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분할지급, 중간정산 해줘도, 그건 임금일 수도 있다?
근로자가 사업주를 상대로 퇴직금을 청구하고, 사업주가 퇴직금 소송에서 퇴직금 분할 약정 및 퇴직금 중간정산을 주장하는 경우에, 근로자가 '사업주로부터 받은 금원은 임금일 뿐이니, 나머지 퇴직금을 달라'고 주장하는가상의 사실관계를 놓고 적어 보았다.
퇴직금 분할 약정에 관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무효
사업주는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월 임금에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포함하여 지급하였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퇴직금 분할 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 전문에서 정한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8조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근로자의 ‘임금’ 수령
(1) 사업주의 예상되는 주장
사업주는 위 퇴직금 분할 약정이 무효라고 한다면, 근로자가 받은 금원 중 일부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하고, 이 부당이득 반환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근로자의 사업주에 대한 퇴직금 채권과 상계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2) 判例 - 부당이득 반환 법리의 적용 가부
그러나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부당이득 반환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부당이득 반환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참조).
즉 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②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③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부당이득 반환의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참조).
(3)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 (위 요건 ‘①’)
사업주는 사후에 근로자가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써주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업주는 연차별 기본급, 각종 수당을 근로자에게 지급하였고, 근로자는 이를 임금으로 수령하였을 뿐이다. 퇴직금의 분할 지급에 관하여는 근로자와 사업주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 일정한 금원을 분할 지급한다는 ‘실질적’ 합의 존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위 2010다 95147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사후적으로 “위 임금 중에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확인서를 작성한다고 하여 그러한 합의가 소급하여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
(4)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 특정 (위 요건 ‘②’)
근로자는 기본급, 잔업수당, 장기근속수당, 기타수당을 ‘임금’으로 지급받았을 뿐,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 액수가 전혀 특정되지 않았다. 특히 근로자가 받은 급여명세서를 보면, 기본급, 잔업수당, 장기근속수당, 기타수당만이 기재되어 있고 ‘퇴직금’이라는 항목은 나타나 있지 않음을 살필 수 있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급여 총 지급액을 정리한 표를 제시하며 ‘퇴직금’이 함께 지급되었다고 주장하나, 급여명세서는 ① 결재선이 명확히 드러나 있고 사장의 자필 결재까지 되어 있고 ② 연차별로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명확히 표시해 놓은 서류임에 반하여, 사업주가 정리한 표는 사업주가 임의로 작성한 표일 뿐이므로, 사업주가 임의로 작성한 표를 기초로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를 특정하여 지급하였음을 입증하기는 힘들다.
(5)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위 요건 ‘③’)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지급한 임금에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사업주는 위 기간 동안 근로자에게 급여명세서에 비추어 보면 상여금 없이 월 100여만 원의 임금을 지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는 상여금도 없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으로 매월 100여만 원의 많지 않은 금원을 수령하였는데, 사업주의 주장대로 위 금원에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고 실제 기본급과 각종 수당이 그보다 적은 경우라면,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경우라고 봄이 경험칙상 합리적이다.
소결
① 퇴직금의 분할 지급에 관하여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에 사전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고, ②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 액수가 전혀 특정되지 않았으며, ③ 근로자가 상여금도 없는 박봉을 수령해 온 사실에 비추어 사업주의 주장대로 수령한 임금 중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러한 근로계약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다.
요컨대, 사업주가 지급한 금원은 그 실질이 임금이고, 사업주가 드는 입증방법은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한 형식만을 취한 것에 불과하므로, 근로자는 근로를 제공하고 사업주로부터 정당한 대가로 지급받은 임금을 보유할 힘이 있고, 부당이득 반환의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사업주에게 부당이득 반환 채권이 있고 이를 자동채권으로 근로자의 퇴직금 채권과 상계하겠다는 사업주의 주장은 이유 없다.
퇴직금 중간정산에 관하여
사업주의 예상되는 주장
사업주는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이 존재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이후 발생한 퇴직금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 소멸하였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퇴직금 중간정산의 유효성
(1) 퇴직금 중간정산의 유효요건
퇴직금 중간정산은 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2012. 7. 26. 법률 제109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1항에 따라 ‘근로자의 요구’를 요한다. 2012. 7. 26. 개정으로 요건이 강화되었다.
하급심 판결은,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여 연봉제계약에 따라 유효하게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한 요건으로, ① 중간정산을 요구하는 근로자의 요구는 개별적이고도 명시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② 근로기준법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에 한하여 중간정산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중간정산의 대상이 되는 근속기간은 중간정산을 요구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중간정산 요구 이전의 과거근속기간만이 포함되고, 근로자가 장래에 계속 근로할 것을 전제로 중간정산 요구 이후의 미래근속기간에 대하여 사전에 중간정산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며, ③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근로계약 체결시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연봉제 계약체결시에 연봉 중에 포함되는 퇴직금의 액수가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어야 할 것을 요한다(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2002. 5. 8. 선고 2002가소1707 판결).
