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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Jul 13. 2021

'슈퍼밴드2' 참을 수 없는 재능과 에너지

'슈퍼밴드2'는 밴드 음악이라는 갈증을 현재진행형의 무대로 해갈시킨다.

'도대체 이런 사람들이 어디서 이렇게 나오는 걸까?’ 늘 의문이다. 매번 신기하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이렇게 비범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갑자기 툭툭 튀어나오듯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지난 6월 28일에 방영을 시작한 JTBC <슈퍼밴드2>는 또 한 번의 의문과 신기를 선사하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또 한 번 세상에 차고 넘치는 음악적 재능을 마음껏 탐닉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다.


지난 시즌을 섭렵한 시청자라면 <슈퍼밴드>의 ‘밴드’가 록밴드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록’ 장르만을 지향하는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것이다. 물론 밴드 구성에 필요조건으로 여겨지는 기타와 베이스, 드럼 그리고 보컬 파트의 지원자가 다수이긴 하나 클래시컬한 현악기와 건반악기뿐만 아니라 거문고나 가야금 같은 한국 전통악기 연주자와 EDM 계열의 전자음악 연주자들도 참가한다. 그야말로 장르 불문한 시도가 가능한 합주를 선보이는 밴드 구성 자체가 목표인 셈이다.


지난 시즌과 달리 여성 참가자가 눈에 띄는 <슈퍼밴드2>는 본래 시즌2 역시 남성 참가자만을 모집했다가 성차별 논란에 휩싸이자 뒤늦게 여성 참가자를 모집하기로 결정했다. 나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던 지난 시즌의 유일한 오점처럼 여겨졌던 면을 새로운 시즌에서도 고집하기로 한 이유를 모르겠다. 성평등의 문제를 떠나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성을 좌우하는 건 실력 있는 참가자를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고,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참가자의 인재풀을 최대한 활짝 열어두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는 가능성을 넓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슈퍼밴드2>는 2화 만에 실력 있는 여성 참가자들의 등장을 바탕으로 지난 시즌과 차별화된 화제성을 확보한 인상이다. 유쾌한 미소가 매력적인 드러머 은아경과 하드록과 메탈 시대의 노스탤지어가 전해지는 일렉기타 연주로 프로듀서를 환호하게 만든 기타리스트 정나영,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주법으로 감탄을 자아낸 기타리스트 장하은, 풍부한 공연 경험으로 연주 실력뿐만 아니라 멋진 퍼포먼스까지 인정받은 드러머 유빈 그리고 이미 많은 스타 뮤지션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며 소울풀한 R&B 보컬로 유명한 문수진과 고딕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보컬 김예지 등 앞으로 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할 캐릭터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결과적으로 여성 참가자의 가세는 <슈퍼밴드2> 입장에서는 호재임에 틀림없다.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흥행성을 보다 높여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정황이 뚜렷하다. 2화 만의 방송 분량 안에서도 여성 참가자의 존재감이 도드라져 보이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단순히 성평등을 이룬다는 의미를 넘어 대단한 기량과 매력적인 개성을 가진 여성 참가자의 출현은 프로그램의 듣고, 보는 재미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애초에 <슈퍼밴드>가 애초에 여성 참가자를 받지 않았던 이유 자체가 의문스러울 정도로 그렇다. 밴드 음악이 남성만의 문화도 아니고 밴드의 얼굴 역할을 하는 프런트 우먼도 적지 않다는 걸 인식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무엇보다도 <슈퍼밴드2>는 제목 그대로 밴드를 만드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듣는 재미가 팔 할인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을 요즘 가장 잘 만드는 방송사는 JTBC다. 본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가라 할 수 있었던 음악 전문 채널 엠넷이 투표 결과 조작이라는 초유의 문제를 일으키며 침몰해버린 사이 JTBC는 음악적 다양성에 기여한다는 의미까지 더한 <팬텀싱어> <슈퍼밴드>를 성공시킨 후 <싱어게인>으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스타 탄생에도 기여했다. 실질적으로 지금은 JTBC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로운 명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밴드2>는 JTBC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신에서 무엇에 성공하고 있는가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뉴페이스를 보는 흥미만큼이나 듣는 재미가 쏠쏠한 음악 프로그램으로서의 지향점이 확고하다. 최근 <싱어게인>을 성공시킨 저력이 <슈퍼밴드>에도 있다. 다만 <싱어게인>과 달리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이란 면에서 대중적인 저변을 확장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3% 이상의 고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며 밴드 음악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팬덤을 확인시킨다는 점은 <슈퍼밴드2>의 성취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록밴드’만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이 아닌 만큼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슈퍼밴드2>의 매력이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악기인 비브라폰 그리고 첼로와 가야금의 협주, 쳇 베이커처럼 트럼펫을 부는 보컬리스트 그리고 건반과 기타, 디제잉까지 섭렵하는 참가자까지 정말 다양하고 비범한 음악적 재능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슈퍼밴드2>는 지난 시즌보다 다채로운 듣는 맛을 들려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문고를 연주하며 루프 스테이션을 통해 전례가 없는 국악의 방향성을 보여주며 독특한 퍼포먼스까지 곁들인 박다울의 연주는 <슈퍼밴드2> 2화까지의 모든 장면 안에서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순간이었다.


이 모든 재능을 쏟아내듯 선보인 2화까지의 <슈퍼밴드2>는 이 프로그램을 계속 보게 만드는 이유를 어느 정도 증명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백미는 반짝이는 참가자만큼이나 심사위원석에 자리한 프로듀서의 날카로운 비평일 것이다. <슈퍼밴드2>의 프로듀서는 지난 시즌부터 연이어 자리한 윤상, 윤종신과 함께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한 유희열, 이상순, 씨엘로 구성됐다. 실제로 세션 연주자들과의 작업 경험이 풍부한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현업 뮤지션이 대부분인데 이는 <슈퍼밴드2>를 만족하게 만드는 특징 중 하나다.


<슈퍼밴드2>의 프로듀서들은 연주가 끝나면 전문가의 식견을 바탕으로 연주의 기법이나 특징을 꼼꼼하게 해설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시청자의 듣는 재미뿐만 아니라 아는 재미를 챙겨주는 역할을 도맡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면에서 <슈퍼밴드2>는 보기 드물게 성실한 음악 프로그램의 스피릿을 갖춘 셈이다. 한편 혹자는 현재 밴드 활동을 하고 있거나 그런 경험이 있는 프로듀서가 이상순을 제외하면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그건 딱히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자기 역량을 증명해낸 프로듀서들은 방송상에서 그에 걸맞은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슈퍼밴드2>는 누군가의 부재를 떠올리게 만든다. 만약 신해철이 살아있었다면, 그 누구보다도 밴드 음악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그가 <슈퍼밴드2>의 프로듀서로 자리했다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그리고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상징성이 보다 두터워졌을 것 같다. 한국 밴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넥스트의 수장이자 한국대중음악 역사에서 중요한 한 점을 차지하는 뮤지션으로서 신해철은 분명 현재진행형의 음악인이었을 것이기에 그렇다. 그렇게 별을 가리는 자리에서 사라진 별을 기린다. 그래서 <슈퍼밴드2>는 귀한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새로운 별의 시대를 기약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밴드의 시대가 돌아올 수 있을지 몰라도 이렇게 참을 수 없는 재능과 에너지를 마주한다는 건 분명 귀한 일이다. 보면 안다. 결국 빠져들 것이다.


('예스24'에서 운영하는 패션 웹진 <스냅>에 연재하는 칼럼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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