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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an KIM Dec 04. 2017

[ESC] (9) 이번생은 처음이라 (스포주의)

드라마 리뷰는 처음이라

‘이번생은 처음이라’를 봤다. 드라마의 여운에 빠져 일이 잡히지 않을 정도다. 공감가는 대사들이 많아 머릿속이 어지럽다. 나름대로 정리라도 해봐야겠다.


기초사실


남세희와 윤지호는 수지타산으로 만나 상처받았던 또는 낯설었던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정말 마음을 고백해야 했을 타이밍에 세희와 지호는 입주결혼계약의 무미건조한 관계를 내세우며 마음을 숨긴다. 수지타산 입주결혼계약은 무럭무럭 자라나는 세희와 지호의 사랑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이에 지호는 입주결혼계약을 해지하고 ‘이혼’하자고 제안하되 후반전을 예고하고 떠났다. 인터미션에 축구선수들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처럼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만나자고. 둘은 창조적 파괴 과정을 거쳐, 둘은 원석과 호랑이 사랑을 나누던 옥탑방에서 진정한 사랑에 공감하며 다시 시작한다.    


사람의 마음


위 모든 과정에서, ‘이번생은 처음이라’는 사람의 ‘마음’에 집중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도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정현종, 방문객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 박준,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예쁜 마음들


지호의 인생과 마음을 담은 말들이 세희에게 들어가 살아남았고, 살아남은 말들은 세희의 마음이 되었다. 지호의 마음과 세희의 마음은 서로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예쁜 마음들이다. 그리고 지호와 세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부모님, 과거 인연들의 예쁜 마음들이 지호와 세희를 둘러싸고 있다. 한 사람을 둘러싼 예쁜 마음들이 12년 전 정민과 세희의 이별처럼 슬픈 결말을 만들기도 하지만, 드라마는 결국엔 다 예쁜 마음들임을 인정할 수밖엔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행복의 다짐


그렇다. 예쁜 마음들로 시작한 가정은 내 주위의 모든 예쁜 마음들이 도와준 사회적인 구조물이다. 운 좋게도 좋은 사람과 건강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면 예쁜 마음들을 받아 예쁘게 잘 가꿔나가는 것이 순리다. 행복해져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 순리다.


누군가는 예쁨을 고착이니 노잼이니 조롱하면서 깨버리지 못하여 안달이다. 그러나 빛은 여러 어둠을 거친 최적의 결론이다. 누구나 자신의 어둠에서 빛으로 머리를 뻗게 되어 있다. 그 볕드는 피난처에서 우리는 안식하며 행복하다.


세희도 그러하다. 세희는 과거의 어둠에 파묻혀 지호와 마음을 키워가면서도 사사건건 계약 결혼 속으로 자신의 마음을 숨긴다. 세희는, 마음보다는 조건이라며 부모님이 준 상처,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말라며 정민이 준 상처, 여러 어두운 상처를 거쳐 결국 지호라는 최적의 결론을 대면한다.


예쁜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예쁘게 풀어나가는 것이 바로 삶의 지혜다. 값없는 지혜는 없으니, 실패를 거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인간관계에 실패할 때마다 조금은 안심해도 된다. 예쁜 마음을 더 예쁘게 풀어나가는 과정을 온몸으로 배우고 있노라고. 세희처럼. 다만 예쁜 마음들을 더 잘 풀어 내가 행복해지겠노라고 다짐해야 한다.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정민의 마지막 말에 지호에게 고백할 용기를 냈던 세희처럼.


결론


‘이번생은 처음이라’는 예쁜 마음이 예쁘게 풀리는 마음의 서사다. 저마다의 마음이 만나 사랑이 된다. 그래서 위 드라마는 신성한 사랑의 서사이기도 하다. 사랑에 고민을 품고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감히 권한다. 마음과 사랑의 서사, ‘이번생은 처음이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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