사업주는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20542 판결의 판시내용을 인용하며 근로자가 별 다른 이의 없이 사용자가 지급한 중간정산퇴직금을 수령한 행위만으로도 ‘근로자의 요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반드시 근로자가 먼저 중간정산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경우에만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가 유효한 것은 아니며, 퇴직금 중간 정산 합의가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면 퇴직금 중간 정산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위 판시사항은 근로자가 먼저 중간정산의 요구를 하긴 하였으나, 사업주가 그 중간정산의 기간을 달리 계산하여 중간정산퇴직금을 지급한 다음의 사실인정을 기초로 한다. 퇴직금의 중간정산 ‘기간’에 관한 합의는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별 다른 이의 없이 그 중간정산퇴직금을 수령한 행위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시일 뿐이다. 이러한 취지의 판시사항을 근로자의 중간정산 요구 자체가 없는 이 사안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이 사건 중간정산 당시 원고는 최초 입사일부터 1998. 12. 31.까지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하여 중간정산을 요구하였는데, 이러한 요구와 달리 피고는 제1, 2차 중간퇴직이 유효하다고 보고 제2차 중간퇴직 다음날부터 1998. 12. 31.까지의 기간에 대하여만 그 중간정산을 실행하였으며, 원고는 별 다른 이의 없이 그 중간정산퇴직금을 수령하고, 이어 그 다음해에도 1999. 1. 1.부터 1999. 12. 31.까지의 근속기간에 대하여 한 차례 더 퇴직금을 중간정산받기까지 한 사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근로자의 중간정산 요구 자체가 없는 경우에도 근로자가 별 다른 이의 없이 사용자가 중간정산퇴직금이라고 주장하는 금원을 수령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퇴직금의 중간정산에 관한 ‘근로자의 요구’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사업주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 사안의 경우
소멸시효 항변의 입증책임은 사업주에게 있고, 사업주는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유효한 퇴직금의 중간정산일’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유효한 퇴직금의 중간정산의 입증책임은 사업주에게 있다.
그렇다면 앞서 기재한 법리에 비추어 사업주는 ① 근로자가 개별적이고도 명시적인 방법으로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사업주에게 요구하였던 사실, ② 근로자가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경 각 개별적이고도 명시적인 방법으로 과거 1년분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사업주에게 요구하였던 사실, ③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의 연봉제 계약체결 사항에 연봉 중에 포함되는 퇴직금의 액수가 명확하게 제시된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3) 소결
만약 사업주는 위 사실들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면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은 없다. 사업주는 아래 말씀드리는 바와 같이 기존의 월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연중 불상시에, 역시 그 성질이 임금인 금원을 지급하였을 뿐이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이 있었고, 이 사건 청구인 퇴직금이 위 중간정산일로부터 기산하여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 소멸하였다는 사업주의 주장은 이유 없다.
근로자가, 사업주가 주장하는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지급받은 금원의 성질 : 임금
근로자가 사업주로부터 기본급과 각종 수당 등 그 실질이 모두 ‘임금’인 금원을 지급받아 왔음은 앞서 다룬 바 있다.
사업주는 앞서 말씀드린 월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그 이후 매년 일정 금액을 근로자에게 지급하였는데, 사업주는 이를 그 이후 중간정산하여 1년마다 지급한 퇴직금이라 주장할지 모른다.
퇴직금은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므로(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조), 임금과 명확하게 구분하여 지급할 것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기존의 월 임금을 삭감하고 대신 지급한 금원은 월 임금을 사후에 지급한 것에 불과할 뿐, 근로자퇴직금여 보장법에서 퇴직금을 보장하고 보호하는 목적과 취지상 퇴직금이 될 수는 없다.
실제로 사업주는 일정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한 뒤 근로자에게, 가령, 2008년 임금에 대한 보충으로 2009. 3. 31. ㅁㅁㅁ여 만 원, 2009년 임금에 대한 보충으로 2010. 1. 31. ㅁㅁㅁ여 만 원, 2010년 임금에 대한 보충으로 2011. 3. 31. ㅁㅁㅁ여 만 원, 2011년 임금에 대한 보충으로 2012. 3. 31. ㅁㅁㅁ여 만 원을 각 지급하였고, 위 금원들은 기존의 임금을 삭감한 뒤 대신 지급한 금원으로서, 그 실질은 역시 ‘임금’일 수밖에 없다.
소결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이 없었으므로 퇴직금의 소멸시효가 기산하지 않았고, 근로자가 2008.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지급받은 금원은 그 실질이 임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