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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r 31. 2018

막차를 기다리며

- 방훈

막차를 기다리며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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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춥던
겨울이 갔건만
춥다.

어제 저녁 몰래 내린
비가
이 땅에 긴 흔적을 남겼지만
봄가뭄 하나도 해소하지 못한 채
산불로 타 죽은 나무 하나
위로하지 못한 채
떨어져 죽었다.

꽃샘추위 속에 황사바람이 분다
자정무렵 
아무도 없는 어둠 내린
버스정류장에 서서
막차를 기다리는
나는
그 춥던 겨울보다도
지금 더 춥다.

춥다. 
내 춥고 메마른 가슴을
위로하기 위하여
보들레르의 시를 
마음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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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라
-보들레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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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취해 있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다.
이것만이 문제다.

어깨를 억눌러 그대를 아래로 구부리게 하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노상 취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에
술에건,
시에건,
미덕에건,
당신 뜻대로.
다만 취하기만 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의 푸른 풀위에서나,
당신 방의 음침한 고독 속에서,
당신이 깨어나
취기가 이미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 보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울부짓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몇 시냐고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주겠지.

취할 시간이다!
시간의 구박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노상 취해 있으라!
술에건,
시에건,
미덕에건,
당신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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