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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r 30. 2018

그 나무라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

- 방훈

그 나무라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 

- 방훈
.
.
.
.
.
내가 있는 곳은 
강렬한 햇살이 내리고 
그 햇살을 피할 수 있는 
그늘 한 점 없는 곳이었기에 
나무 한 그루 옮겨 심었다  


앞으로는 
그래도 내 살갗을 태우는 
그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나무 한 그루 옮겨 심었다


물이 귀한 
이곳에서 
나는 
나무의 성장을 위해 
마실 물도 아껴가며 
나무에게 물을 주었다


한 순간은 
나무는 새싹을 틔워 
잘 성장하리라고 생각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무는 시름시름 말라만 가더니 
이제 완전히 죽어버린 것 같다


만약 나무가 다른 곳에 
그대로 있었다면 
한창 잎이 무성할 시기였건만 
옮겨 심은 나무는 바싹 말라서 
나뭇가지에 힘을 조금만 주어도 
"뚝"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나무는 이미 내 마음처럼 습기 한 점 없었다 

나무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이제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정성을 기울여도 
이미 사막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나무가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너무 쓸데없는 욕심을 부린 것이리라

나무가 죽은 
내 마음은 
아예 나무가 없을 때보다 
황량하다


이제는 나무를 심지 않으리라 
내 욕심으로 
또 다른 나무를 심어 
죽어버리게 할 수 없기에 
앞으로 더 이상은 나무를 심지 않으리라


황량함은 황량함대로 
열기는 열기대로 
쓸쓸함은 쓸쓸함대로 받아들이며 
이곳에서 살으리라


사막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비록 죽어버린 나무 한 그루밖에 없지만 
그 나무라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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