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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r 31. 2018

길거리에 개처럼 쓰러진 者를 보라

- 방훈

길거리에 개처럼 쓰러진 者를 보라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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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 앞,
지저분한 길에는
개처럼 쓰러진 者가 하나 있었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말쑥하게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것을 보면
그는 아마도
한 가정의 가장일 것이고
한 회사의 중간관리자 정도는 되었으리라

그런 그에게
오늘
정신을 놓고
쓰러지게 한 것은 무엇일까?

그에게도
한 때는
젊음도 있었고
희망도 있었고
윤기 나는 삶도 있었으리라

그는 이제 많이 지쳐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사막과도 같은 세상에서
더 이상은
작렬(炸裂)하는 햇살을
이길 힘을
소진한 것 같았다

길을 가는 자들은
그를 힐끔 쳐다본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에게
동정의 손길을 주지는 않는다

그는 그렇게
거리의 한 가운데에서
개처럼
쓰러져 있었다

오늘, 그를 보라
우리들의 아버지일 수도 있고
우리들의 형일 수도 있고
그리고
나 자신일 수도 있는
길거리에 개처럼 쓰러진 그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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