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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r 26. 2018

그대여 섬이 울고 있습니다

그대여 섬이 울고 있습니다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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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섬이 울고 있습니다.

푸른 섬하늘을 날던 새들도 죄 다 떠나버린 외로운 섬 그 섬이

새 한 마리 없어 그리움에 사무쳐 아프게 몸을 떱니다

몸을 떨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들이 죄 다 떠났다한들 우린

슬퍼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도 슬퍼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대여 

섬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한 송이 꽃도 오래전서 부터 피지 않는 황량한 섬 그 섬이

내 어릴 적 돌아가신 아비가

밤새도록 해대던 묵은 천식처럼 기침을 해대며

피 토하면서 괴로움에 몸부림칩니다

몸부림 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꽃이 피지 않는다한들 우린

괴로워하거나 절망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도 괴로워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대여 

섬이 애타도록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천년을 살아온 원주민들도 

다 떠나버린 무인도가 되어버린 섬 그 섬이

사람다운 사람들이 그리워

섬으로 밀려오는 물결마다 피맺히도록 그리워하면서

기다리다 지쳐서 무너져 내립니다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섬이 무인도가 되어 무너져 내린들 우린

결코 무너져 내려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그 무엇을 기다려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대여 

섬이 울고 있습니다

푸르른 섬하늘을 날던 종다리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섬 전체를 붉게 물들였던 진달래가 한 송이도 피지 않는

살던 원주민들조차도 떠나버린 무인도가 되어버린

그 섬이 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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