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띨의 칼날 연민의 호흡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소토자키 하루오, 2025)

by 김현빈

귀멸의 칼날 극장판 무한열차 편을 극장에서 본 뒤 만화책을 정주행 했다. 그만큼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강한 압력을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무한열차의 전반부는 재미있지 않다. 후반부의 렌고쿠와 아카자와의 전투씬에서 밀도 높은 템포로 밀어붙인 뒤 그를 연민하게 되는 사연을 붙어줌으로써 감정적인 반응과 강렬한 액션씬의 인상을 이끌어낸 것이다. 전반부의 루즈함을 잊게 만들 만큼.


하지만 원작을 보고 깨달았다. 작가는 캐릭터의 세부 설정을 만드는 것에 큰 취미가 있고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 혈귀들 마저 단편극을 준비해 둔 다는 것을..



사연과 회상

때로는 감춰지거나 은유되는 정도로도 충분한 효과를 낸다. 자칫 남용하면 극의 현재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는 게 설명과 회상이다.


그러나 귀멸의 칼날은 그것을 의지적으로 거부한다. 이 만화는 캐릭터 쇼이며 각 인물의 사연을 연민함으로써 가장 좋아하는 관계를 꼽는 커플 매칭 예능이다. 보통은 액션만화와 반대로, 사연이 액션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액션이 사연 소개를 이어 붙이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극장판이 액션 절반, 회상 절반인 것은 원작가의 취향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다.


액션과 작화

반면 액션 연출이 이전 편 무한열차나 역대 수많은 애니메이션을 상회하는 장면이 있었는가? 나는 발견하지 못했다. 마케팅 포인트로 꼽혔듯 제작사 유포터블의 3D 카툰렌더링 기술력이 응집된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씬의 복잡함을 잘 소화해 내고 각 장면의 마감 퀄리티를 높여둔 점이지 전에 없던 작화 스타일이 나왔거나 액션 시퀀스가 유니크한 점은 없었다.

*무한성의 다층 구조

*조명에 따른 광원 효과가 2d 그림 위로 오버레이 되어 입체감을 높이는 등


그렇기에 렌더링 타임만 수년이 걸릴 뻔했다는 등의 마케팅은 실상 대비 좋은 효과를 거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결과물의 제작 난이도를 실상보다 더 높게 짐작하는 듯한 평을 남기는 것을 보면 영화 VFX에서는 이젠 찾아볼 수 없는 관심에 부러운 마음이 컸다.

신파

많은 사람들이 한국식 신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로 아카자의 회상을 꼽는 것은 아주 재미있는 점이다. 대부분 혈귀들의 회상에는 필요 이상의 연민이 깔려있다. 그들이 이렇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는 옹호에 가깝다.

그들의 악행마저 용인되는 것을 막기 위해 탄지로의 대사로 ’ 용서받을 순 없지만..‘이라는 말과 함께

소멸하는 장면을 넣지만 그들을 애도하는 모습에 되려 가깝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이 죄는 미워하되 혈귀는 미워하지 말라는 설득에 가깝다.

또 각 사연들이 무척 보편적인 상황을 부여함으로써 생기고 있기에 드라마적 유니크함이 떨어지는 것도 아쉽다. 하지만 클래식의 힘을 빌어 호소하는 것은 보장된 방법이기도 하기에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 나에겐 흥미롭다.

330만 명의 흥행 성적이 나고 있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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