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불과 재' 블록버스터 중의 블록버스터

극장 위기 시대, <아바타: 불과 재>는 난세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by 민용준

<아바타>(2009) 프랜차이즈의 세 번째 작품 <아바타: 불과 재>(이하, <아바타 3>)는 지난 2022년에 개봉한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의 이란성쌍둥이 같은 작품이다. 전작에서 인간들의 위협에 함께 맞서던 오마티카야 부족을 지키기 위해 아내 네이티리(조 샐다나)와 함께 먼 길을 떠나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멧카이나 부족을 찾아간 설리는 그들과 함께 다시 한번 인간들과 맞서 새로운 터전을 지켜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설리의 가족은 예기치 못한 상실을 감당해야 하고 치열한 대결 끝에 승리를 거뒀지만 설리를 증오하는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이 주도하는 인간들의 위협은 여전하다.


<아바타 3>는 판도라 행성에서 나비족의 일원으로서 가족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를 비롯한 부모 세대에서 자식 세대로 무게 중심을 전환하며 새로운 성장 서사의 동력이 주입된 작품이다. 형의 죽음에 책임감과 죄책감을 갖게 된 설리의 아들 로아크(브리튼 달튼)는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부모 세대가 고수하는 전통이 불합리하다 여기며 이에 맞서고 끝내 주체적인 결정을 내려 위험을 무릅쓰기로 한다. 그리고 그런 로아크를 염려하면서도 지지하는 친구들은 그를 따라 함께 새로운 길에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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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는 숲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던 오마티카야 부족이 등장하고, 2편에서는 멧카이나 부족이 등장했던 것처럼 3편에서도 새로운 부족 망콴족이 등장한다. 판도라의 나비족의 다양성을 제시하듯 매작품마다 새로운 부족을 등장시켜 캐릭터 라인을 확장하고 주무대를 확대하는 전략은 3편에서도 유효하다. 다만 인류의 파괴적인 침략에 맞서 판도라의 숲과 바다를 지키는 오마티카야 부족과 멧카이나 부족과 달리 망콴족은 오히려 그들을 적대하고 약탈하며 지배하길 희망하고 쿼리치 대령의 제안에 동조하며 인류와 협력해 다른 나비족을 공격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특히 망콴족을 이끄는 리더 바랑(우나 채플린)의 카리스마는 <아바타 3>에 새로운 매력과 흥미를 수혈하는 탁월한 동력이다.


한편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관계 구도의 변화 속에서 갈등과 충돌과 성장의 내러티브가 보다 미묘하게 변모하지만 <아바타 3>의 스토리 라인은 전작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자신의 존재가 나비족의 위기를 만드는 표적이나 다름없다고 여기는 설리는 인류의 위협 속에서 판도라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에게 복수심을 느끼는 쿼리치 대령은 나비족의 육체를 얻은 뒤 더더욱 교묘해진다. 기성세대가 명확한 대결 구도를 그리는 가운데 새롭게 성장하는 나비족 청년 세대가 등장하고 같은 나비족임에도 다른 세상을 꿈꾸며 동족 간의 충돌을 야기하는 뫙콴족이 등장하지만 끝내 ‘토루크 막토’로 추앙받는 제이크 설리가 이끄는 나비족과 이들을 적대하는 인류의 대결 양상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아바타 3>의 단순한 약점이기도 하고, 명확한 강점이기도 하다.


사실 <아바타> 프랜차이즈의 스토리 라인은 일찍부터 단순하고 명확했다. 자연의 신비를 숭상하며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던 나비족의 터전 판도라 행성을 지구의 에너지 고갈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삼은 인류는 일찍이 자연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꾸려오던 원주민의 삶을 침해하고 파괴한다. <아바타>는 탐욕스러운 문명의 침략과 개발에 의해 유린당한 원주민과 자연의 사례가 산재한 인류의 지난 역사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자연스럽게 감정적으로 동조할 수밖에 없는 대상을 선별하며 관객들에게 손쉬운 감상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아바타> 프랜차이즈가 영상 기술의 혁신 자체를 주요한 테마로 여기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런 방향성은 주요한 전략 같기도 하다. 단순하고 명확한 서사가 초현실적인 영상 체험으로 인도하는 길잡이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인상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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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Avatar)’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2009년에 개봉한 <아바타>는 외계 행성에서 완전히 체형이 다른 외계 종족의 새로운 육체를 얻게 된 지구인의 경험을 체험적으로 제시하는 작품이었다. 하반신 마비로 상이군인이 된 제이크 설리는 본래 아바타 프로젝트의 주축이었던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대신해 차출된 인물이었지만 그는 아바타 신체접속 실험에 성공하며 새로운 육체를 얻게 된다. 새로운 육체를 얻게 된 설리가 두 발을 딛고 마음껏 활보하는 상황을 1인칭 시점으로 구현하는 장면은 객석의 관객에게 스크린 안에서 '분신'의 육체를 얻게 된 제이크 설리의 감각을 온전히 체험하는 흥미를 제공한다. VR디바이스를 착용하고 판이한 캐릭터의 감각을 온전히 제 몸처럼 입는 대리 경험처럼 전해진다. 덕분에 아바타의 육체를 입고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인 나비족과 어울리는 제이크 설리가 마주하는 낯선 환경은 캐릭터와 관객 모두가 동일하게 이입하는 감각적인 경험으로 동화되고 전이되는, 극적인 상황을 설득하는 방식을 초월한 접속의 체험처럼 이어진다.


