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여지고 있다

히든 (미카엘 하네케, 2005)

by 김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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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상적인 cctv 같은 화면.

특별히 무언가를 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건 나의 집 앞이다.

누군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


영화는 자신의 집을 촬영한 막연한 고정 비디오를 익명의 소포로 받게 되며 시작한다.

영상 안에는 어떠한 메세지도, 특별한 나의 행동이 각인된 것이 아니다.

그저 나의 거처가 보여지고 있다. 나의 삶이 보여질 것만 같다.


이것은 공포다. 내 삶의 은밀함이, 익명성이. 가려져야 할 것들 앞에 카메라가 놓여졌다.

등 뒤가 서늘하다.


news_1596942708_911211_m_3.jpeg 타국의 전쟁 뉴스가 티비에 나와도 배경이 되는 것은, 자신의 삶 바깥의 고통이 다뤄지는 방식이다.

잘 살고 있는 나의 삶에 누군가 무엇인가를 말하려 한다.

하지만 말의 내용이 없다. 그저 '이 사람입니다'라는 것 외에는 담긴 것이 없다.

그러나 내용의 공백은 정확한 것을 소환한다.

치부, 망각, 악행. 무엇이든 그에 알맞게 붙는다.


가장 서늘한 것을 떠올리는 것은 타인이 아닌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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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있었던 일은 그에게 가볍게 기억된다. 가벼운 것이어야만 했다.

누구라도 그럴 수 있는 일로 남아야 한다. 자신은 부끄러운 사람일 수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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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인정하기가 어렵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모른다. 인정하지 않으면 넘기고 살아가진다.

그러나 진실은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영향을 준다.

모든 커튼을 닫고서야 잠에 들 수 있게 되거나, 아들이 나와 아내를 다르게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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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어디서든 드러날 수 있다.

드러났는지 알 방법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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