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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Feb 19. 2021

'팬텀싱어 올스타전' 당신의 고막을 힐링한다

아직도 '팬텀싱어 올스타전'을 안 본 당신을 위하여.

<팬텀싱어 올스타전>이 방영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작년 11월경이었다. <에스콰이어> 매거진의 의뢰로 해당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아홉 팀을 모두 인터뷰할 기회가 생긴 덕분이었다. 시즌1의 포르테 디 콰트로, 인기현상, 흉스프레소, 시즌2의 포레스텔라, 미라클라스, 에델 라인클랑, 시즌3의 라포엠, 라비던스, 레떼아모르까지, <팬텀싱어> 세 시즌의 파이널 무대에 오른 사중창 아홉 팀이 모두 출연하는 ‘올스타전’이 열린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팬텀싱어 올스타전>의 방영 계획 자체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라 해당 프로그램과 관련된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를 발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출연자들도 해당 프로그램이 어떤 규칙으로 진행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경연을 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방송을 준비 중인지 질문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떤 열기가 전해졌다.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함으로써 살아가는 이유를 얻는다.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공연 자체가 거의 불가해진 지난 1년여의 시간은 <팬텀싱어 올스타전>에 출연하는 아홉 팀의 멤버 모두에게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하나같이 관객 앞에서 노래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갈증이 느껴졌다. 그런 의미에서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홉 팀의 가수 서른여섯 명 모두가 기다리던 시간인 것이다.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지난 세 시즌을 꾸준히 따라온 <팬텀싱어> 애시청자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이벤트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16일까지, 지난 4회 동안 공연한 모든 무대는 ‘올스타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명연의 연속이었다. 모든 팀이 거를 수가, 버릴 수가 없는 무대를 선사하고 이어나갔다. 한 팀 한 팀이 공연할 때마다 고막에 은총이 내리는 느낌이라고 하면 허언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것이 일어났습니다’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 바로 <팬텀싱어 올스타전>이다.


사실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경연 프로그램이라 하기에는 다소 느슨하게 느껴지는 프로그램이다. 아홉 팀이 서로 경쟁한다고 하지만 경쟁심보다는 서로의 무대를 응원하고 존중한다는 인상이 더 크게 와 닿는다. 물론 이게 단점이라는 건 아니다. 그만큼 대단한 기량을 가진 가수들이 진심으로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모든 참가자들의 얼굴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도 대단한 무대를 보고 있다는 것이 더욱 실감 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상대팀의 공연을 보면서 감동 어린 눈물까지 흘리고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은 요즘 같은 시기에 적절한 힐링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아쉬운 면이 있다면 연출과 편집이 다소 느슨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4회까지의 방송을 보면 두 시간 동안 아홉 팀의 공연을 잘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공연을 제외한 여타의 요소가 쉽게 간과된다는 인상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각 팀의 경연 순위를 발표하는 장면 자체의 긴장감이 완벽하게 결여돼있다. 물론 순위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경연인 만큼 시청자 입장에서 궁금할 순위 발표가 지나치게 사소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경연 프로그램을 보는 가장 큰 재미 하나를 간단하게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인상이라 어딘가 아쉽게 느껴진다.


이는 지난 <팬텀싱어>의 세 시즌을 꾸준히 따라오며 큰 관심을 가진 팬이 아니라면 <팬텀싱어 올스타전>에 관심을 갖기 어려운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 세 시즌의 결승 무대에 오르며 완성된 사중창팀이 모두 출연하는 방송인만큼 대단한 기량을 선보일 것이 자명한 방송인지라 기존의 <팬텀싱어> 팬들의 기대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그들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응원하는 팬텀싱어들이 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팬심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직접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아홉 팀 모두 이번 <팬텀싱어 올스타전>을 통해 자신들뿐만 아니라 <팬텀싱어>를 통해 발견한 사중창의 묘미가 더욱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만큼 해당 프로그램이 기존의 <팬텀싱어> 팬덤 이외에도 더욱 너른 대중적 재미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는 점은 아홉 팀의 참가자들과 <팬텀싱어>의 팬 모두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기존의 <팬텀싱어> 애시청자를 위한 이벤트 이상의 의도가 없는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분명 전율이 상당한 무대가 이어지는데 프로그램 자체의 매력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귀한 프로그램이다. 무대만큼은 최근 방영한 <싱어게인> 못지않게 보고, 듣는 재미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음악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성악가와 뮤지컬 배우를 비롯해 평소 접하기 힘든 분야의 가수들이 경연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의 개성이나 다름없었던 <팬텀싱어>의 장점은 결국 그들의 대단한 무대를 제대로 조명한다는 사실이었다. 음악과 무대 자체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즐길 수 있게 연출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장점은 <팬텀싱어 올스타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무대에서 전력을 다해 노래하는 아홉 팀의 공연은 그 현장에서 듣는 이들이 부럽게 느껴질 만큼 생생한 전율을 전한다.


노래하는 이들이 노래함으로써 생의 목적을 찾아가듯 음악 프로그램은 무대에 집중함으로써 프로그램 자체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법이다.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그런 면에서 분명 좋은 음악 프로그램이다. 동시에 지금처럼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서 고막을 넘어 마음까지 진동하게 만드는 멋진 무대를 선사한 팬텀싱어들의 공연을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중계하는 프로그램의 진심만큼은 확실하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팬텀싱어 올스타전> 꼭 시간 내서 보고 <팬텀싱어> 입덕하라고 자신 있게 영업한다. 그리고 JTBC는 <팬텀싱어 올스타전> 재방송 분량 좀 늘릴 필요가 있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새벽이나 이른 아침 시간 말고 주말 낮시간 정도는 고정으로 편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켜보겠다.


('예스24'에서 운영하는 패션 웹진 <스냅>에 연재하는 칼럼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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