3D 촬영을 통해 완성된 <아바타>의 입체감은 안경을 쓰고 관람하는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만들 정도로 가공할 체험이었다. 덕분에 한동안 3D 상영이 블록버스터 영화의 새로운 문법처럼 받아들여지는 듯했지만 명확한 시각적 목표가 부재한 유사 3D 상영작들은 되레 3D 입체 영화에 대한 관심을 지워버렸다. <아바타> 시리즈가 일으킨 3D 입체영화에 대한 관심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 역시 <아바타> 시리즈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바타> 시리즈는 영화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자 답변이기도 하다. <아바타> 시리즈는 최상급의 시각효과를 구현하며 3D 입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제시한다. 그럼으로써 처음으로 목도하는 영화적 세계관을 보다 실물적으로 체험하고 체감하고 있는 듯한 영화적 경험으로 이끈다. 최첨단의 시각효과를 수식어처럼 거느리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방식 자체가 이 영화의 본질을 살리는 명확한 방안이라 접근한 것이다.


<아바타>로부터 무려 13년 만에 나온 속편 <아바타: 물의 길>에서 본격적으로 도입한 고속영사기법(HFR)은 1초에 24 프레임을 재생하는 기존 영화들과 달리 2배에 가까운 48 프레임 이상으로 재생하는 방식이다. 동일 시간대에 상영되는 프레임 수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고도의 완성도를 유지해야 하는 장면의 수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2배로 늘어난 장면이 부드럽게 연결되는 인상을 주려면 매장면마다 균일하고 균등한 시각적 완성도를 추구하고 유지해야 한다. 일부 장면에서는 모션 블러를 적용해 초당 24 프레임으로 상영되는 순간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체로 고도의 시각 효과를 유지하기 위한 작업 과정에서 상당한 노력과 집중이 필요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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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으로 <아바타 3>는 픽셀의 밀도가 높아 보다 또렷한 4K 해상도와 스크린의 명부와 암부 사이에 밝기 차이를 최소화하고 모든 상을 명확하게 중계하는 HDR을 지원하는 작품이다. 아마 인류 역사상 최고의 기술을 동원해 밀도 높은 완성도를 끌어올린 영상 작업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놀라운 경지를 목도하고 있다는 기분은 착각이 아니다. 거대한 이미지를 스크린에 투사하는 극장이라는 전통적인 플랫폼이 존속돼야 할 이유를 증명하는 블록버스터 중의 블록버스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극장에서, 가능하다면 영화가 제공하는 완성도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요건이 충분한 특수관에서 즐길 기회를 놓치고 방구석 1열에서 본다는 건 굉장한 기회비용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지구상의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단 3%면 충분하죠.” <아바타: 불과 재>(이하, <아바타 3>)의 개봉을 앞두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와 같이 말했다. 지구상의 인류 중 3%에 해당하는 인구수는 대략 2억 4천만 명 정도다. 그들이 영화관을 찾고 <아바타 3>를 관람한다면 세 번째 속편은 24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얻게 된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흥행을 기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만약 <아바타 3>가 24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다면 전 세계 역대 영화 흥행 순위 3위에 오르게 된다.


제임스 카메론이 망상에 빠져서 실언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럴 리가. 전 세계 역대 영화 흥행 순위에서 5위 안에 자리한 작품 중 셋은 제임스 카메론이 감독을 맡은 작품이다. 무려 29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아바타>(2009)가 가장 높은 데 임하고 있는 가운데 속편 <아바타: 물의 길>(2022)이 23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3위에 올랐고 일찍이 22억 이상의 흥행수익을 기록한 <타이타닉>(1997)이 4위에 지키고 있다. 만약 <아바타 3>가 24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얻게 된다면 5위권 안에 제임스 카메론의 작품이 또 하나 늘어나는 셈이다. 팬데믹 이후로 위기감이 팽배한 작금의 전 세계 극장가 분위기는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 3>로 다시 한번 경이적인 흥행 기록을 세우며 난세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발간하는 'The-K 매거진' 2026년 1월호에 쓴 칼럼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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