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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Jun 05. 2020

지금은 홈코노미 시대

집밖은 위험하니까. 혼자서도 할 수 있는 1인분 홈코노미 시대에 관하여.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홈코노미


바야흐로 혼족의 시대다. 밥도, 술도, 영화도, 혼자서 먹고, 마시고, 본다. 혼자라는 것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편하다. 무엇을 먹고, 마시고, 볼 것인지 상의하고 합의할 필요 없이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면 그만이다. 아니면 방구석 1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면 된다. 스마트폰 터치 몇 번만으로 일상에 필요한 것들을 손쉽게 구한다. 혼족에서 홈족으로, 트렌드가 진화한 것이다.


다양한 생필품 주문이 가능한 대형마트부터 신선한 식재료와 식품을 새벽 배송하는 스타트업까지, 스마트폰에 서비스 앱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간편하게 먹을 걱정을 덜 수 있다. 심지어 자정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문 앞까지 배송된 식재료를 구할 수 있으니 매일 새로운 식단을 구상할 수 있어 간편하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조리된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음식 배달 앱에 접속하면 도심 내에 있는 웬만한 맛집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거리에 따라 적정 요금만 추가로 지불하면 된다. 커피나 디저트도 선택이 가능하다.


영화관에 갈 필요도 없다. 스마트 TV를 비롯한 디지털 디바이스 혹은 스마트폰만 있어도 앉아있는 곳이 극장이 된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비롯한 OTT 서비스 앱에 접속해서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 시청이 가능하다. 심지어 세탁기가 없어도 빨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세탁 서비스 앱에 접속해 서비스를 신청하고 예약 시간 전에 세탁물을 문 앞에 내놓으면 다음 날 세탁된 옷이 문 앞에 배달된다.


이른바 홈코노미의 시대. 집을 의미하는 ‘홈(home)’과 경제, 절약을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를 결합한 홈코노미는 대부분의 경제 활동을 집에서 소비하는 트렌드를 대변하는 신조어다. 소비의 만능키가 된 스마트폰만 있으면 무엇이든 구매하거나 즐길 수 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괜찮다. 스마트폰에 접속하는 순간 자리하고 있는 곳이 식당이 되고, 카페가 되고, 마트가 되고, 영화관이 된다. 의식주와 여가까지, 대부분의 소비 활동이 집 안에서 해결된다.


혼자서도 충분한 1인분의 만족과 행복


코로나19로 인해 홈코노미의 일상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서 취합한 개인 신용카드 승인액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인카드 승인액은 2월보다 4조 원 이상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승인액은 2조 원 이상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감소했지만 홈코노미는 오히려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가 분석한 올해 1분기 판매 실적에 따르면 외출보다는 집안에서의 생활에 필요한 제품들의 소비가 확연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의식주뿐만 아니라 헬스용품까지 집에서 가능한 소비가 극대화됐다.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이런 흐름을 보편적인 생활양식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지난 2017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시도별 장래가구 추계’ 자료에 따르면 고령화와 저출산 추세 속에서 1인 가구가 가장 주된 가구 유형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1인 가구의 확산과 함께 대부분의 일상을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이들을 위한 서비스 발달은 필연적일 것이다. 1인 소비자를 위한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서비스가 더욱 다양하게 등장할수록 이런 서비스에 익숙해진 홈족들의 적극적인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반면 관계에 대한 결핍을 느낀 이들을 위해 취향이나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을 주선하는 서비스 역시 함께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 영화나 책, 음식을 비롯해 제각각의 취향에 따라 모이는 살롱 문화 콘셉트의 커뮤니티 서비스가 이미 하나의 서비스로 각광받는 것은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다. 소비지향적인 홈코노미와 관계지향적인 아웃코노미로 소비 심리가 양극화되며 새로운 생활양식이 대두될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1인분의 만족과 행복을 최우선에 둔 소비가 확고하게 정착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홈코노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보편적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될 합리적 선택인 셈이다.


(대한민국 법원에서 발행하는 <법원사람들> 5월호에 게재된 칼럼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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