한 Q&A 형식의 라방을 통해 고객들의 궁금증을 시시각각 해결해 줄 수 있다. 라이브를 켜면 라방을 켰다는 자체로 진행자를 향한 이목이 집중되곤 하는데 커머스 기간 동안 진행하는 라방은 매출 증진에도 실제로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이처럼 인스타그램은 플랫폼 기능적으로나 유저 특성적으로나 커머스를 하기에 아주 제격인 장터이다. 이곳에서는 더이상 판매 행위가 유별난 행동이 아니다. 모두가 당연하고도 익숙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팔아도 될 지의 여부가 아니라 잘 팔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하는 공간으로 봐야 한다. 쇼핑 큰 손이라 불리는 여성 고객들 사이에서도 이미 어엿한 하나의 쇼핑 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인스타그램. 여기는 아주 작은 파이만 점령하더라도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풍부한 황금어장이다.
소비 행위는 소비자 입장에서 일종의 위협으로 여겨질 수 있다. 돈을 지불하는 것은 한정된 자원의 일부를 포기하는 선택을 의미하며 그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항상 뒤따르기 때문이다. 물건을 구매하기 전 고객이 이리저리 재고 따지며 깐깐하게 가치 평가를 하는 이때, 평소 사람 대 사람으로 신뢰 관계를 형성해 온 셀러가 있다면 어떨까?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해 인스타그램에서 판매가 월등히 잘 되는 이유는 세일즈가 ‘관계’에 기반한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콘텐츠 소비가 활발한 플랫폼 중 유일하게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 기능을 제공하는 '관계형 SNS'라는 점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제공하는 피드나 스토리, 릴스 기능은 모두 DM(Direct Message; 인스타그램 내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메신저 기능)으로 특정 유저에게 공유할 수 있다. 친구와 함께 보며 웃고 싶은 재미있는 릴스를 보았을 때 즉각적으로 DM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능 덕분에 인스타그램에서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유저들 간의 소통과 친밀감 형성이 더욱 촉진된다.
이러한 관계 기반의 SNS 위에서 발전한 인스타그램 마켓은 '소통형 커머스'라고도 불릴 만큼 소통을 통해 관계를 다지는 시장이다. 상향 평준화 시대에 접어든 지금, 소비자들은 비슷한 상품들 사이에서 결국 당신에게 사는 것을 선택한다. 이는 그들이 당신이라는 판매자를 신뢰하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다. 좋은 상품을 가진 유통업자보다 나와 소통하는 팬들이 많은 인플루언서가 더 강력한 판매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바로 인플루언서와 팬들 간의 관계 덕분이다. 인스타그램은 현 시점 그 관계를 형성하기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이길 수 없는 강자가 득세한 게임에 참여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임의 룰은 공평해야 하며 모든 참가자가 각자의 실력만으로 정정당당하게 겨룰 수 있도록 그 어떤 수단도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모든 사용자가 공평하게 콘텐츠 경쟁에 임한다. 큰 돈을 투자해야 계속해서 상위에 노출될 기회를 갖는 시중 이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인스타그램은 직접 만든 콘텐츠를 통해 공정한 노출 경쟁에 참여한다. 상위 노출이라는 월계관을 얻기 위한 조건은 단 하나. 가치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려는 각자의 노력이다. 가진 것이 부족한 초보 셀러 입장에서 이는 엄청난 기회다.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는 오프라인 사업과 달리 콘텐츠를 만들 줄만 알면 무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노출될 기회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 이러한 구조 덕분에 인스타그램에서는 마켓 매출 또한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SNS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업체들은 자사 상품을 여러 셀러들에게 공급하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마켓에서 판매되는 공동구매 상품들은 자주 돌고 도는 경우가 많다. 셀러의 셀링 파워에 따라 공급업체에서 진행 가능 상품에 차등을 두거나 조건을 걸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누군가 파는 상품은 나도 팔 수 있는 상품이 된다. 이렇게 너도 나도 다 똑같은 걸 파는 상황에서도 굳이 나에게 와서 사게 만들 수 있는 한 방을 만들어 내는 것도 역시나 콘텐츠로 가능하다. 이렇듯 인스타그램은 모든 게 정말 하기 나름인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광고비로 써야 겨우 판매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여타의 이커머스 플랫폼들과 달리 인스타그램은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떼돈을 벌 수 있는 공평한 경기장이다. 언더독인 초보 셀러의 입장에서도 얼마든지 역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스타그램. 많은 셀러들이 이곳 판매 경쟁에 임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SNS 커머스, 그중에서도 인스타그램 공동구매가 유독 잘 되는 원리와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인플루언서 되는 방법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갑자기 공동구매 셀러 이야기로 변질된 느낌에 당황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오해 없길 바란다. 이 책의 집필 목적은 여전히 인플루언서가 되어 돈까지 잘 버는 방법에 관한 본질을 다루는 것이며 인스타그램 공동구매는 어디까지나 이 본질을 담는 지금 시대의 그릇을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 공동구매의 본질은 '커뮤니티 커머스'다. 인플루언서의 커뮤니티는 팬덤으로 불리므로 '팬덤 커머스'라고도 할 수 있겠다. 개인이 주축이 되어 제각기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고 개인이 만든 데이터가 본격적인 거래 가치를 갖게 될 웹3.0 시대에 팬덤 커머스는 동일하게 적용될 시대 지식으로 작용할 것이다. 블로그에서 마켓을 운영하던 파워 블로거가 지금의 인스타그램 셀러가 된 것처럼 시대에 따라 그릇은 반드시 변할 것이다. 지금의 인스타그램 공동구매라는 그릇은 다가올 웹3.0 시대에 어떤 형태로 바뀔 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릇은 달라질지라도 팬덤 커머스라는 내용물은 변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인지한다면 다음 장부터 쓰인 내용들이 단순히 공동구매 셀러 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간파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콘텐츠를 갖고 살게 될 확률이 높은 가까운 미래에 한 발 앞서 자생력을 준비하는 지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