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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r 21. 2018

하구에서

하구에서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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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에 지쳐 고단할 때면

그대

우리들의 강으로 가자

가난한 생활에 지쳐서

땅 끝까지 스며드는 느낌이 들 때에는

우리들의 강으로 가자


그 강변에 서서 흐르는 강을 바라보자


하루도 쉼 없이 흐른 강물이

어떻게 하여 오늘도

고단한 몸을 이끌고 새벽바다로 흘러가는지

우리들의 강으로 가서

바라보자


장마진 이후에는

광기에 젖어 흐르다가

가뭄진 이후에는

빈약한 하체를 드러내며 서럽게 흐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제 모습을 찾아

묵묵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자


세상살이에 지친 형제여

가난한 생활에 찌든

너의 가슴에 흐르는

메마른 강을

우리들의 강으로 흘러 보내라

그리하여

너의 그 메마른 가슴의 강이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강가에 서서 바라보자


그 이후에 너는 알게 되리라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어떻게 인내해야 하는지를


가자꾸나

나와 함께 가자꾸나

강에 가서

투명한 공기 사이에서

강바람에 서서히 흔들리면서

세상을 바라보자


형제여

가슴을 열어

강이 바다로 흘러가기 위해

어떻게 제 몸을 꾸려 내는가를

강가에 서 있는

한 그루의 향그러운 나무가 되어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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