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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r 31. 2018

나는 오늘도 안개 속에서 살고 있지

- 방훈

나는 오늘도 안개 속에서 살고 있지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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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안개가, 회색의 짙은 안개가
내 주변을 점령했었지
안개 너머로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안개의 마을을
벗어날 수는 없었지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들은
문득 나타났다가 신기루 같이 사라지거나
때로는 내 손에서 빠져 나와 흩어지던
습기 한 점 없는 모래처럼
그렇게 내 곁에는 머물지 못했었지

그래도, 힘든 삶을 지탱하게 해 준 것은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이 아니라
늘 곁에 머물던 안개였었지

돌이켜보면 내 진정한 친구는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이 아니라
안개였어… 그래, 안개였어

비록 내 존재조차도 희미하게 만들고
삶을 안개 속에 가두었지만
난 안개 속에서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지

안개 덕분에
지금도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에 대한 꿈을
아직까지도
미련스럽게 가지고 있을 수 있었지

오늘도 나는 안개 속에서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을 꿈꾸면서
이 도시의 끄트머리에서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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