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으로 이 지상에 남아 있을까?

- 방훈

by 방훈

나는 무엇으로 이 지상에 남아 있을까?
- 방훈


나에게서
벌써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갔다

온통 푸르던 들판을 내달리던
소년의 꿈도
밤늦도록 잠 못 이루던
청춘의 열정도
뜨거웠던 아스팔트를
함성으로 가득 채우던
순수의 날도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내 걷던
젊음의 패기도
사라져 갔다.

이런 모든 것들이
내게서
사라져 갔다

이런 내게
이제 詩까지 사라진다면
이제
더 이상 詩를 쓸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이 지상에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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