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훈
그 나무라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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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곳은
강렬한 햇살이 내리고
그 햇살을 피할 수 있는
그늘 한 점 없는 곳이었기에
나무 한 그루 옮겨 심었다
앞으로는
그래도 내 살갗을 태우는
그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나무 한 그루 옮겨 심었다
물이 귀한
이곳에서
나는
나무의 성장을 위해
마실 물도 아껴가며
나무에게 물을 주었다
한 순간은
나무는 새싹을 틔워
잘 성장하리라고 생각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무는 시름시름 말라만 가더니
이제 완전히 죽어버린 것 같다
만약 나무가 다른 곳에
그대로 있었다면
한창 잎이 무성할 시기였건만
옮겨 심은 나무는 바싹 말라서
나뭇가지에 힘을 조금만 주어도
"뚝"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나무는 이미 내 마음처럼 습기 한 점 없었다
나무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이제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정성을 기울여도
이미 사막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나무가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너무 쓸데없는 욕심을 부린 것이리라
나무가 죽은
내 마음은
아예 나무가 없을 때보다
황량하다
이제는 나무를 심지 않으리라
내 욕심으로
또 다른 나무를 심어
죽어버리게 할 수 없기에
앞으로 더 이상은 나무를 심지 않으리라
황량함은 황량함대로
열기는 열기대로
쓸쓸함은 쓸쓸함대로 받아들이며
이곳에서 살으리라
사막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비록 죽어버린 나무 한 그루밖에 없지만
그 나무라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