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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r 30. 2018

자! 길을 가라

- 방훈

자! 길을 가라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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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길을 가라
그러나 
그 길은 네가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정표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리라


움푹 패인 웅덩이에는 下水가 흘러넘치고 
길 한편에선 
구더기가 꾸물꾸물 기어 나오는 
이미 썩어 부패한 고양이의 사체(死體)도 
너덜너덜하게 버려져 있으리라


자! 길을 가라 
그러나 
그 길은 네가 아무리 걸어도 
끝나지는 않으리라


끈끈이에 걸려 발버둥치는 
쥐새끼의 절망스러운 끈적거림과 
배가 터져 내장이 쏟아져 나와 길거리에 흩어진 
죽은 개의 절단 당한 파편들이 
뒤를 좇고 있으리라


자! 길을 가라
그러나 
그 길은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는 없으리라


길은 네게 속삭이리라 
“나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로 가는 길
나를 지나면 영원한 슬픔에 이르는 길
나를 지나면 길 잃은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길……”


자! 길을 가라 
그러나 
그 길은 
네가 아무리 가도 가도 
네가 죽지 않는 한 
결코 
그 속삭임을 멈추지는 않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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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내용은 단테의 지옥편에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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