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고 쓴 독후감이다.
잘 읽히는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이 있다. 위 책은 술술 읽힌다. 저자 수 클리볼드는 아들 딜런이 총기 집단살해범이라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 책은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멘탈을 조금씩 수습하는 저자의 감정을 잘 담았다. 가히 멘탈 수습계 끝판왕.
너무 힘들면 아들을 잊고 원망해 버릴 수도 있다. 저자는 아들을 원망하되 피하지 않았다. 되려 정면으로 와락 껴안았다. 딜런의 일기와 모든 자료들을 집요하게 헤집는다. 심리학자들에게 보이고 피드백을 받는다. 결과를 조각조각 맞춘다. 나름의 스토리가 보인다.
저자에 따르면, 딜런은 공범 에릭처럼 선천적 사이코패스가 아니었다. 딜런은 이미 우울증 등 후천적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의 길에 들어서 있었다. 에릭이 자살의 실행방법으로 집단살해 후 자살을 택하도록 무기력하던 딜런에게 영향력을 끼친 것이다. 딜런이 자살하지 않도록, 에릭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적절히 보살폈다면 딜런은 괜찮았을 수도 있었다. 콜럼바인 고교의 참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저자는 딜런의 범행을 비난하고 부모의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그 동인을 분석하여 다른 자살-살인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삶을 살아갔다. 그는 그렇게 이 책의 저자가 되었다. 저자의 삶과 이 책은, 어쩌면, 집단살해범 아들을 정면으로 껴안은 어머니의 사무친 사랑이리라.
참고할 만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